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서 온 듯한 청년이 있다. 영국 브라이튼의 재단사인 자크 핀센트(25)는 차림새만 봐서는 요즘 밀레니얼 세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20대가 즐겨 입을 법한 청바지나 후드티 대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19세기 패션으로 치장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17세기 의상을 입을 때도 있다.
긴 꼬리가 달린 재킷부터 꽃무늬 조끼에 이르기까지 우아한 19세기 의상을 입은 모습을 보면 21세기를 사는 청년이라는 생각이 안 들게 마련.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의상들을 그가 직접 디자인하고 재단한다는 사실이다.
그가 이렇게 옛날 의상에 빠지게 된 것은 10대 때였다. 당시 이사를 가면서 짐을 정리하던 중 증조할아버지의 옷이 가득 담긴 낡은 여행용 가방을 발견한 것이 계기였다. 증조할아버지의 고풍스런 의상에 매료됐던 그는 옷을 입어본 후 자신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그 후로도 종종 입고 다녔다. 그리고 결국 14세 때는 마지막으로 갖고 있던 청바지마저 모두 불태워버렸다.
다시는 현대의 평상복을 입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현재 매일 스리피스 신사복을 입고 브라이튼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면서 이것이야말로 21세기 시대에 편안함을 느끼는 자신만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그는 브라이튼에서 ‘핀센트 테일러링’이라는 양복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166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조지아 시대와 섭정 시대의 스타일을 전문으로 하는 맞춤형 고전 의상을 제작하고 있다. 출처 ‘BBC’.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