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천재’ 방성윤이 KXO 리그 우승 소식으로 오랜만에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진=이종현 기자
#예상 못했던 극적인 우승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방성윤은 KXO리그 우승 이후 5일이 지났지만 아직 얼떨떨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우승이라 너무 기뻤다”면서도 “좋은 사람들끼리 만나서 부상 없이 즐겁게 대회를 치렀다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가 속한 한울건설&쿠앤훕스의 우승은 그 과정이 유난히도 극적이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게다가 상대는 3X3 국가대표가 즐비한 ‘하늘내린인제’였다. 그는 “사실 결승전에서 포기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 전까지는 워낙 정신이 없었다. 지금 생각나는 건 15-20으로 지고 있을 때부터다. 5점차라 어렵겠다고 생각했다(3X3은 21점을 먼저 기록하면 경기가 종료됨). 거기서 선수들이 연속으로 2점슛(5대5 농구에서의 3점)이 연달아 들어갔다. 그 순간 장소만 야외지 과거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정도로 긴박했다(웃음).”
그는 이날 KBL에서 활약하던 시절 못지않은 슛감각을 자랑했다. 극적인 2점슛을 성공시키며 20-20 동점을 만들어냈다. 경기를 일찍 끝낼 수 있었던 기회도 있었다. 방성윤이 자유투를 얻어내면서다. 하지만 이에 실패했고 또 다시 얻은 기회(자유투)로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는 “자유투 때 정말 긴장됐다. 다리와 손이 떨릴 정도였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KBL 복귀? 마음 내려놨다”
그는 지난해 KBL 복귀 의사를 드러내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2010-2011 시즌 이후 갑작스럽게 농구계를 떠났던 그다. 이후엔 폭행,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폭행 건에 대해서는 무죄, 일부 사기 혐의는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2018년 11월 열린 KBL 집행위원회에서 복귀 불허 조치를 내리며 무산됐다.
여전히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묻자 “마음을 많이 내려놨다”는 답이 돌아왔다.
“살다보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많더라. 놓을 땐 놓아야 한다. 지난해 시도 이후 마음을 비우게 됐다. 지금은 그저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열심히 하다보면 어쩌면 또 기회가 있을 수도 있는 거고. 마음을 비웠지만 아예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항상 한쪽 구석에 그런 마음(복귀)이 조금은 남아 있다.”
그는 SK 나이츠 구단을 향한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SK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면서 “내가 처음 말씀을 드렸을 때 그냥 단칼에 거절 하실 수도 있었다. 그랬으면 그냥 거기서 끝나는 거다.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시고 고생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30일 열린 2019 KXO리그 3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울건설&쿠앤훕스’ 소속 김상훈(왼쪽)과 방성윤. 사진=이종현 기자
방성윤이 활동 중인 3X3 농구는 국내외에서 그 규모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 특히 2020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가속화되고 있다. KBL 선수 출신 이승준도 국가대표팀을 오가고 있다. 지난 KXO 리그와 같은 활약이 이어진다면 방성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이에 “대회 현장에서도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가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되물었다. 이어 그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해볼 생각은 있다. 국가대표라는 말을 들으면 과거 생각이 나면서 특별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실제 KXO 리그에서 그의 활약상을 전하는 언론 보도와 동영상 등이 전해지자 방성윤을 응원하는 온라인 댓글이 다수 달리기도 했다. 동영상으로 봐도 여전한 그의 슛폼을 지적하며 ‘복귀하라’는 댓글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이 같은 여론에 대해 그는 “욕도 있다. 욕먹어도 싸다. 내가 내 복을 발로 차고 나갔었다”며 웃었다.
또한 “당연히 좋은 댓글을 보면 기분 좋다. 욕을 해주셔도 상관이 없다. 내가 자처한 일이다. 그만큼 관심을 가져 주신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노력하면 부정적인 생각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BL의 최종 불허로 한 차례 복귀가 무산된 그는 “이제는 마음을 많이 내려놨다”고 전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가장 큰 관심을 받던 농구 스타였지만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져있는 방성윤이다. 그럼에도 그는 ‘노력’을 이야기했다. 농구 인기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자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 날 커피숍에 갔는데 한 분이 나를 알아보시고 옆에 있는 분에게 이야기를 하시더라. 그런데 그 반응이 ‘농구 재미없는데 왜 봐’였다. KBL 무대에서 멀어져 있으니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 잘 느껴진다(웃음). 어떻게 하면 인기를 올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됐다.”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참가하게 된 3X3 농구에서 작게나마 힌트를 찾았다. “농구를 직접 하시는 분들은 정말 많다. 3X3 농구가 좀 더 활성화 된다면 인기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정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3X3 농구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3X3 농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방성윤은 “현재 국내에선 각기 다른 운영주체에 의해 3개 리그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힘을 한데 합쳐도 어려운 상황에서 각 리그가 일정을 조금씩 겹치게 잡고 있다. 선수들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면서 “3개 단체가 통합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일정이 조정돼서 겹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러면 더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아쉬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작년까지는 KBL 복귀할 수 도 있다는 생각에 몸을 만들려고 무작정 운동만 했었다”는 그는 올해 다방면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중에는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고 주말엔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슈팅 클래스를 열고 있다. 틈틈이 시간이 나는 대로 한울건설&쿠앤훕스 동료들과 훈련을 하고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그저 ‘현재에 충실하자’는 마음뿐이다. KBL 복귀나 국가대표, 지도자 자리 등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도 없다. 다만 옛날 ‘마지막승부(드라마)’, ‘슬램덩크’ 시절처럼 농구 인기가 많기만을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라며 웃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