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일요신문DB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은 최근 600억 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액면분할을 추진하는 등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한화시스템 상장에 공들이는 이유는 한화그룹 승계 작업의 열쇠로 불리는 에이치솔루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시스템 최대주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52.19%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은 에이치솔루션과 재무적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위해 지난해 8월 1일자로 한화 S&C를 흡수합병했다. 당초 한화 S&C의 지분 55.36%를 보유하고 있던 에이치솔루션은 흡수합병 이후 한화시스템의 지분 14.49%를 보유하게 됐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지분 50%,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지분 25%,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 승계 실탄 확보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치솔루션의 2017년 배당금은 500억 원, 2018년 배당금은 400억 원이다. 최근 2년간 장남인 김 전무는 450억 원, 차남 김 상무와 삼남 김 전 팀장은 각 225억 원의 배당을 받은 셈이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한화의 후계구도를 장남인 김동관 전무의 태양광과 화학, 차남인 김동원 상무의 금융계열사, 삼남 김동선 전 팀장의 건설과 호텔·백화점 등 서비스 계열사로 관측해왔다. 현재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은 태양광과 화학, 방산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8월 중장기 투자 및 고용계획을 밝히며 5년간 신규 투자하는 22조 원 가운데 9조 원을 태양광 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사업과 방산사업에는 각각 5조 원과 4조 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4조 원은 리조트 부문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김동관 전무가 이끄는 태양광사업은 그룹 차원에서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전무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경영능력을 확인받아야 하는데, 결국 태양광 사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의 성장은 필연적이니만큼 김 전무도 승계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부터 진행한 태양광과 화학, 방산 사업부문의 지배구조 정리는 추후 김동관 전무의 승계를 염두에 둔 정지작업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1월 한화솔라홀딩스와 한화큐셀의 흡수합병을 통해 합병법인 한화솔라홀딩스를 출범시켰고, 한화지상방산과 한화디펜스를 통합해 한화디펜스를 설립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화첨단소재와 한화큐셀코리아가 합병해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출범한 바 있다.
김동관 전무의 대외 입지도 강화되고 있다. 김 전무는 지난 5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수석부회장 등을 초청한 만찬에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한화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김 전무는 태양광 사업을 이끌며 리더십이 확인됐고, 사고나 구설에 오른 적도 없으며 반듯한 이미지로 평이 좋다”며 “장남의 승계가 거의 확실시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차남 김동원 상무와 삼남 김동선 전 팀장의 입지는 좁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김동원 상무와 관련해서는 김 상무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진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삼남인 김동선 전 팀장의 영역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김 전 팀장은 2017년 1월과 9월 두 번의 폭행 사건으로 연이어 물의를 빚고 한화건설을 떠났다. 김 전 팀장은 최근 독일에서 레스토랑을 오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김 전 팀장이 독일에서 요식업 경영을 통해 그룹 서비스부문 승계를 위한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현재 한화그룹의 서비스부문 사업구조 개편 상황을 보면 김 전 팀장이 복귀한다 하더라도 입지를 강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난 4월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했으며, 최근에는 외식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면세점 사업은 김동선 전 팀장이 애정을 쏟은 것으로 유명하다. 면세점 TF팀에 참여한데다, 2015년 12월 프리오픈 기자간담회에도 깜짝 등장했을 정도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지난 4월 면세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김 전 팀장의 승계가 높게 점쳐졌던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외식사업부 매각에 따라 그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앞의 대기업 관계자는 “한화는 태양광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유통을 비롯한 서비스 계열사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김 전 팀장의 독일 요식업 사업과 서비스부문 계열사 승계의 연관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