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경쟁을 촉진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출범 3년 만에 차별성을 잃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연합뉴스
은행연합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올 1분기 24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88억 원에서 53억 원 확대된 수치다. 건전성도 크게 떨어져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0.17%)보다 5배 급증한 0.87%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국내 은행의 3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 0.46%와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높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19개 시중·지방·국책·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낮은 12.48%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말 10.71%까지 떨어졌다가 유상증자로 지난해 말 16.53%까지 올랐지만 올해 다시 하락했다.
카카오뱅크의 성적은 비교적 낫다. 지난해 1분기 5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 같은 기간 66억 원의 흑자 전환했다. 연체율도 여전히 낮은 0.16%다. 하지만 올해 1분기 BIS 자기자본비율은 13.41%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10.96%)보다 높아졌지만, 지난해 6월 말 16.85%를 기록한 이후 9월 말 15.67%, 12월 말 13.85%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유상증자 이후 잠깐 올랐다가 되돌아가는 추세다.
두 인터넷은행의 BIS 비율이 불안정한 수치를 보이는 이유는 대출자산이 증가하면서다. 위험가중자산(RWA)은 늘어나는데 자기자본은 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보장되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보다 대출업무에 주력하다 보니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는 것이다.
인터넷은행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당시 경쟁력 있는 혁신 서비스로 금융권 경쟁을 촉진해 금융소비자에게 이익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 없이 모바일·비대면 채널을 통한 ‘저금리 빠른 대출’만 내세우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모바일 서비스를 급격히 확대하면서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출범 당시엔 기존에 없던 모바일·비대면 금융거래 서비스로 혁신처럼 비쳤지만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차별성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기존 금융권에서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정훈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이 생존하려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시중은행보다 금리를 낮춰 대출 고객을 늘리는 식의 ‘가격경쟁’이 아닌, 독자적인 모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경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차임은행은 해외송금·현금인출 등 모든 서비스에서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은행 직불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결제수수료를 비자에 징수하는 등 결제 특화 서비스로 고객 기반을 다졌다. 일본 소니은행은 인터넷을 통해 투자신탁·대출 등 전문적인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다양한 업계와 업종이 인터넷은행에 참여해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동산임대업과 리스업으로 출범한 오릭스그룹은 오릭스은행을 통해 부동산 관련 대출에 특화된 업무를 다룬다.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가 설립한 테스코은행은 슈퍼마켓을 통해 확보한 고객에게 다양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해낸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한국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비대면 계좌개설과 대출서비스 외엔 새로운 것이 없어 금리를 낮춰 고객을 끌어모으는 실정인데, 지속될 경우 과도한 금리경쟁을 유발해 은행산업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독자적 노하우와 고객 기반을 가진 분야를 활용해 시중은행들이 서비스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양한 업계와 업종이 참여하려면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부터 시행된 은행법상 IT 기업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기업에 한해서만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된다. 반면 해외에서는 ICT 기업 외에도 금융권, 보험, 유통 등 다양한 자본이 대주주가 될 수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다양한 업계가 금융업에 진출해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효용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ICT 기업으로 제한해버려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려면 더 다양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며 ”명시적·암묵적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목적 중 하나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다. 대출 서비스를 안 하면 영업 허가를 내주지 않으니 업계마다 기존 금융권과 비슷한 서비스만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가 심사에서 강조하는 핀테크 등 ICT 기술과 결합한 서비스 역시 기존 금융권에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결제·자산관리 등 특정 분야에 해당하는 제한적인 서비스로도 충분히 전문적이고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각국 은행들이 입증해왔으나 한국 정부는 여전히 종합은행과 비슷한 서비스만 강요한다”며 “다양한 사업 모델이 등장할 수 있도록 인터넷은행에 대한 시각과 인가 심사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제3인터넷은행 출범 ‘회의론’ 나오는 까닭 금융당국이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를 재추진하면서 출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반기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키움·토스뱅크가 재도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업계에서는 인가에 대해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쯤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재추진 일정을 공고할 예정이다. 10월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12월 결과를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신청했다가 탈락한 키움과 토스 컨소시엄이 다시 참여할 것이란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토스뱅크는 모회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자본구조가 취약하고 자본조달 계획이 재무적 투자자에 집중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 키움 컨소시엄은 사업계획상의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일부에서는 토스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물밑작업에 돌입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도 인가 심사 통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상반기 심사가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자를 구하거나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구상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상황에서 새로운 후보가 나타날 가능성도 적다. 금융당국이 문턱을 낮출 것이란 의견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참가 후보(키움·토스)가 누구고 한계가 뭔지 뻔히 보이는데 정부가 성급하게 인가를 재추진하는 것 자체가 통과시켜주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라며 “심사 기준을 합리적으로 바꾸거나 시장 상황에 맞게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추진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산업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토스와 키움증권 측은 재신청 여부에 말을 아끼고 있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와 키움증권 관계자는 “재도전 여부에 대해 결론 나온 바 없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