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재매각에 나서면서 어느 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인지를 두고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복수의 기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인수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르는 기업들이 한결같이 코웨이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코웨이 인수 후보로는 LG전자와 SK네트웍스, 현대, 롯데 등 렌탈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과 CJ, GS리테일 등 2012년 코웨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들이 언급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코웨이가 강한 브랜드 파워와 현금 창출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알짜 매물’이라는 데 동의한다. 코웨이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2조 7000억 원, 영업이익은 5200억 원이다. 영업이익률이 18%로 동종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데다 국내 가전 렌탈 시장 점유율이 상위 7개사 합산 기준 54%를 기록할 만큼 압도적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웅진코웨이는 국내 정수기 렌탈시장에서 압도적 브랜드 가치를 지녔고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며 “아울러 배당성향이 70%, 시가배당수익률도 4% 이상으로 배당주로서도 투자 매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CJ 관계자는 “(코웨이 인수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GS리테일 관계자도 “전혀 검토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 공식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고 전했다. LG전자나 SK네트웍스 등 다른 주요 인수 후보들도 코웨이에 별다른 관심을 드러내지 않는 실정이다.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반응은 렌탈업계 경쟁자들이 많아지면서 코웨이의 성장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몸값이 너무 높다고 판단한 데서 비롯한다. 웅진이 매각하고자 하는 코웨이 지분은 25.08%다. 웅진그룹은 MBK파트너스로부터 1조 6800억 원에 22.17%를 인수했고, 이후 2000억 원을 들여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2012년 MBK가 코웨이를 인수할 당시 가격인 1조 1900억 원보다 몸값이 훨씬 올랐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SK네트웍스부터 LG전자, 삼성, 쿠첸 등이 공격적으로 렌탈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자가 느는 상황에서 코웨이가 기존 사업자들한테 매력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도 “지금은 코웨이 보유 고객이 가장 많지만 막강한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대기업 상대로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렌탈시장이 ICT와 결합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경쟁구도로 흘러가는 만큼 기술력보단 렌탈 서비스에 강한 코웨이가 현재 기업 가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웨이 인수 후보자로 기업들보다 사모펀드(PEF)들에 더 많은 시선이 향한다. PEF는 산업적 판단보다 기업의 재무적 가치를 따져 인수한 뒤 되팔아 차익을 얻는다. 현금창출력이 높은 코웨이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실제 인수전 참여 기업에 대해서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M&A 초기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가 코웨이 몸값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기업들마다 아직 내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M&A는 확정되기 전까지는 극비리로 진행되는 예민한 사안으로 인수에 관심이 있더라도 대부분 기업이 속내를 드러내려 하지 않을 것”며 “코웨이 재매각 발표가 갑작스럽게 나온 만큼 기업들마다 자사 사업과 시너지 효과와 시장 확장성, 인수시 사회적 인식 등을 따져 인수전 참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웅진그룹이 재무리스크로 급하게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인수 후보군을 두고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코웨이 매각이 시급한 웅진그룹의 상황이 시장에 공개된 만큼, 거래에서 우위에 선 인수 후보자들은 최대한 내린 가격에 인수하려 들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웅진이 매각을 희망하는 지분 25.08%의 적정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해 2조 원대로 평가받는다. 웅진그룹은 현재 재무적 상황을 개선하려면 2조 원 이상 최대한 높은 가격에 매각해야 한다. 웅진이 코웨이 인수에 쏟아부은 돈 1조 9000억 원 중 1조 6000억 원은 빚으로 조달했다. 한국투자증권이 1조 1000억 원을 인수금융으로 대출했고, 웅진씽크빅 전환사채(CB) 5000억 원을 인수했기에, 매년 내야 하는 500억 원 이상의 이자를 합쳐 한국투자증권에 1조 7000억 원가량 갚아야 한다. 지주사 ㈜웅진이 자체적으로 빌린 돈도 2000억 원가량 남아 있다.
이러한 점은 웅진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재정난 탓에 코웨이를 급하게 처분해야 하는 처지가 다 알려진 터라 인수 희망자들이 시간을 끌면서 조금이라도 더 낮은 가격에 인수하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와 딜에서는 코웨이에 대한 우선 매수권이 웅진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런 조건이 없어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다”며 “현재 영업이익이 좋고 MBK에서 인수한 것보다 더 많은 지분을 매각하는 만큼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