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한동원. 사진=이종현 기자
하지만 순조롭던 선수생활이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다. 2010년 일본 J리그로 진출했지만 감독 전술과의 부조화, 부상 등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1년만에 대구 FC로 국내에 복귀했지만 과거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2012년 수원에서는 경기 출장조차 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이에 그의 손을 잡은 이는 당시 강원 FC를 이끌던 ‘학범슨’ 김학범 감독이었다. 지난 8일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한동원은 당시를 떠올리며 “R리그 경기장에서 김학범 감독님께 인사를 드렸더니 ‘여기서 뭐해, 넘어올 준비 해’라고 말씀 하시더라. 강원으로 이적하라는 의미였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과 한동원은 성남 시절 구단 전성기를 함께 일궈낸 사제지간이었다.
임대 신분이던 한동원은 김 감독의 손을 잡기 위해 직접 뛰었다. 원 소속 구단을 찾아가 다시 임대 이적을 진행 시켰다. 그는 “임대로 강원에 가서 호흡을 맞췄던 김 감독님과 다시 만나니 마음이 편안했다. 감독님께서 한 달 정도는 몸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도 해주셨다. 이후 경기에 조금씩 나설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경기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던 그는 2012년 9월 16일 열린 경기에서 결실을 맺었다. 인천 원정 경기, 팀이 0-1로 지고있던 후반전에 교체로 투입된 한동원은 승부를 원점으로 만드는 동점골을 넣었다. 그는 “후반에 투입 됐는데 그때 같이 뛰던 선배가 자기가 공격에 나갈테니 나보고 수비적으로 플레이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지고 있는데 일단 동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같이 공격에 나섰다. 기회가 찾아왔고 다행이 골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2009년 10월 이후 오랜만의 득점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득점 이후의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정 응원을 온 강원 팬들과 기쁨을 나눈 그는 반대편 진영으로 돌아가던 도중 김학범 감독을 향해 큰절을 올렸기 때문이다.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이 커서 경기 전부터 ‘골을 넣으면 어떻게든 표현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간단하게 세레머니 하고 돌아가는데 감독님이 눈에 들어왔다. 다가가서 포옹이라도 할까 고민했는데 어색해서 그건 못하겠더라(웃음). 그래서 떨어진 곳에서 큰절을 올렸다.”
약 3년만의 골로 부활의 날갯짓을 했던 한동원이지만 강원 생활이 오래가진 못했다. 이듬해 전반기를 소화한 이후 FC 안양으로 임대됐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줬던 김 감독에 대한 특별한 마음을 전했다. “선수 생활하면서 불운을 겪기도 했지만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김학범 감독님은 지금도 뵐 때마다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신다”면서 “김학범 감독님 외에도 윤덕여 감독님, 조광래 감독님, 이장수 감독님, 이영진 감독님까지 지도자 복은 확실히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