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중남미 정글에 서식하는 주황색 얼룩무늬가 특징인 ‘메카니티스 폴림니아’ 나비는 그리 눈에 띄는 종은 아니다. 이 곤충이 특별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순금으로 도색한 듯 반짝이는 번데기 때문이다. 식물 잎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모습을 보면 황금 액세서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히려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눈에 띄는 것이 불리할 텐데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세계 최고의 열대 나비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인 키스 윌모트 박사는 “반짝이는 외형은 사실 포식자들의 주의를 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심지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하는 자연스런 방어 메카니즘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빛을 반사해 반짝이는 이 고치가 번데기를 감추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가령 잎에 맺힌 물방울이나 빛줄기 같은 것으로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가 있으며, 심지어 포식자들을 겁줘서 쫓아내는 데도 유용하다. 이를테면 조류, 파충류, 거미와 같은 포식자들은 반짝이는 번데기에 자기 자신의 모습이 비치면 겁을 먹고 도망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 고치에는 정말 금속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고치가 반짝이는 이유는 몇몇 곤충류와 갑각류들의 표면을 빛나게 하는 천연 물질인 키틴 때문이다. 출처 ‘아더티센트럴’.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