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송혜교. 사진=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6월 27일 ‘일요신문’ 특종으로 보도된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의 이혼은 조정을 통한 합의만을 남겨 놓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송중기 측이 먼저 치고 나선 데 비해 송혜교 측의 대응은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애초에 송중기가 이날 먼저 보도자료를 낼 것에 대해서도 그 직전에서야 알았다는 것이다.
송중기 측은 송혜교 측 보다 1시간 여 먼저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두 사람 모두 잘잘못을 따져가며 서로를 비난하기 보다는 현명하게 이혼절차를 마무리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송혜교 측도 “신중한 고민 끝에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사유는 성격 차이로, 양 측이 둘의 다름을 극복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에는 늘 그렇듯 뒷말이 따랐다. 이른바 ‘송송커플’의 이혼을 놓고 대중들은 “송혜교의 잘못이다” “송중기의 잘못이다”라며 답이 정해지지 않은 갑론을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애초에 양 측이 정확한 이혼 사유를 밝히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송중기 측의 “잘잘못을 따져가며 서로를 비난하기 보다는”이라는 언급에서 마치 송혜교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듯한 미묘한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27일 이혼 사실을 밝힌 송중기, 송혜교. 사진=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중들의 관심사가 집중된 만큼, 6월 27일 포털사이트의 급상승 검색어는 오전부터 밤까지 ‘송중기 송혜교’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송중기 측이 보도자료를 제공했던 오전 9시를 기점으로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고, ‘송중기’ ‘송혜교’ ‘송송커플’ ‘이혼조정신청’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오전 내내 상위권을 지켰다.
문제는 점심 이후의 또 다른 검색어의 등장이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지라시가 돌기 시작하면서 ‘박보검’의 검색율이 급상승한 것이다.
이혼의 원인을 두고 송혜교와 마지막으로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던 배우 박보검에게 불똥이 튀었다. 결국 송중기, 박보검의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측이 허위 악성 루머에 대해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선포하면서 검색어 소동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대부분의 연예인 결혼과 이혼이 그렇듯 이 건 역시 하루 안에 사그라질 불씨였다. 그런데 또 다른 복병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튿날인 28일 오후 4시를 기점으로 이번에는 갑자기 ‘송중기 생가’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맘카페 등 각종 커뮤니티에 동일한 시간대에 올라온 ‘송중기 생가’ 바이럴. 사진=네이버 캡처
‘송중기 생가’는 대전에 위치한 실제 송중기의 생가로 현재는 국내외 송중기의 팬들을 위한 박물관처럼 운영되는 곳이다. 송중기의 아버지가 직접 관리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혼과 전혀 관련 없는 ‘송중기 생가’가 갑자기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맘카페에서 찾을 수 있었다. ‘송중기 생가’의 검색률이 상승하는 시간대에 한 네티즌이 여러 맘카페에 가입했고, 송중기 생가와 관련한 ‘바이럴’ 게시물을 작성해 검색을 유도하고 여론을 선동하려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앞서 송중기가 이혼을 밝힌 직후 “송중기의 아버지가 송혜교를 못마땅해 했고, 아들을 너무 사랑해서 ‘송중기 생가’까지 만들 정도라더라. 송혜교가 시집살이에 못 이겨서 이혼을 요구한 것이다”라는 네티즌들이 어림짐작이 있기도 했다. 이런 짐작을 바탕으로 당시 SNS 실시간 검색어에도 ‘송중기 생가’와 ‘송중기 아버지’가 상위권에 올랐다. 그리고 이튿날 다소 어설픈 바이럴 마케터가 이를 이용해 맘카페에 침투했다가 도리어 정체가 들통 나서 탈퇴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송중기와 송혜교의 이혼을 놓고 계속해서 등장하는 ‘이상한 검색어’는 이 뿐만이 아니다. 6월 29일 배우 고 전미선 씨의 부고와 30일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해 잠깐 주춤했다가 지난 1일 새벽 3시를 기점으로 또 다른 이상한 검색어가 검색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바로 ‘송중기 탈모’다.
뜬금없이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한 ‘송중기 탈모’.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포털사이트의 경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선정할 때 ‘특정 시간대에 검색량이 급격히 상승한 검색어’를 기준으로 한다. 이혼 공식 발표로부터 다소 오랜 시간이 지난 7월 1일 새벽 3시에 누군가 갑자기 송중기의 모발 상태가 문득 궁금해졌고, 함께 궁금해 하는 많은 네티즌들과 함께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3위 안에 올렸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송중기의 ‘탈모’가 언론에 언급된 것은 이혼 소식이 보도된 직후의 일이었으나 본격적인 보도가 이어진 것은 이처럼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고 나서였다. 송혜교 측 지인이 밝혔던 “송혜교가 결혼생활 동안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해 살이 빠졌고 결혼반지조차 맞지 않을 정도였다”라는 보도에 대한 대항마로 “송중기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탈모의 고통을 받고 있다”라는 반박 보도가 이어진 셈이다. 결국 새벽에 갑자기 검색어로 솟아오른 송중기의 ‘탈모’는 다음날 정오까지 상위권을 지키다가 서서히 내려갔다.
일각에서는 송중기‧송혜교의 이혼을 놓고 벌어지는 이같은 ‘검색어’ 싸움에 양 측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나온다. 명확한 이혼 사유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송중기 측의 “잘잘못”과 “비난”이라는 묘한 뉘앙스, 거기에 “(송혜교가) 거짓말을 유포하면 모든 걸 공개할 수 있다”라는 언급 등을 미뤄 봤을 때, 양 측이 내놓고 상대방을 비방하는 게 아니라 바이럴로 공격과 방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연예기획사 홍보팀장은 “보통 바이럴을 할 때 새벽 시간대를 노려서 포털이나 SNS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맞다. 새벽 3~4시 사이에 표적 키워드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출근시간대 대중들이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바이럴 마케팅을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실체 없이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서 이런 방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예를 들자면 소속사와 계약 분쟁을 일으키고 나간 연예인과 관련한 검색어를 집단 조작한다든지 하는 문제다”라면서도 “그런데 이혼이나 결별 등 연예인 개인의 사생활을 가지고 하는 이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대중들이 의아해 하는 것도 아마 그런 부분 때문일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송중기‧송혜교의 이혼조정신청은 서울가정법원 가사12단독부(부장판사 장진영)가 맡는다. 양 측이 조정에 합의하면 이혼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지만,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정식 이혼 소송으로 넘어간다. 이들의 첫 조정 기일은 법원의 정기 휴정기가 지난 8월 초에 잡힐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