‘가극 금강’은 인내천(人乃川)의 세상을 꿈꾸었던 참하늘님들의 이야기이다. 사진은 ‘가극 금강 낭독공연’ 모습. (사진제공=성남시)
‘가극 금강’은 그들, 참하늘님들을 위한 찬가이자 진혼곡이다.
동학농민혁명을 배경으로 한 ‘가극 금강’은 신동엽 시인의 동명시에 곡을 붙이고 극화해 한국판 뮤지컬로 해석한 작품이다. 늦봄 문익환 목사의 장남 문호근 선생의 연출로 동학혁명 100주년이었던 1994년 처음 무대에 올랐고, 2005년 6월에는 평양 봉화예술극장 무대에 올랐고, 공연실황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북한 전역에 녹화 중계됐다. 남한 완성극으로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동학혁명 125주년, 3·1혁명과 대한민국 초대정부 100년인 2019년 낭독공연으로 각색되어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삼정이 문란하여 백성의 삶이 지옥 같았던 시절, 희망이란 사치 같았던, 삶보다 죽음이 흔했던 이 땅에 서로를 하늘님으로 믿고 받들었던 사람들, 마침내 우금치에서 벅찬 감격으로 더없이 환했던 태초의 하늘을 본 사람들, 그리하여 끝내 하늘이 된 사람들. ‘가극 금강’은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던 그 하늘님들의 이름으로 시작한다.
신하늬, 인진아, 김명학, 이덕산, 방돌개, 여분, 아소, 정례, 순돌, 주억금, 부질개, 장축생, 사월, 계화, 얼개, 소사, 막대, 말생, 동이. 그리고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이 땅의 민초들.
‘가극 금강’은 찰나에 피었다 지었으되 영원히 빛나는 그 이름들의 기록이다.
‘가극 금강’은 어둠 속에 빛이 있고, 슬픔 속에 희망이 있다. 그래서 다시 우리가 살아낼 내일의 이야기이다. 사진은 ‘가극 금강 낭독공연’ 모습. (사진제공=성남시)
‘가극 금강’ 낭독공연의 대본을 쓰고 연출한 안경모 연출은 “독립선언문에 쓰인 문구처럼 ‘스스로 주인임을 선언하는’ 사람들의 꿈과 열망을 담고자 했다”고 말한다. 또한 “실패한 역사, 한의 역사보다는 이루고, 성취하는 역사를 그리고자 했다”고 밝힌다. 더불어 “직업, 환경, 지역, 성, 생김, 장애, 사상의 차이가 그 어떤 차별이 되지 않는 ‘다양’한 농민들의 모습을 옮기고자 했다”고 전한다.
그리하여 “농민들 이름 하나하나를 호명하는 의식이 진혼과 해원이자, 동시에 현재가 과거에 다가가는 뜨거운 만남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가극 금강’은 어둡기만 하지 않다. 슬프기만 하지 않다. 어둠 속에 빛이 있고, 슬픔 속에 희망이 있다. 그래서 다시 우리가 살아낼 내일을 이야기한다.
“갑오년(甲午年)의 하늘이 기해년(己亥年)의 하늘에게”
‘가극 금강’은 1894년 갑오년(甲午年)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무대 위에서 굴절되고 성장하여 1919년 기미년(己未年)을 지나 1960년을 관통하고, 1980년 광주에 머물렀다, 1987년으로 흘러, 2016~2017년에 이르러 비로소 완성된다.
동학농민혁명에서 시작된 ‘사람이 주인 되는 참세상’을 향한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가 3·1독립혁명과 대한민국 초대정부의 밀알이 되고, 4·19민주혁명에서 5·18광주민주항쟁을 지나 6·10민주혁명에 이르는 이정표가 되며, 이윽고 촛불혁명에 이르는 120여 년의 대장정에 잠깐의 쉼표를 찍는다. 이내 다시 ‘민족통일’을 향한 원대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갑오년(甲午年)의 하늘이 기해년(己亥年)의 하늘에게 말한다.
“우리가 보았던 하늘을 너희도 보라”
“우리가 꿈꾸었던 세상을 너희가 이루라”
‘가극 금강’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새하늘을, 희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금은 비록 갈라져 있지만 언젠가는 하나 될 우리를 위한 위로이다. 사진은 ‘가극 금강 낭독공연’ 모습. (사진제공=성남시)
새로운 하늘을 보았던 이들의 꿈이 공주 우금치를 피로 물들이며 좌절한다. 하지만 결코 실패하지는 않았다. 국난의 시기마다 그들은 다시 살아나 좌절한 민중의 새하늘이 되고, 희망이 된다. 그렇게 역사는 진보했다.
‘가극 금강’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새하늘을, 희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금은 비록 갈라져 있지만 언젠가는 하나 될 우리를 위한 위로이다.
언젠가 ‘가극 금강’이 다시 북녘땅에서 공연되는 날, 통일을 향한 여정의 한 발자국이 역사에 새겨질 것을 믿는다. 그리하여 또 하나의 새하늘이 빛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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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와 (사)통일맞이는 2005년 이후 다시 북녘땅에서의 공연을 염원하며 ‘가극 금강 낭독공연’을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올렸다. 사진은 6월 22일과 23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무대에 오른 ‘가극 금강 낭독공연’ 포스터. (사진제공=성남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