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혜경 전 부회장 일가가 3000억 원에 육박하는 재산을 보유중인 것으로 보고 채권 회수를 위해 곧 법적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부회장 측은 “그런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2013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 사진=일요신문DB
이러한 공방의 핵심은 이 전 부회장의 모친이자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 부인으로 지난해 11월 별세한 고 이관희 전 오리온재단(서남재단) 이사장이 이혜경 전 부회장의 외아들 현승담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에게 오리온 주식 1500억 원 어치를 증여했는지 여부다.
이관희 전 이사장은 동양사태 직후 2014년 1월 자필로 자신이 보유하던 오리온 지분 3%를 외손자인 현승담 전 대표에게 모두 증여하기로 하고 공증까지 완료했다.
비대위는 현승담 전 대표가 외할머니로부터 증여받은 오리온 지분 가치가 피해자 구제에 전혀 쓰여 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대성 비대위 대표는 “동양사태와 관련한 채권 회수와 관련해 조목조목 분석하고 점검해 왔다. 현승담 전 대표에게 이관희 전 이사장이 증여하고 공증한 오리온 지분은 피해 구제에 전혀 쓰여 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관건은 이 전 이사장이 옛 동양네트웍스로부터 회수한 1500억 원대에 달하는 채권이 이혜경 전 부회장 측에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다. ‘일요신문’은 2013년 9월 동양사태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네트웍스가 2014년 1월 회생계획을 담은 제 1차 관계인 집회 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채무자(동양네트웍스)는 2012년 12월 이관희(전 이사장)로부터 오리온주식 15만 9000주를 차입(주식처분 유입금액 1552억 2700만 원)해 계열사의 자산을 구입했다.
자료에는 동양네트웍스가 회생계획에 따라 채권자 이관희 전 이사장에게 의결권 인정액으로 1432억 원을 확정해 채무상환했다고 명시됐다.
비대위는 이관희 전 이사장이 현승담 전 대표에게 주식을 증여했고, 현 전 대표가 동양사태 직전까지 동양네트웍스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혜경 전 부회장 쪽으로 자금이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대성 대표는 “이혜경 전 부회장과 자녀 1남 3녀는 그간 피해자 구제에 내놓을 자금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 전 부회장 일가가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을 수 없다”며 “이 전 부회장에게 올해 초 관련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몇 달이 지난 현재까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양네트웍스 회생계획 중 이관희 전 오리온재단 이사장 채무 부문. 사진=동양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
이에 대해 이혜경 전 부회장 측은 이관희 전 이사장으로부터 결과적으로 어떠한 자금도 증여받지 않았다고 일축한다.
이 전 부회장 측 A 변호사와 전직 오리온 고위 임원 B 씨는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이관희 전 이사장이 보유한 오리온 지분 3%를 동양네트웍스에 담보로 제공했다. 이 전 이사장은 이후 이를 매각해 동양네트웍스 부채 상환에 썼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면서 이 전 이사장은 오리온 지분이 없어지고 1500억 원 규모의 동양네트웍스 채권으로 바뀌었다. 이를 현승담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한테 증여된 것으로 처리했고 공증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이 전 부회장의 동생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이 채권자일 뿐인 어머니 이관희 전 이사장에게 ‘동양그룹이 위기를 맞으면 어머니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동양네트웍스 채권 포기각서를 쓰게 했고, 이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채권이 무효화됐던 것으로 안다. 따라서 이 전 부회장 일가가 이 전 이사장으로부터 동양네트웍스와 관련해 증여받은 자금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양사태란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가 2013년 9월 동양그룹의 부도로 피해자 수만 4만여 명, 피해금액만 1조 7000억 원에 달했던 사건이다. 현재까지 피해금액 중 4500억 원 규모가 회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이혜경 전 부회장의 남편 현재현 전 회장은 2014년 1월 구속기소돼 2015년 10월, 징역 7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며 다수의 당시 계열사 대표들이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 유죄를 확정 받았다. 이혜경 전 부회장과 자녀들(1남 3녀)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