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네츠는 카이리 어빙(왼쪽)과 케빈 듀란트를 동시에 잡으며 NBA 이적시장 핵으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뜨거웠던 2018-2019 시즌을 마무리하고 미국프로농구(NBA) 에어컨 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렸다. 지난 1일 NBA FA 시장이 열렸다. 각 팀들은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계약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FA 선수들의 행선지가 속속 정해지자 비FA 선수들의 트레이드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새판 짜기’를 넘어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NBA의 여름이다.
광풍의 조짐은 이전부터 보였다. NBA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FA를 예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8-2019 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스타는 케빈 듀란트, 클레이 탐슨, 카와이 레너드, 카이리 어빙, 지미 버틀러, 알 호포드, 켐바 워커, 디안드레 조던 등이었다. 이들은 ‘절대 1강’으로 꼽히는 미국 농구 대표팀에 그대로 들어가도 손색이 없는 멤버(알 호포드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다.
이들이 새로운 팀에 가세한다면 그 팀은 플레이오프 정도는 너끈히 진출할 수 있는 전력 상승효과를 바라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자유의 몸’인 스타들이 2인 이상 한 팀에서 뭉친다면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자연스레 이번 FA 시장을 앞두고 스타들의 이동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햄튼5’의 해체…단숨에 ‘빅3’ 구축한 브루클린
지난 수 년간 NBA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쥐락펴락해왔다. 스테판 커리라는 새로운 NBA 상징을 내세운 이들은 ‘농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으며 리그를 지배했다.
그 중심에는 ‘햄튼5’가 있었다. 이미 2015년 NBA 파이널 우승을 거머쥔 바 있던 이들은 2016년엔 정규리그 최다승 기록(73승 9패)을 세우고도 파이널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에 결성된 멤버가 햄튼5다. 기존 골든스테이트의 주축 선수 커리, 톰슨, 드레이먼드 그린, 안드레 이궈달라가 듀란트의 합류를 설득하러 그가 휴가를 즐기고 있던 햄튼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며 생긴 별칭이다.
햄튼5 결성 이후 파이널 2회 우승으로 역사를 쓴 이들은 2018-2019 시즌을 마지막으로 해체가 유력했다. 듀란트와 탐슨이 FA 자격 획득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여름엔 그린 또한 FA를 예고하고 있었기에 이들을 모두 현재 규모의 샐러리캡에 담아두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듀란트는 팀과 재계약을 선택한 탐슨과 달리 다른 팀을 찾아 시장으로 나섰다. 이궈달라 또한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게 됐다.
이번 FA 시장 최대 수혜 구단은 브루클린 네츠로 꼽힌다. 듀란트와 어빙, 단연 FA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던 두 스타를 한 번에 손에 쥐었다. 지난 NBA 파이널에서 듀란트는 아킬레스건이 손상되는 부상을 입어 다음 시즌 출장이 불투명하지만 이는 브루클린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브루클린에서 손을 맞잡은 듀란트와 어빙은 수령 가능한 최대치 보수 계약을 이끌어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팀은 남는 샐러리캡으로 디안드레 조던이라는 또 다른 스타를 데려올 수 있었다. 수년간 하위권을 전전하다 지난 시즌 6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반등했던 브루클린은 1~2년 내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
2018-2019 NBA 파이널 우승과 MVP를 동시에 거머쥔 카와이 레너드. 연합뉴스
NBA 최고 빅맨으로 평가받는 앤써니 데이비스는 2018-2019 시즌 도중 소속팀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에 트레이드를 요청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뉴올리언스는 트레이드를 타진했고 LA 레이커스행이 유력해 보였지만 협상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미 데이비스의 마음이 팀에서 떠난 지 오래였고 시즌이 끝나자 선수 3명,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 등과 맞바꾸는 조건으로 그는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기존에 자리를 잡고 있던 르브론 제임스와 손을 맞잡게 된 것이다.
