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 ||
이로 인해 정 의원은 해당 학기 전과목이 수강취소 됐고 이듬해에 다시 1학년 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징계처분을 받은 정 의원이 어떻게 학군사관후보생(ROTC)으로 뽑혔는지 선발과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 의원의 대학 성적표에는 대학관계자의 성적 확인도장이 누락돼있어 당시 학사관리에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70년 2월 서울 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한 정 의원은 그해 3월 서울대학교 상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고교시절 문과에서 전교 9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뛰어났던 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학에 진학했다. 정 의원은 1학년 재학 당시 징계처분을 받아 결국 5년간 학교를 다니게 됐다. 통상 ROTC 출신들이 대학 4년을 마치고 군에 가는 것에 비해 그는 입학 동기생들보다 ROTC 기수에서 1년이 늦은 셈이다.
정 의원과 같이 대학을 다녔던 한 동기생에 따르면 정 의원이 교양과목 시험을 보는 도중 앞자리에 앉은 친구의 답안지를 ‘슬쩍’ 보다가 시험감독관에게 적발됐다는 것. 대학측은 정 의원의 행위에 대해 학생징계위원회를 열고 최종적으로 징계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정 의원과 함께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한 인사도 “그 친구(정 의원)가 부정행위를 하다 들켜 유급됐는데 이런 사실을 동기생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며 “그런 친구가 요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니 참으로 난센스다”고 말했다.
당시 학교분위기는 부정행위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적용했다는 게 동년배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측은 “정 의원이 대학 1학년 때에 징계 처분을 받은 적은 있지만 징계 사유와 기간 등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에 관한 내용에 해당되므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다른 관계자는 “당시 정 의원이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학생운동으로 징계처분을 받았겠느냐”면서 “성적불량으로 학사경고를 받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대측에 따르면 당시 징계사유로 학칙위반이나 학생의 분분에 어긋난 행위 등이 포괄적으로 적용됐다고 한다.
대학본부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학업상의 부정행위나 학사업무 방해, 학교건물 손상, 시위 등이 징계사유였는데 상당히 엄격하게 적용됐다”고 밝혔다. 징계를 받은 정 의원은 1학년 2학기에 학점을 전혀 취득하지 못하고 이듬해 봄학기부터 다시 학점을 취득하게 된다. 대부분의 과목을 전년도(70년도 1학기)에 이수했던 정 의원은 71년 1학기에 국어(3학점)와 철학(2학점) 두 과목만 재수강했다. 정 의원은 그해 가을학기부터 정상적으로 대학을 다녔다. 고교시절 성적이 탁월했던 정 의원은 대학시절에는 평범한 학업성취도를 보였다. 전체 평점평균 2.9를 받은 그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좋아졌다.
정 의원은 대학 첫 학기에 평점 2.6점을 받았으나 71년 2학기에는 3.0점을 받았다. 그러다 ROTC 생활을 하던 3학년 때인 73년도에 1,2학기 평균평점 3.1점을 받았고, 4학년이던 74년도에는 최고학점인 3.3점을 받았다. 성적표에 의하면 정 의원은 경제학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따냈다. 3,4학년 때 이수한 군사학 과목도 모두 A학점을 취득했다. 다만 1, 2학년 때 매학기마다 이수했던 교련과목에서는 썩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정 의원의 교련과목은 C학점과 D학점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ROTC 지원을 염두에 뒀던 대학생들이 교련 성적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에 비하면 약간 대조적이다.
▲ 정몽준 의원의 대학 성적표 중 1학년 (70년도) 부분. 부정행위로 인해 징계처분 을 받은 2학기(점선 안) 성적은 모두‘몰수’ 당했음을 알 수 있다. | ||
ROTC 출신의 한 영관급 장교는 “교련과목이 군사학과 비슷하기 때문에 ROTC로 선발되기 위해 (교련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ROTC 출신 장교로 당당히 국방의 의무를 마쳤다. 그렇다면 정 의원처럼 징계처분 경력이 있는 학생도 ROTC로 선발되는 것이 가능할까. 선발기준에 대해 서울대 학군단 관계자는 “C학점 이상이면 일단 (ROTC)지원이 가능하다”면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와 대학 2학년 1학기 때까지의 성적을 통해 선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징계처분을 받은 학생의 선발 여부에 대해 “학생 개개인들의 대학 학적부를 보지 않기 때문에 징계처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만약 그런 처분을 받은 학생이라면 당연히 안뽑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과 ROTC 13기 동기생인 문남부 현 서울대 학군단장은 당시의 ROTC 선발기준에 대해 “옛날 일이라 기억이 잘 안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서울대 ROTC 출신의 한 동기생은 “오래 전 얘기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성적과 체력, 신원보증 등을 통해 뽑았으며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징계를 받은 학생은 당연히 안된다”면서 “서울대 ROTC는 그런 친구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의 ROTC 선발기준에 대해 K대학의 학군단 관계자에 따르면 지원자의 성적과 신원조회로 합격여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성적의 경우 대학입학 성적과 2학년 1학기 때까지의 성적이 기준이며 신원조회는 기무부대의 협조까지 받아 정밀검증을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신원조회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와 대학학적부, 그리고 집안관계 등을 총괄해 선발한다는 것. 한 훈육관은 “대학 당국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은 학생이 타의 모범이 돼야 할 대한민국 장교로 선발될 수 있겠느냐”면서도 “다만 70년대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70년대 당시 ROTC 인력 선발은 육군본부가 직접 관장했다. 육본 인사참모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선발기준에 대한 자료가 없지만 통상 징계받은 학생들은 선발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 의원의 성적표에 나타난 대학관계자 확인도장 누락에 대해 서울대측은 행정상의 착오를 이유로 들었다. 정 의원의 성적표에는 징계처분을 받았던 70년도와 이듬해인 71년도에 성적기록자•대조자의 도장이 빠져있다.
72년도와 73년도 74년도에는 대조자의 도장만 있을 뿐 실제 성적을 기록한 사람의 도장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 학적과 관계자는 “그 당시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성적표를 보면 이름과 생년월일이 틀리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당시 취급자의 착오나 실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명했다. 징계처분과 ROTC 선발과정 등에 대해 정 의원측 핵심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공개적으로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백승구 기자 eag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