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쓴 소리를 이어오던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전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 “잘못했으면 책임져야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인터뷰 중인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 박은숙 기자.
―국회로 80일 만에 돌아왔다. 기분이 어떤가.
“더불어민주당이 몇 년 전 세운 100일 이상의 기록을 깨지 못했다. 장외투쟁은 오히려 민주당이 전문 아닌가. 한국당은 어설펐다. 좀 더 투쟁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아쉽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 청문회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당뿐 아니라 다른 당도 후보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수장이라는 위치에 오를 사람으로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 조직에 신뢰가 무너지면 어떡하나. 마지막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묻히고 끝났을 수도 있다. 윤 후보자가 정의라는 관점에서 말할 자격이 있을까. 검찰이라는 조직은 공명정대해야 한다.”
―현 지도부를 어떻게 바라보나. 황교안 대표가 최근 ‘실언’ 논란에 휘말렸는데.
“(엉덩이춤 논란 관련) 그런 뜻은 아니었다. ‘더 열심히 하자’는 취지로 말한 건데...언론이 원망스럽다. 덕담 수준으로 한 말이지, 여성 당원들을 콕 집어서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아들의 취업 얘기도 아들을 콕 집어서 얘기한 것이 아니라,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심각한 문제도 아닌데 언론에서 이를 너무 심하게 몰고 간다. 물론 아쉬움은 있지만,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니 그럴 수도 있다.”
―실언에 대한 우려로 당 대표가 언론과 접촉을 자제하는 것은 어떻게 바라보나. ‘백브리핑’도 줄였다던데.
“이전에는 백브리핑이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생긴 것 같다. 대통령 백브리핑은 대변인이 하지 않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기자회견이나 회의에서 이미 공식발언을 하는데 백브리핑이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당에서 황 대표의 언론 접촉을 줄인 것은 아마도 제도적인 것을 보완하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 언론은 이걸 또 휘감아서 쓰더라. 제가 남 탓 하는 걸 안 좋아하는데 요즘 유독 언론이….”
―4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저지와 관련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당했다.
“왜 고발당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정황과 증거자료가 있으면 그쪽에서 제시하지 않겠나. 제 기억으론 문제될 만한 행동을 한 게 없다. 우리는 ‘불법 사보임’이라는 불법 행위에 저항한 것이다. 행위 자체가 불법이었지 않나. 언론은 계속 국회선진화법만 강조하는데 다른 당이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해선 왜 강조하지 않나. 다른 건 몰라도 게임의 룰(선거법)을 정할 때는 (여야) 공평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인데, 여당이 여당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고, 한국당은 이에 상당히 분노한 것이다. 민주당이었으면 그 당시 더 심하게 저항했을 것이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당에 계파 갈등이 없다고 자부했다. 박은숙 기자.
“제 생각에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이들이 한 약속 아닌가. 전임이 한 약속이라고 (지금 와서) 무시하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 황영철 의원이 예결위원장직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선 당이 약속을 어겼는데, 국토위원장직을 넘겨줘야 하는 박순자 의원을 향해서는 약속을 지키라는 건가. 인사에 있어서는 공정해야 한다.”
―예결위원장직을 둘러싸고 ‘비박’ 황 의원과 ‘친박’ 김재원 의원의 경선이 치러졌다. 그리고 계파 문제가 다시 불거졌는데.
“황‧김 의원의 일을 계파로 해석한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당 내에) 계파 문제는 전혀 없다. 오히려 민주당의 계파 문제가 더 심하다. 한국당에는 계파가 있다 하더라도 굉장히 미미한 정도다.”
―민주당 시절 당 지도부를 향해 신랄한 비판을 이어왔다. 그런데 일각에선 ‘조경태가 한국당 가더니 입 뻥끗 못한다’는 말도 하더라.
“저의 안티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 저는 민주당에 있던 때에 친문 패권주의를 비판했다. 당이 바르고 공정하게 나아가고 패권화돼선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지금 한국당은 그 당시 민주당에 비해 민주주의 문제가 심각하진 않다. 제가 수석최고위원인데 설마 몸을 사리겠나. 조금이라도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지적할 수 있다. 제가 할 말은 하는 사람 아닌가. 박순자 의원의 국토위원장 문제도 그렇고 ‘5‧18 망언 3인방’ 징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가 WTO에 ‘일본 수출 규제’를 비판한 것은 어떻게 보는지.
“감정에 앞선 섣부른 대응은 심각한 문제를 만들 수 있다.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하지 않겠나. 일본은 이 일을 상당히 오랫동안 준비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뭘 했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빨리 경질해야 한다. 이렇게 무능한 장관이 어디 있나.”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를 대응하는 문재인 정부를 지적했다. 박은숙 기자.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내리 3선을 하다가 당적을 바꾸고서도 당선돼 이목을 끌었다.
“저는 운이 좋은 것 같다. 윈스턴 처칠은 정당을 6번이나 옮겼는데도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오르내린다. 저의 지역구 부산 사하을, 그곳의 주민들은 ‘조경태는 지역 주민과 국민을 위한 마음이 한결같다’는 평가를 해주신다. 저에겐 과분한 평가다. 민주당에서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도 잘 아시더라. 부산에서 어렵게 3선까지 했는데, 외롭게 투쟁하는 걸 보고 지역 주민들이 감싸줬다. ‘오죽했으면…’하는 마음이셨던 것 같다.”
―21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각오가 있다면?
“‘조경태’ 하면 ‘지하철’로 알려졌다. 부산 사하구의 감천-구평은 아직 많이 낙후된 지역으로 전철사업을 준비 중이다. 자갈치역에서부터 이어지는 노면전차(트램)이다. 공사 비용도 일반 지하철의 3분의 1 수준으로 아주 저렴하다. 이걸 통해 낙후된 지역에 교통 편의성을 제공할 계획이다. 사하구의 숙원사업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자의 도덕경에는 ‘정치가 소박해야 세상이 숨을 쉰다’는 말이 있다. 정치가 화려한 미사여구, 지키지도 못하는 거짓말로 국민들을 혹세무민시키고 있지 않나. 일종의 희망고문이다. 국민들이 뭘 바라겠나. 정부에게 돈을 내놓으라는 게 아니다. 그런 건 국민 스스로 잘할 수 있다. 정부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도록 해야지 선심성 복지를 해선 안 된다. 레이건 대통령은 ‘진정한 복지는 복지의 수요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복지의 수혜자를 줄여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