NBA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선수와 최고 빅맨의 만남은 남다른 파장을 일으켰다. 강력한 전력을 갖춘 덕에 우승을 원하는 스타들에게 레이커스가 매력적인 구단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2018-2019 시즌 최고 스타 레너드가 레이커스에 합류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레너드는 캐나다 연고 토론토를 이끌고 팀 역사상 최초 파이널 우승을 거머쥐었다. 독보적인 활약에 파이널 MVP 또한 그의 차지였다. FA 자격을 가진 그가 레이커스로 합류한다면 또 하나의 트로피를 진열장에 추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너드에게도 레이커스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데이비스 영입으로 넉넉하지만은 않은 레이커스의 샐러리캡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아직은 루머에 불과하지만 ‘골든스테이트 왕조’를 건설했던 인물 중 하나인 이궈달라 또한 레이커스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이궈달라는 원소속팀 골든스테이트가 듀란트의 공백을 디안젤로 러셀로 채우며 팀을 나오게 됐다. 현재 멤피스 그리즐리스 소속인 그는 계약을 해지(바이아웃)하고 레이커스 합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요란했던 빈 수레…‘빅 마켓’ 뉴욕은 빈 손 수년째 하위권에서 허덕이는 성적과 달리 뉴욕 닉스는 NBA에서 가장 높은 구단가치를 자랑한다. 지난 2018년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 구단’ 순위에서 7위에 올랐다. NBA 구단 중 최고 순위였다. 이렇다 할 스타 선수 없이도 르브론 제임스의 LA 레이커스, 스테판 커리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아래에 뒀다. “FA 대상 ‘트로이 볼튼’이 닉스와 5년 131만 달러에 계약했다.” 뉴욕 닉스 구단의 이적시장 행보를 비난하는 팬들의 반응으로 온라인이 뜨겁다. ‘트로이 볼튼’은 미국 TV 판 영화 속 고교생 캐릭터다. 사진=트위터 캡처 하지만 뉴욕은 올 여름도 몸살을 앓고 있다. 앞서 이들은 이번 여름에 앞서 대대적인 리빌딩 계획을 세웠다. ‘자이온-듀란트-어빙’이 이들의 청사진이었다.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로 처졌기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리한 확률을 얻은 이들은 내심 1순위 지명권을 바라고 있었다. ‘제2의 르브론’이라 불리는 자이온 윌리엄스가 유력한 1순위 후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닉스는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 시키며 샐러리캡을 넉넉히 비워두고 있었다. 다수의 스타들이 FA 시장 참전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닉스의 선택은 케빈 듀란트와 카이리 어빙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목표 중 어느 것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3순위 지명권이 당첨됐고 듀란트와 어빙 모두 지역 라이벌인 브루클린 네츠에게 빼앗겼다. 닉스는 그들이 계약했던 스타급 선수 대신 줄리어스 랜들, 타지 깁슨, 바비 포티스 등과 계약을 맺었다. 이에 뉴욕의 우유부단한 운영을 지적하는 팬들의 분노와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급 선수들에게 지급돼야 할 돈이 애매한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사용됐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선 야구 방망이로 탁자를 내리치는 영상 등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상래 기자 |
카이리 어빙, 한국래퍼 박재범과 한솥밥? 그의 예견됐던 브루클린행 카이리 어빙의 이적은 이번 FA 시장의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2011년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인 그는 올스타 선정 6회, 2016 파이널 우승, 올림픽 금메달 등을 경험한 NBA를 대표하는 스타다. 데뷔 후 첫 FA 자격 획득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락 네이션’의 박재범 소개 페이지. 사진=락 네이션 홈페이지 캡처 2018-2019 시즌이 시작하기에도 앞서 그의 행선지에 대한 여러 가지 예측이 나왔다. 고향 뉴저지와 인접한 뉴욕, 2016년 우승을 합작한 르브론 제임스가 있는 LA 레이커스 등 다양한 행선지가 점쳐졌다. 결국 어빙의 선택은 브루클린 네츠였다. 그는 FA 시장이 열리자 발 빠르게 결정을 마무리 지었다. 다만 6월 중순, FA 시장 개막에 임박해 그의 유력 행선지로 브루클린이 급부상했다. 어빙이 데뷔 후 처음으로 에이전트를 교체했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에서 에이전트 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빙의 경우는 다소 특별했다. 새로 손을 잡은 에이전트사 ‘락 네이션’의 설립자가 다름 아닌 전설적인 래퍼 제이지(Jay-Z)였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스 센터 한켠에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와 제이지를 위한 걸개가 걸려있다. 자연스레 어빙과 브루클린이 연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빙의 전 에이전트는 제프 웨슬러로 그가 NBA 데뷔 이래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큰 역할을 해온 인물이었다. 어빙을 전국구 스타로 만드는 데 일조한 ‘엉클 드류’ 광고 또한 그가 추진한 작품이었다. 이는 지난해 영화로도 제작됐다. 어빙의 새로운 에이전트사 락 네이션은 국내에선 래퍼 박재범의 미국 매니지먼트사로 알려져 있다. 박재범은 지난 2017년 7월 락 네이션에 영입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후 박재범은 같은 소속사 아티스트와도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락 네이션에는 박재범 이외에도 아티스트로 설립자 제이지를 포함해 머라이어 캐리, 샤키라, 리하나 등이 소속돼 있다. 어빙이 새롭게 둥지를 튼 스포츠 부문에는 CC 사바시아(야구), 로멜루 루카쿠(축구), 케빈 듀란트(농구) 등이 함께 몸담고 있다. 김상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