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노동조합 연대 출범 준비위원회가 8일 오후 6시 양평문화원에서 양평지역 노동조합원(간부)의 의식 함양과 지역 연대 강화를 위한 강연회를 개최했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양평군 노동조합 연대 출범 준비위원회가 8일 오후 6시 양평문화원에서 양평지역 노동조합원(간부)의 의식 함양과 지역 연대 강화를 위한 강연회를 개최했다.
‘우리 시대 노동조합 역할과 전망’을 주제로 한 강연에는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웹툰과 JTBC드라마로 만든 ‘송곳’의 구고신 소장의 실제 모델인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가 출연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강연회에는 건강보험공단노동조합양평지부, 세미원노동조합, 양평공사노동조합, 양평군청공무원노동조합, 전교조양평지회, 전국교육공무직본부양평지회, 전국철도노조용문차량지부, 전국철도노조청량리전기지부, 은혜재단 나무그늘노동조합 등 양평군 지역 노동조합 간부와 유상진 정의당 여주시양평군지역위원장, 박윤희 양평공사 사장, 여현정 양평경실련사무국장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강연에서 하 교수는 독일과 프랑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학교에서 모의 노사교섭을 실시하는 등의 노동조합 교육 실태를 설명하면서, 우리나라 학교에서의 노동조합 교육 부재 현실을 꼬집고, 학교에서의 노동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하 교수는 사회 문제를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 속에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하루 18시간 이상 근무하다 사고를 낸 버스기사의 예를 들며,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사회 전체의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해결 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하교수는 헌법 제33조 노동 3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설명하면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동자들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살벌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선진국에서는 소방관 노조는 물론 경찰 노조, 판사 노조, 변호사 노조, 군인 노조도 있다고 했다. 유럽에서는 차관도 공무원 노조에 가입한다고도 했다.
하 교수는 “비정규직이 한국만큼 많은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노동자의 50%로 세계1위다. 다른 나라들은 비정규직 비율이 10~20%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더 중요한 차이는 유럽이나 호주와 같은 나라는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보다 훨씬 높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기업과 사회전체에 유익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비정규직 차별 없애면 10년간 연평균 1.1% 성장률이 상승한다”는 IMF 한국경제 지속 성장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국내 총생산 세계 12위인 경제선진국 대한민국이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는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가 8일 ‘우리 시대 노동조합 역할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하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그 예를 거의 볼 수 없는 극우보수적 정치 성향, 노동운동에 대한 혐오감 등은 식민지 40년, 분단 70년, 군사정부 30년에 걸쳐 심각하게 왜곡된 근대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비정상적 현상들이라고 꼬집었다.
또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하는 나라들의 대학 진학률은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일례로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존경도 받는 직업은 ‘목수’라고 설명하고, 선진국에서는 교수와 학생, 청소부가 서로 친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 교수는 또 “유럽 복지국가들의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제도가 정부와 기업의 배려가 아니라 활발한 노동운동의 성과였다”면서, “유럽 사회에서는 노동자가 사회 변화의 주역이고, ‘역사의 주인’이라는 것이 대중적 정서”라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강연 말미에 “여러분의 풀뿌리 운동이 개인의 삶의 질 개선과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행복한 노동자 활동가로, 지역 활동가로 당당하게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우리나라 노동분야 최고 권위자인 하종강 교수는 인하대를 졸업하고 인천 도시산업선교회가 운영하는 ‘일꾼자료연구실’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해 30여년 동안 한국 노동문제의 개선과 연구에 헌신한 노동전문가다.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2006),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2007),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2007ㆍ공저), ‘울지 말고 당당하게’(2010), ‘우리가 몰랐던 노동이야기’(2018) 등 활발한 저술로 한국 노동현실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해왔다.
한겨레신문 객원논설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인천대학교 강사, 한국노동교육원 객원교수, 노동자교육센터 교육위원,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했고, 1994년 제6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했다.
강연회가 끝나고 하종강 교수와 기념촬영하는 참석자들.
양평군청공무원노동조합 홍승필 위원장이 강연회 참석 단체들을 소개하고 있다.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