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2명이 이사장에게 무릎을 꿇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복수 이상의 유한대 교원에 따르면 2017년 하반기쯤 이권현 전 총장은 유도재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소명했다. 이 자리에 있었던 A 교수와 B 교수 역시 눈앞에서 총장이 이사장을 향해 무릎을 꿇는 강압적인 상황이 벌어지자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었다. 이 전 총장에 따르면 이들 2명이 벌인 일로 유도재 이사장은 대로했었다.
이 가운데 A 교수가 무릎을 꿇은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들 관계자에 따르면 무릎팍 사건은 예전에도 있었다. 두 차례 발생한 무릎팍 사건 사건의 발단은 유한대 내부에서 일어났던 ‘교수 징계 사건’ 때문이었다. 교수진에 따르면 2017년 A 교수와 B 교수는 강의 관련 문제로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징계가 정당했다면 별 문제 없었겠지만 이 징계는 ‘본보기 만들기‘의 결실이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2011년 취임하자마자 교수진과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해 온 이권현 전 총장이 첫 신경전에서 패배한 뒤 교수진의 예봉을 꺾으려는 시도였다는 게 유한대 내부의 평이다.
갈등은 이 전 총장이 구성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제도를 바꾸며 서서히 시작됐다. 이 전 총장이 교수의 월급에도 손을 대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교수의 상여금 지급 방식을 동의 없이 바꿔버렸다. 교수진이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송사 직전까지 간 뒤에야 이권현 전 총장은 사과문을 올렸다. 이 전 총장은 사과문을 통해 “제도를 변경하면서 개혁을 서두르려는 급한 마음에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법적인 제반 사항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총장의 명백한 실수였습니다. 이제라도 그 잘못됨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후 이권현 전 총장은 성과주의 채찍질 강도를 높였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책 잡기와 성과주의 평가가 정착됐다는 게 상당수 교직원의 증언이었다. 4년 동안 연구업적평가지침이 18회 정도 바뀌었다. 그러다 무릎팍 사태까지 발생했다.
교수진에 따르면 이권현 전 총장과 교직원 일부는 특정 교수의 수업 시작 때 직접 강의실을 찾아 학생 인원수 등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학내 사찰을 벌였다. 유한대 강의실 출입문에는 어느 날부턴가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은 유리창이 생겨났는데 이 유리창은 증거 수집 통로가 됐다.
그러다 A 교수와 B 교수가 레이더에 걸려들었다. 학교는 두 교수가 3학년과 4학년생이 야간에 듣는 전공심화과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중징계를 내렸다. 교수는 양형이 과하다는 생각에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이 사실을 알렸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징계를 받은 교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면 양형을 다시 살피는 조직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징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교수 손을 들어줬다. 유한대 내부는 상당히 시끄러워졌다. 징계가 잘못됐다는 교육부 판단 때문이 아니었다. 내부 문제를 외부에 알린 교수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고 교육부에 알린 교수를 학교 쪽에선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교원들에 따르면 한 고위 보직자는 여러 차례 교수를 찾아가 특정 요구를 지속하는 등 압박을 계속했다.
교수에게 주어진 요구 사항은 잘못을 인정하는 ’사죄의 글‘을 학교 내부에 올리라는 지시였다. 사과할 마음이 없었던 교수는 계속된 압박에 도저히 버틸 힘이 없어 두루뭉술하게 사과문 하나를 썼다. 유한대 쪽은 만족하지 않았다. 문장을 교열하고 직접 방향성을 지시하는 등 사과문을 다시 쓰도록 압박했다. 한 교수는 이때쯤 이 전 총장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기도 했다. 이때 녹취를 하고 있었단 사실이 드러나자 이 전 총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교수의 무릎은 바닥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일요신문’은 무릎팍 사건의 상세한 이야기를 당사자에게 직접 듣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A 교수는 “난 모르는 일이다. 더 이상 어떤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교수진에 따르면 무릎팍 사건의 피해를 입은 교수들은 평소 교내 활동도 거의 하지 않고 보직 욕심도 없는 조용한 성품의 연구형 교수였다고 알려졌다.
이권현 전 총장도 무릎팍 사건을 인정했다. 이 전 총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그 교수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 이를 두고 이사장이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기관장인 내게도 잘못도 있으니 날 벌하라’는 취지로 같이 무릎을 꿇은 거였다”며 “최고경영자는 경영 목표가 있다. 올바른 길로 가야 한다. 구성원이 잘한 행동이든 못한 행동이든 최고관리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총장‘이라는 자리는 이 전 총장에겐 ’최고경영자‘였다. 교직원 명함에 “바른 인성, 명품 취업, 졸업이 곧 취업인 대학”이라는 표어가 담긴 것도 이 전 총장 때였다.
교수진은 계속되는 이런 폭압적 환경이 학교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교수는 “유일한 박사는 사람을 우선시했다. 인간 존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 학교는 도착만 하면 불안하다. 정신과 약을 먹는 교수도 있다”며 “구성원 일부가 학교를 좌지우지하며 이런 식으로 학교를 운영해 간다면 유일한 박사의 지키려 했던 가치가 유한대에서 가장 먼저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