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왼쪽)와 윤새봄 웅진 사업운영총괄 전무. 웅진
웅진그룹은 지난 6월 27일 재무적 리스크의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코웨이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금 회장은 지난해 10월 코웨이 재인수에 성공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선 기업인이 한 번 실패하면 낙오자로 전락해버린다. 다시 재기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최선을 다했다”고 밝힌 바 있다. 코웨이 재매각을 결정함으로써 윤 회장의 말이 무색해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코웨이를 인수한 지 석 달 만에 되파는 윤석금 회장은 사실상 입지를 잃었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웅진이 코웨이를 다시 인수한다고 했을 때 ‘회사를 망가뜨린 장본인에게 회사를 건실하게 만들어 다시 넘길 수 있느냐’는 반대 목소리도 높았지만 윤석금 회장이 결국 강행했다”며 “그러나 윤 회장은 차입금을 끌어와 회사 규모를 키운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함으로써 사실상 재계에서 다시 기회를 갖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윤석금 회장은 회장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지만, 웅진그룹 내 지분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회사 규모가 작아진 2013년 12월 윤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웅진홀딩스(현 웅진) 주식 297만여 주 전량을 두 아들에게 절반씩 매각했다. 이에 따라 지주사 웅진은 장남 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이사가 13.88%(1029만 2907주) 지분으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차남 윤새봄 웅진 사업운영총괄 전무는 13.86%(1027만 6395주) 지분으로 뒤를 이었다. 윤석금 회장의 부인 김향숙 씨도 1057주를 보유하고 있다.
코웨이 재매각을 계기로 웅진그룹은 이제 완연히 2세 경영으로 넘어갈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웅진 2세들인 윤형덕 대표와 윤새봄 전무가 그룹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찮아 보인다.
현재 웅진그룹 계열사는 웅진씽크빅, 웅진투투럽 등 11개사지만 웅진씽크빅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공기청정기, 매트리스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사업 규모가 크지 않다. 윤형덕 대표가 직접 챙기는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도소매회사 웅진투투럽의 매출은 15억 원, 당기순이익은 1억 4315만 원에 불과하다. 지주사 웅진은 지난해 매출 2904억 원을 거뒀지만, 영업손실 842억 원, 당기순손실 1033억 원을 기록했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매출 6429억 원, 영업이익 340억 원, 당기순이익 223억 원을 올렸다. 웅진씽크빅은 웅진그룹에서 자산 규모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웅진그룹 자산은 3조 910억 원. 그중 웅진씽크빅 자산은 2조 4746억 원이다. 수익 다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웨이를 매각하면 웅진그룹은 다시 웅진씽크빅에 사업의 무게추가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코웨이 재매각이 2세들의 승계구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웅진이 코웨이를 인수한 뒤 윤석금 회장 측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윤새봄 전무를 기타비상근이사로 올리려 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형 윤형덕 대표가 웅진씽크빅을 맡고, 동생 윤새봄 전무는 코웨이를 담당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코웨이를 다시 내놓으면서 승계구도가 헝클어졌다.
웅진 관계자는 “후계구도와 관련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며 “웅진은 코웨이 매각으로 다시 무부채 기업이 되며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