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톰 홀랜드와 제이크 질렌할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스파이더맨: 파프롬홈’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1일 오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내한 기자간담회에는 스파이더맨(피터 파커) 역의 톰 홀랜드와 미스테리오(쿠엔틴 벡) 역의 제이크 질렌할이 자리했다. 톰 홀랜드는 이번이 세 번째 내한이며, 제이크 질렌할에게는 첫 내한이다. 앞서 영화 ‘옥자’를 촬영하며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완성된 영화와 함께 간담회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전날인 6월 30일에는 ‘웰컴 스파이더맨 팬 페스트’ 행사가 열렸다. 당시 SNS에서는 이 행사에 참석한 미스테리오 코스튬의 팬으로 열기를 더하기도 했다. 톰 홀랜드 역시 “미스테리오 코스튬을 완벽하게 입은 팬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것 외에도 팬 페스트 행사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찌릿찌릿함’을 느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본의 아닌 도플갱어를 맞닥뜨리게 된 제이크 질렌할 역시 해당 팬을 언급하며 “(팬 페스트에서) 저희를 정말 따뜻하게, 성대하게 환영해 주셨다. 그 에너지와 열정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며 “이번 영화에도 그 에너지와 열정만큼이나 장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재미있게 보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저도 사진 좀 찍을게요” 제이크 질렌할이 기자 간담회 도중 기자들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어벤저스: 엔드게임’ 이후의 세계를 다룬다. 아이언맨(토니 스타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의 공백을 느끼고,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데서 고민과 혼란을 느끼고 있는 피터 파커의 모습이 영화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톰 홀랜드로서는 실제로 토니 스타크, 즉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없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법도 하다.
이에 대해 톰은 “로버트는 누구도, 저 역시도 대체할 수 없는 배우다. 역대 가장 아이코닉한 영화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이라며 “이전까지는 항상 로버트와 함께 하다가 이번 촬영장에서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그 분의 빈자리를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안에서도 피터가 아이언맨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제는 더 이상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아닌‘ 다정하지만 전세계를 구해야 하는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그래서 가끔 로버트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얻기도 했다”며 아이언맨-스파이더맨과 같은 관계가 현실에서도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톰 홀랜드가 1일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그러면서도 톰은 “지금은 제 옆에 든든한 선배 제이크 질렌할과 함께 연기하면서 캐릭터의 소화가 잘 됐던 거 같다”며 제이크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제이크 질렌할은 이번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으로 처음 MCU에 입성하게 됐다. 그가 맡은 ‘미스테리오’는 다양한 초능력을 지니고 높은 지성을 바탕으로 한 예측력을 지닌 ‘쿨한 캐릭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항을 뒤집어 쓴 듯한 코스튬으로 배우로서는 연기하는 게 다소 답답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제이크는 “쫄쫄이(스판덱스)를 입고 연기하는 걸 이렇게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라는 익살스러운 답변을 무표정한 얼굴로 하면서 사회자와 프레스를 모두 웃게 만들었다.
제이크와 톰은 MCU에서 첫 만남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둘 사이의 케미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해 보였다. 이들은 기자 간담회 중에도 귓속말을 나누며 웃음을 터뜨려대서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가 이어지게 만들었다.
톰은 제이크와의 호흡을 두고 “끔찍했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친해졌다고 말했다. 제이크 역시 “톰은 그야말로 ‘참연기자’”라며 “겸손하고, 사려깊고, 호기심 넘치며, 본인을 한계까지 몰아칠 수 있는 열정 있는 배우다. 젊은 연기자들을 두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편견이 있기 마련인데 그는 집착이라 할 정도로 연기에 열정을 쏟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일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톰 홀랜드와 제이크 질렌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제이크의 말처럼 톰은 이번 ‘파 프롬 홈’에서의 피터 파커를 연기함에 있어 집착 그 이상의 캐릭터 해석을 보여줬다. 톰은 “피터 파커의 내면적 고민이 이번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견인 역할을 한다. 수학여행에 놀러간 청소년으로 머무를 것이냐, 지구를 구하는 수퍼 히어로가 될 것이냐 결정해야 하는 계기가 된 시점이기도 하다”라며 “마블 영화의 페이즈 4(어벤저스:엔드게임 이후의 MCU)와 관련해서도 재미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엔드게임 이후로 마블에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이 페이즈 4에 스파이더맨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고 ‘스포일러’에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제이크 역시 미스테리오를 연기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제이크는 “원작에서는 미스테리오가 빌런 역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스파이더맨과 함께 아군으로, 친구로서 실제 관계를 맺어간다. 그게 저에게 매력으로 느껴졌다”라며 “마침 제가 미스테리오 역을 제안 받았을 때, 뭔가 상상력을 펼쳐 재밌게 연기를 하고 싶다고 느끼던 차였다. 스파이더맨에서 그런 역을 맡게 돼 그 방식대로 연기를 펼쳐나가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제이크는 앞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영화 ‘옥자’를 촬영한 바 있다. 최근 영화 ‘기생충’으로 한참 바쁜 때(?)를 보내고 있는 봉 감독과의 친분에 대한 질문이 빠질 수 없었다.
제이크는 “봉 감독님이 너무 바쁘고 성공한 사람이라 제가 전화를 걸어도 잘 안 받는다”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옥자를) 작업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친구 관계였다. 좋은 친구이자 제가 존경하는, 재능 넘치고 친절한 감독님”이라며 “한국에 오기 전에 봉 감독님께 전화를 걸어 ‘한국 내한 행사에 가는데 추천해줄 곳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메일로 답장을 해줬다. 그래서 어제 봉 감독님이 추천해준 음식점에 톰과 함께 가서 저녁을 먹었다”는 후일담을 풀었다.
이날 내한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톰 홀랜드와 제이크 질렌할에게 ‘스파이더맨 풍 하회탈’이 선물로 주어졌다. 사진=박정훈 기자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10대 히어로’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청소년 팬들에게 큰 어필을 하고 있다. 톰은 “영화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건넬 수 있는 메시지는 ‘자신의 모습에 충분히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이라며 “피터 역시 영화가 진행되면서 스스로 깨닫게 된다. 자신 본연의 모습을 깨닫게 될 때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나 각자 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으니 자신있게 표출하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0대 히어로’ 스파이더맨에 대해 톰은 “완벽하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히어로”라며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영웅이다”라고 말했다. 제이크 역시 “피터 파커는 초능력이 있지만 우리처럼 생겼고, 우리처럼 행동하며, 우리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소년이다. 그런 점이 스파이더맨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스테리오의 매력에 대해서는 “쫄쫄이(스판덱스)”라고 말해 다시 한 번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미스테리오가 비범한 이유는 지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략을 짤 수 있는 능력, 상대방의 수를 몇 개나 더 내다 볼 수 있는 능력이 그의 매력”이라고 진지하게 답변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월드 프레스 투어의 마지막 행사이기도 했다. 많은 취재진이 몰린 탓인지 톰 홀랜드와 제이크 질렌할 모두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고 싶다. 잠깐 간담회장의 불을 켜 달라”고 요청한 뒤 프레스석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모습을 보여 기자들을 다소 당황하게 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에는 주최 측에서 제작한 ‘스파이더맨 풍의 하회탈’을 선물로 받았다.
한편,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어벤저스:엔드게임’ 이후 어벤저스가 부재하는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분)과 그의 새로운 동료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의 새로운 ‘MCU’ 스토리를 그린다. 2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