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에서 임상 3상 재개를 시도하는 등 폐지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코오롱생명과학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은 이르면 이달 중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인보사 임상 재개를 위한 서류를 제출한다. 현재 FDA 출신들로 구성된 미국 컨설팅 회사의 자문을 받으며 서류 준비 및 제출 시기를 검토 중이다. 임상 재개 여부는 서류 제출 이후 보통 한 달 이내 결정된다.
코오롱의 임상 재개 시도는 지난 5일 한국거래소가 코오롱티슈진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하고, 식약처가 지난 9일 약품허가를 공식 취소한 데 대한 대응이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허가 전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은폐했다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에 불복해 같은 날 식약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FDA 임상 3상 재개를 준비 중이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과정에서 기업심사위원회는 영업 지속성, 재무건전성 등을 종합 고려한다. 임상이 재개되고 허가를 받는다면 인보사를 해외시장에서 출시할 수 있어 재무 상태가 개선될 가능성이 고려돼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코오롱 측은 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임상 재개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포변경에 고의성이 없었고 ▲장기 추적 및 종양 유발 원성세포의 사멸화 처리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했으며 ▲과학적으로만 판단할 경우 신장세포 활용 기대감 등으로 FDA가 허용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난 11년간 3853여 건을 대상으로 인보사를 투약했지만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고, FDA 권고에 따라 방사능 처리를 강화해 암 유발 세포를 사멸시켰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상용화됐으나 미국에서는 임상 단계에서 세포변경 사실을 자진 신고했기에, 왜 중간에 세포가 바뀐 건지만 설명하면 고의성 논란은 해소될 것”이라며 “FDA는 도덕성보다 과학적 측면에서 인보사 부작용이 없고 신장세포라는 새로운 세포 활용 가능성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의 실수였다는 해명과 인보사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FDA가 인정할 수 있다“며 ”임상 재개 허용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 코오롱생명과학이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하기 위해 이르면 이달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관련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임상 재개 가능성에 업계 시선이 쏠린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큰 문제로 불거졌단 점도 이유다. 국내 투약 환자와 소액주주들이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걸었고 검찰이 조사에 나선 데다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미국에서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소송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FDA가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임상 재개를 허용할 리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에서 이슈가 없었다면 의약품 효능에 문제가 없는 한 허가를 내주고 문제 발생 시 ‘우리도 속았다’고 하면 될 테지만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상황을 지켜봐온 만큼 책임 소재가 명확해질 수 있기에 임상 재개를 허용해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령 임상이 재개돼도 이는 안전성을 검증할 기회를 얻는 것일 뿐 통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임상 3상에는 기본적으로 수천억 원대의 자금이 들어간다. 인보사처럼 논란 가득한 의약품은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수반돼 코오롱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설대우 교수는 “주요 성분 자체가 다른 상황이고 여기에 맞춰 대부분 서류를 다시 작성해야 하기에 임상이 재개돼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통과하기 쉽지 않다”며 “장기간 수천억 원의 돈을 투입해 서류들을 모두 제출한다 해도, FDA가 검토 후 허가해주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득 될 것 없어 보이는 임상 재개에 코오롱이 사활을 거는 이유는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임상 재개에 실패할 경우 코오롱티슈진의 기사회생은 어렵다. 인보사가 회사의 유일한 파이프라인이자 수익원이기에, 재개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결정이 나올 확률이 높다. 앞의 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를 막으려고 몸부림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제출한 자료가 허위라고 밝혀진 이상 식약처가 입장을 번복할 일은 없을 테고, 미국에서도 신뢰받지 못할 것”이라며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처단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