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울 슈퍼시리즈’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역투하는 이대은. 왼쪽 귀 아랫부분에 새겨진 문신 탓에 경찰야구단 입단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KT 이대은(30)과 LG 오지환(29)은 2016년 10월 같은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경찰야구단 입단을 위해 의무경찰 특기자 선발시험 신체검사를 치렀다가 탈락 판정을 받은 것이다. 둘 다 두 번째 탈락이었고, 사유는 다름 아닌 ‘문신’이었다.
의무경찰 선발시험 및 체력기준표 신체 기준에는 ‘시술 동기, 의미, 크기 및 노출 정도가 의무경찰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문신이 없는 자’라고 명시돼 있다. 심사위원은 이대은과 오지환의 문신을 ‘과한 정도’라고 판단해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이대은은 1차 지원에서 신체검사일에 결석해 탈락했고, 오지환은 1차에서도 문신 때문에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 둘 모두에게 위기였다.
다행히 오지환은 당시 국군체육부대(상무) 지원 가능 나이 제한까지 1년을 남겨 뒀던 터라 입대를 미룰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무적’ 상태였던 이대은은 달랐다. 2015년과 2016년 일본 지바롯데에서 뛴 그는 구단과 재계약 협상을 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으로 진출했던 신분이라 2년 동안은 KBO 리그 구단과 계약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이대은은 야구를 하며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경찰야구단이나 상무 입대를 원했다.
여기에 ‘KBO 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 구단과 계약한 선수가 KBO가 정한 국제대회에 참가해 국가대표로 활동한 경우, 상무나 경찰야구단에 입대해 KBO 퓨처스리그에 출장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규정이 새로 생겼다.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이대은에게는 천금같은 조항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신체검사에 불합격하면서 일이 꼬였다. 왼쪽 귀 아랫부분에 커다랗게 새겼던 가족 이름 이니셜 문신이 예기치 못하게 발목을 잡았다.
결국 이대은은 신체검사 2차 탈락 일주일 후에 문신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 한동안 귀 아래 큼직한 테이프를 붙인 채 생활해야 했고 육체적인 고통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그리고 얼마 뒤 경찰야구단 추가 모집 공고에 다시 응해 세 번 만에 신체검사를 통과했다. 경찰야구단 해체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풍경이다. 함께 탈락했던 오지환은 이듬해에도 군복무를 연기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혜택을 받았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