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평리조트는 지난해 매출액 1800여 억 원, 영업이익 240여 억 원을 달성했다. 복합레저타운으론 국내 최초, 최대, 최고라는 수식어와 함께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은 회원권이나 콘도분양권을 하나쯤 갖고 있는 명소로 알려졌다. 2016년에는 상장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용평리조트의 A 콘도는 대관령의 절경 속에 위치한다. 그런데 이곳에선 빼어난 경치와 함께 다소 특이한 모습이 포착된다. 콘도가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과 설치되지 않은 곳으로 나뉘어 있는 것. 실제로 5개의 콘도 동 가운대 일부에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용평리조트 A 콘도 전경. 고성준 기자
용평리조트 측은 A 콘도는 450개실 중 가운데 30%가량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고 밝혔다. 연세가 있는 입주자들이 많아 엘리베이터는 꼭 필요한 이동 수단이지만 나머지 객실 70%는 엘리베이터가 아예 없다.
그렇다면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부분적으로만 있는 이유는 뭘까. 입주자들은 리조트 측이 분양 당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기로 해놓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여태까지 미뤄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입주자 B 씨는 “분양 초기에 상담할 때 곤돌라와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겠다고 호언장담했고 주민들이 계속 요구해왔지만 아직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입주자들에 따르면 리조트 측은 분양 당시 엘리베이터 설치에 대해 공공연히 약속을 했다. 더군다나 분양 초기 자금압박을 받던 쌍용건설이 이 콘도를 용평리조트에 넘겼다. 입주자들은 “더 건실한 회사로 넘어갔으니 엘리베이터가 곧 설치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밋빛 희망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리조트 측은 2012년에 콘도라운지 인근에 위치한 X동 건물에만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을 뿐 이후 추가설치 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약속을 지키지 않는 리조트에 대한 입주자들의 불신이 점점 커져갔다. 평창 동계올림픽 직전에 리조트 측이 “올림픽 후에 설치해주겠다”며 주민들을 달랬지만 이후 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용평리조트 관계자는 “분양 당시 콘도 전체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건 사실이다. 2012~2013년 일부 동에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자 다른 동에서도 설치를 요구했다”면서 “최근 들어 여러 회원(입주민)들의 엘리베이터 설치 관련 질문이 계속 이어져 5월경 운영위를 열어 회원들이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조건하에 단계적인 공사 추진을 협의했었다. 비용을 낸다는 분도 있었지만 안낸다는 분도 있었다. 엘리베이터 설치 논의는 완전히 끝난 상태가 아니다. 하반기에 전체 회원에게 의견을 다시 물어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X동에만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이유에 대해선 “당시엔 X동을 제외하고 전체 이용자의 동의가 없었고, 재원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며 “최근에도 일부 회원이 설치를 반대하며 평창군 등 관련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면서 엘리베이터 설치 요구가 입주민 전체의 뜻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용평리조트 관계자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평창군 관계자는 “용평리조트의 A 콘도 관련 민원이 5월경에 제기된 적이 있지만 이는 콘도 등의 관리비 운영에 관련된 사안이지 엘리베이터 설치에 대한 반대 민원이 아니었다”고 확실히 밝혔다. 이어 “용평리조트와 입주민 간의 시설물 설치 등의 문제는 안전상이나 회계처리상의 위법사항을 제외하고는 군청과는 전혀 무관한데 왜 리조트 측이 군청 핑계를 대는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입주자들은 리조트 측의 답변과 태도가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입주자 C 씨는 “콘도 입주자 대부분이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설치된 콘도 입주자조차 자신들만 혜택을 누리는 것 같다며 분양 당시 약속한 엘리베이터 설치는 당연하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분양 초기에 입주해 전후사정을 잘 안다는 입주자 D 씨는 “2012년 X동 엘리베이터 설치와 주변 도로 정비는 콘도 추가 분양을 위해 리조트 측이 전시효과를 기대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X동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이후 용평리조트의 분양실적이 상승했으며 이를 계기로 2016년 상장까지 했고,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지원 및 후원사업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리조트 측은 최근 또다른 콘도 건축과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돈이 드는 일은 모른 척하고 돈벌이에만 너무 혈안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