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사람이 좋다’ 캡쳐
9일 방송되는 MBC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는 가수 채리나 편으로 꾸며졌다.
대한민국 90년대 댄스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원조 걸크러쉬 가수 채리나.
1995년 룰라 2집 <날개 잃은 천사>로 데뷔해 단숨에 1위를 거머쥐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노래만 나오면 전 국민을 춤추게 했던 룰라의 트레이드마크 ‘엉덩이 춤’은 룰라의 막내, 열다섯 채리나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에서 알아주는 춤꾼이었던 채리나의 재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채리나가 룰라의 멤버가 되어 마음껏 춤추고 노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야채가게를 운영하며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공부대신 춤을 추겠다는 막내딸에게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특별한 부모님이었다.
그런 부모님께 보답하기 위해 열다섯 소녀 채리나는 가장이 되기를 자처했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네 식구의 가장으로 살아온 이유다.
한편 채리나의 팬이었던 야구선수 박용근은 지인의 소개로 채리나를 처음 만났다.
팬과 스타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그저 누나, 동생 사이였다.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한 사고였다.
지인을 만나러 갔던 박용근이 취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진 것.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채리나 역시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담당의사는 박용근이 깨어날 확률은 기적에 가깝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채리나는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박용근의 곁을 지키며 밤낮으로 간호했다.
의식 없는 박용근을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눈물로 기도했던 채리나였다.
이러한 기도 덕분인지 박용근은 간의 40프로를 절제하는 큰 수술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일어났다.
서로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사람은 상처를 보듬어주며 연인이 되었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서로의 곁을 지켜온 채리나와 박용근은 2016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결혼과 동시에 잊혀졌던 사고가 다시 기사화되어 피해자들에게 상처 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은 그 흔한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 채, 조용히 부부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용인에 마련한 신혼집에서 채리나의 부모님과 함께 사는 채리나 부부는 웃음 그칠 날이 없다.
한 구단의 코치로 일하고 있는 박용근의 직업 특성상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지만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
박용근은 쉬는 날이면 장모님을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아하기도 하고,채리나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일들도 세심하게 해결하는 든든한 사위이자 남편이다.
채리나는 “항상 옆에서 ‘할 수 있어’ ‘짱’ ‘최고’ 이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든든하잖아요. 저한테는 구세주 같은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