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최종암 작가의 소설 ‘백제, 바람에 무너지다’는 서기 660년 7월 10일 계백과 김유신이 황산벌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장면으로 이야기의 서막을 연다. 계백의 패전 이후 의자는 사비성 남쪽으로 군사를 보내 나당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그 전투마저 패하자 의자는 웅진성으로 피신해 지방군을 기다린다. 당시 중앙군보다도 훨씬 큰 세력이었던 지방군이 합세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의자가 단 며칠 만에 맥없이 항복을 한다. 당시 지방의 귀족 및 성주들은 일부나마 의자와 합세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나당연합군이 웅진성을 강제로 함락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소설은 계백의 황산벌 패전 이후 의자가 웅진성에서 항복하기까지 8일 동안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7월 10일 계백의 패전, 사비성 남쪽에서 3일 동안의 항전, 웅진성으로 피신했던 13일 이후 18일 항복하기까지 8일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자료에 근거해 상상한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일반화되지 않은 백제 폐망의 역사를 재조명하고자 했다.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근거는 문화재청이 ‘2014년 공산성 제7차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유물들이다. 문화재청은 “공산성 제7차 발굴조사 결과 백제시대 완전한 형태를 갖춘 대형 목곽고와 당시 저수지에 수장된 화살촉, 철모, 갑옷과 칼, 창, 마면주, 마탁, 깃대와 깃대꽂이 등 다량의 전쟁 도구들이 발견돼 백제 멸망 당시 나당 연합군과의 치열한 전쟁 상황이 추론된다”고 밝혔다. 또한 저수지에서는 수상한 두개골 한 구가 추가로 발견되었는데 목이 잘려 수장된 것으로 추정되며 두개골 양 옆이 심하게 깨져 있었다고 밝혔다. 저수지에서 발견된 두개골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였을까.
작가는 그 두개골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상상한 뒤 당시의 자료를 샅샅이 뒤져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
2014년 장편소설 ‘대망새’로 등단한 최종암 작가는 2013년 칼럼집 ‘큰 바보가 만드는 위대한 세상’을 출간했으며 2015년 10월 종합문예지 문예감성 소설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권성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