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달 25일 우리공화당(대한애국당)의 천막을 철거했지만, 사태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우리공화당이 천막의 추가 설치를 예고해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시와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우리공화당 천막을 철거하는 모습. 서울시 제공.
2일 기자가 찾은 광화문 광장에선 더 이상 우리공화당 천막을 찾아볼 수 없었고 사람 키의 2배가 되는 대형 화분들이 그곳을 대신하고 있었다. 우리공화당은 청계광장 소라탑 앞으로 이동했다. 몇몇 당원들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이미 설치된 천막들 뒤로 추가 설치를 시도 중이었다. 우리공화당 관계자는 “며칠 전 그 난리를 쳤고 수십 명이 다쳤지만, 우리는 무조건 광화문 광장으로 다시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 난리’란 서울시가 우리공화당 천막 철거를 시도하며 일어났던 물리적 충돌을 말한다. 서울시가 농성 천막 철거를 위해 수차례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냈음에도 우리공화당이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천막 철거 현장에 있었던 당원들의 증언은 다음과 같다.
25일 자정을 넘어서 커다란 렉카 한 대가 우리공화당 천막 옆으로 다가왔다. 이 시간, 잠에 들지 못한 몇몇 당원들이 “큰일 났다. 조짐이 이상하다”며 불안감을 보였고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새벽 4시가 되자 용역업체 직원들이 천막에 진입을 시도했다. 당원들은 잠자고 있던 다른 당원들을 서둘러 깨웠고, 남성 당원 20명 정도가 용역 직원들 막기 위해 인간띠를 만들었다. 동시에 여성 당원들은 천막 안에 위치한 모기장으로 들어가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이날 공식적인 일출시간은 5시 12분이다. 5시 00분부터 용역 직원과 공무원, 경찰들이 새까맣게 몰려오기 시작했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 세종문화회관에서부터 천막을 둘러쌌다. 그리고 정확하게 12분이 되자 공격이 시작됐다. 천막은 망가지고 천막을 지지하던 각목은 용역 직원과 당원들 손에 들려 무기로 사용됐다. 고성과 비명이 터져나갔고 곳곳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생수병과 스프레이 파스도 무기로 전락했다. 이 전쟁은 1시간 30분 만에 종료됐다. 모기장 안에 뭉쳐 있던 여성 당원들을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공화당 당원의 주장이다.
이 같은 대치 후에도 우리공화당은 천막의 추가 설치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조원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오늘 텐트 철거가 의미가 없다. 다시 배로 칠 것”이라며 2차 대립을 예고했다. 우리공화당 관계자 또한 “다시 돌아갈 것이다. 이번 주 내로 원래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쉽지는 않아 보인다. 천막이 철거된 직후, 서울시 측에서 천막 설치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서둘러 대형 화분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로 떠나자마자 서울시는 두 시간 동안 지게차 등을 이용해 화분 80개를 설치했다. 화분과 화분 사이의 간격이 좁기 때문에 만약 텐트를 설치하려면 화분을 밀어내야만 한다. 기자가 직접 화분을 밀어봤으나 대형 화분은 꼼짝하지 않았다. 앞서의 관계자는 “광화문 현판을 중심으로 북측이 있고 남측이 있다. 대형 화분은 남측에만 설치된 상태로 우리는 북측에 설치할 수 있다. 어렵지도 않다. 수십 군데에 천막 설치할 수 있다. 뻥뻥 뚫렸지 않나. 공무원 다 동원해도 못 막는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광화문광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광장 무단 사용 및 점유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2억 원이 들었는데,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의 월급을 가압류하겠다. 끝까지 받아내겠다”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 우리공화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과잉진압 등의 이유로 검찰에 고소했다.
우리공화당이 천막 농성으로 얻고자하는 것은 ‘310 진상규명’이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도중 5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공화당은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이어왔으나, 서울시는 조례를 내세워 이를 제지했다. 광화문 광장은 정치적 목적 없는 문화생활 등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우리공화당의 천막은 불법이다. 그러나 우리공화당 관계자는 “조례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헌법에서 말하는 정당 활동 부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공화당 천막 농성 논란이 일 때마다 거론되는 것이 ‘세월호 천막’이다. 세월호와 우리공화당의 천막 성격이 다르다는 여론도 존재하지만, 우리공화당 입장은 다르다. 당 관계자는 “정치적인 진영 논리로 세월호 이야기를 계속 꺼내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만 비교해보라. 세월호는 진상규명단이 꾸려지고 책임자 처벌까지 이어졌다. 게다가 기념관까지 세워지지 않았나. 하지만 우리는 사상자들이 발생한 것에 대한 진상규명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론 우리도 세월호를 정치적 목적으로 거론하는 걸 꺼려한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입장 차가 너무 크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후 우리공화당은 천막 농성을 통해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이런 모습은 향후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지난달 18~20일, 자체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태극기에 좋지 않은 느낌이 든다’는 사람(5%) 중 74%는 그 이유를 ‘태극기 집회 때문’이라고 꼽았다. 다소 거친 모습의 농성과 집회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은 것이다.
반면, 우리공화당 측은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천막 농성 정당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CBS 의뢰, 지난달 28일)에서는 ‘시민에 불편을 주는 불법 천막이므로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해야 한다’는 응답이 62.7%로 집계됐고, ‘형평성을 고려해 우리공화당의 주장이 펼쳐지도록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응답이 26.2%로 나왔다. 우리공화당은 ‘26.2%’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공화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물론 이게 지지율은 아니지만, 국민들 중 26.2%가 우리의 농성을 응원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