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와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경찰 관계자들이 내놓는 평이다. 일부 여론과 네티즌들은 ‘YG 뒤에 누가 있냐, 왜 승리도, 양현석 전 대표도 구속되지 않느냐’며 경찰과 YG의 유착 의혹은 제기하지만, 정작 경찰 수사팀의 반응은 다르다. 정확히는 억울함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일부에서는 “여론에 휩쓸려 억지로 잘못을 만들어야 한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보면, 경찰의 하소연도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핵심 증거가 없는 의혹 제기들뿐이기 때문.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경찰은 여러 갈래로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확실하게 증거가 잡힌 게 없다. 자칫하면 YG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에 대한 수사는 전 빅뱅 소속 가수 ‘승리’ 때보다도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현석 전 YG 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임준선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말레이시아 재력가 조 로우를 성 접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양현석 YG 전 대표 프로듀서를 6월 26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오후 4시쯤 출석한 양 전 대표를 9시간 넘게 조사하고 다음날 오전 1시쯤 돌려보냈다.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은 양현석 전 대표가 지난 2014년 한 술집에서 조 로우에게 술과 함께 성접대를 했다는 것. 언론에 인터뷰한 제보자는 “유흥업소 여성들과 조 로우 일행이 이른바 2차를 간 호텔을 당시 YG 직원이 잡아줬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고 그러면서 술자리 등에 참석했던 가수 싸이 등 자리 배치도 덧붙였다. 또 “당시 업소 종사자 일행 10여 명은 출장 명목으로 프랑스, 모나코 등을 방문했고 단체 쇼핑을 했다. 조 로우가 (계산)해줬다는 이 사건은 너무 유명하다”고 언급하며 성접대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전언’이었다는 점이다. 수사를 벌이기 위해서는 확실한 범죄 혐의 입증을 위한 진술 등 각종 영장 신청을 위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해당 보도에서 나온 내용들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방송을 여러 차례 봤지만, 결국 ‘성접대를 했다’가 아니라 ‘성접대를 했다더라’와 같은 전언이지 않냐”며 “술을 먹는 것과 성접대를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성접대를 했다는 당사자나 중간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핵심 진술이 있어야 하는데 ‘했다더라’는 것만으로는 영장을 신청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또 “해당 여성들이 재력가와 해외여행을 가서 선물을 받은 게 어떤 죄목을 적용할 수 있겠냐”고 덧붙였다. 경찰은 수사를 위해 제보자도 접촉해 당시 방송 인터뷰 내용 등을 더 확인했지만, ‘성접대를 하는 것을 봤다’와 같은 핵심 진술은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찰이 선택한 것은 기초 사실관계부터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당시 자리에 참석했던 가수 싸이 등과 유흥업소 여성들을 불렀다는 정 마담 등 술집 종업원 등 관련자 10여 명을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이 역시 도움이 되지 않았다. 9시간 넘게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가수 싸이는 “먼저 현석이 형과 자리를 떠서 성접대가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진술했고, 정 마담과 술집 종업원 등은 “성접대는 없었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경찰 수사가 ‘제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양 전 대표 역시 26일 조사에서 “술자리에 갔던 것은 맞지만 성접대는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앞선 경찰 관계자는 “동석했다는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했다고 하더라도, ‘성접대를 했다’는 구체적인 진술 협조 등이 있어야만 돈이 오간 것을 입증할 계좌 영장을 신청할 수 있고, 연락이 오고간 것을 입증할 통신 영장도 신청할 수 있다”며 “지금 나온 사실 관계로는 영장도 칠 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실제 영장을 하나도 신청하지 못한 상황인 탓에,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양 전 대표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갑룡 경찰청장. 임준선 기자
“결국 승리가 승리한 것 아닌가요.” 성매매 알선,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빅뱅 전 멤버 승리가 결국 불구속 기소로 기소되자, 네티즌들이 내놓았던 반응이다. 구속되지 않은 채 기소되는 승리를 ‘경찰이 봐줬다’는 시각에서 비판한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양현석 전 대표 역시 승리 때처럼 경찰의 비호 속에 제대로 된 수사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찰 의지는 상당하다. 앞선 경찰청 관계자는 “정말 우리는 너무너무 양현석 전 대표를 잡고 싶다”면서도 “범죄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나 자료가 부족해서 그렇지,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고 말할 정도. 실제 경찰은 양 전 대표 처벌을 위해 가능한 방법을 최대한 동원하고 있다.
공소시효 연장도 이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 미리 공소시효 연장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7월 1일 오전 서울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2014년 7월 술자리에 양 전 대표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돼 그때를 포함해 계산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혐의 내용 등이 더 밝혀지면 연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소시효 연장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 역시 이 자리에서 “양 전 대표의 성접대 및 YG의 마약 관련 등 모든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사실을 확인하면서 수사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의 명예를 걸고 낱낱이 확인하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론의 비판도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민 청장은 “오래된 사안이고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며 “관계자를 다 불러 조사하면서 역으로 증거를 찾고 있어 다소 더뎌 보일 수 있으나 낱낱이 수사할 것”이라고 갈음했다.
검찰과 경찰 범죄정보 수집 라인도 YG 관련된 첩보 모으기에 한때 혈안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정당국 범정 라인 관계자는 “2~3달 전부터 위에서 YG 관련된 얘기를 최대한 들어보라는 얘기가 있었고, 실제 그동안 누적된 범죄 정보들 역시 수사라인으로 넘어간 것으로 안다”며 “언론에 거론되지 않더라도 새로운 혐의가 수사 도중 등장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