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3선에 성공한 후 옥탑방 ‘한 달 살이’로 이슈 중심에 섰다. 사진 서울시 제공.
박 시장은 최초 3선 서울시장이다. 현행법상 4선 도전은 불가능하다. 한 여권 인사는 “서울시장 3선 한 사람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하겠나,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겠나. 대선 외에는 답이 없다”면서 “대선에 실패하면 국회의원 등으로 정치에 복귀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당선된다 해도 정치적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다. 차기 대선은 사실상 박 시장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박 시장이 3선을 한 이후 조급해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시장은 3선 임기가 시작된 후 여의도 개발, 을지로 일대 재개발, 광화문 광장 재조성 등 연이어 승부수를 던졌지만 당내에서조차 성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병국 서울시의회 의원조차 “광화문 광장 재조성안은 현실적으로 빨라야 2023년 이후에나 완공될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무리하게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다음 대선은 2022년 열린다. 박 시장이 대선에서 광화문 광장 재조성 효과를 보려고 완공 시점을 무리하게 당겨 잡았다는 얘기다. 성중기 시의원은 “최근 박 시장이 밀어붙여 통과된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대표적인 대권용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교수, 법률가 등 전문가 위원 15명이 독자적인 사업을 구상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이다. 서울시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을 올해는 2000억 원, 내년 6000억 원, 2021년엔 1조 원가량 편성할 계획이다. 성 시의원은 “위원 임명권이 박 시장에게 있다. 이들이 박 시장 치적 쌓기용 사업에 예산을 편성할 게 뻔하다”고 했다.
이미 서울시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민주당 서울시의원 중에도 박원순계가 있고 아닌 사람들이 있다. 박원순계가 아닌 민주당 시의원들은 대선이 다가오면 박 시장을 견제할 수 있다. 박 시장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박 시장이 대선을 앞두고 자기가 추진하고 싶은 사업을 마음대로 추진하려고 미리 손을 쓴 것”이라고 했다.
성 시의원은 “박 시장이 서울시 예산으로 대북 지원을 하려고 하는 것도 대권용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박 시장은 최근 대북식량 지원을 위해 100만 달러를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월 250억 원 규모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야권은 통일부 장관도 아닌 서울시장이 시민 혈세를 들여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제로페이’ 역시 대권용 치적 쌓기 일환으로 분류된다. 제로페이는 서울시가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부담을 ‘제로(0)’로 낮추겠다며 만든 결제앱이다. 서울시가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제로페이는 현재 사용자가 ‘제로’라 제로페이라는 비아냥까지 들릴 정도로 이용실적이 저조하다.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만든 ‘더미래연구소’조차 “소비자로서 신용카드에 비해 누리는 혜택이 적기 때문에 제로페이를 사용할 동기가 부족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이용실적이 저조하자 공무원을 동원해 가맹점 유치에 나섰다가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부는 서울시에 “강제 제로페이 실적 할당, 인센티브사업, 구청별 평가, 강제 공무원 동원 등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여명 한국당 서울시의원은 “민주당 시의원들조차 공공연하게 제로페이는 망한 사업이라고 한다. 이미 망한 사업인데 박 시장이 시 예산을 투입해 제로페이 실적을 부풀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공영주차장 및 문화시설 이용료를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할인해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로페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각종 할인정책을 추진하면 줄어든 수입만큼 서울시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다.
여 시의원은 “서울시가 공무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제로페이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시청 주변에서만 제로페이 사용이 활성화되어 있다. 사업이 실패했으면 빨리 정리해서 피해를 줄여야 하는데 홍보비를 더 늘리고 있다. 이제는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된 것 같다”고 했다. 앞서의 성중기 시의원도 “제로페이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오점이 될까봐 고집을 피우는 느낌”이라고 했다.
2019년 서울시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진 것도 대권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서울시 복지예산은 11조 1000억 원으로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겼다. 박 시장 취임 때 복지예산이 4조 원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었다. 야권은 서울시가 이렇게 늘린 복지예산을 허술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소양 한국당 서울시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6월 1일부터 ‘서울형 유급병가 지원 사업’을 실시했는데 2주 동안 고작 3명이 신청했다. 서울형 유급병가 지원사업은 근로취약계층에게 입원·건강검진 시 하루 8만 1180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시는 지난해 11월 서울형 유급병가 지원 정책 추진 당시 절차를 어겨가며 관련 조례를 제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시급한 사항이 아님에도 정례회 시작 15일 전까지 조례를 제출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정례회 하루 전에 발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 수혜대상자 수와 필요 추경예산 금액 보고를 여러 차례 번복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택시 승차 거부를 근절하겠다며 ‘S택시’라는 앱을 내놨다가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에는 ‘지브로’라는 택시 앱을 출시했다가 서비스를 중단했다. 최근 택시 관련 이슈가 연이어 불거지자 서울시가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무턱대고 개입했다 사업비만 날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박 시장이 대권 행보를 하는 과정에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 측은 “현재 박 시장과 참모진이 해외순방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