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본사 전경. 고성준 기자
호반그룹 계열사 호반프라퍼티는 지난 6월 26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국내 채소류 유통업체 1위 청과 도매법인인 대아청과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51%(25만 5000주) 지분을 288억 원에 인수한다. 주식 취득예정일은 오는 8월 30일이다. 남은 49% 주식도 호반건설에서 조만간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인수금액은 모두 560여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호반프라퍼티 측은 대아청과 인수 목적에 대해 “사업다각화”라고 밝혔지만 농수산물 유통업과 사업적 연관성이 높지 않았던 탓에 왜 청과 도매법인을 인수한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호반프라퍼티는 부동산서비스 및 자산관리사업을 하는 회사다. 2011년 스트리트형 쇼핑몰인 ‘아브뉴프랑’ 판교점을 개점했고, 2015년 광교점과 지난해 광명점을 잇달아 열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50억 원, 영업이익 19억 원, 당기순이익 256억 원을 기록했다.
농산물 도매법인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어 매력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사업자이기 때문에 출하 물량만 확보하면 많게는 70억~80억 원, 적게는 20억~30억 원 꾸준히 현금창출이 가능하다”며 “또 지역별로 도매법인이 있고 지자체가 사업권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경쟁이 크게 필요 없는 사실상 독점체제”라고 설명했다.
대아청과 매출액은 2016년 274억 원에 이어 2017년 249억 원, 지난해 251억 원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9억 원을 기록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호반프라퍼티는 유통업을 하고 있는 업체로서 유통업 범주에서 보면 청과물 도매유통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수 주체가 호반프라퍼티라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는 가시지 않는다. 호반프라퍼티 최대주주는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녀 김윤혜 씨로 30.9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김 회장의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상무도 20.6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향후 승계작업에 필요한 실탄을 대아청과를 통해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실제 농수산 유통업체는 캐시카우로 알려져 있어 호반그룹뿐 아니라 사모펀드나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인다. 올해 상반기에만 3곳의 청과도매시장법인이 매각됐다. 사모펀드 포시즌캐피탈파트너스와 웨일인베스트먼트가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 내 구리청과를 290억 원에, 신라교역은 동화청과를 771억 원에 인수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 위치한 대아청과. 고성준 기자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농산물 유통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의 근간이 되는 농산물 거래의 투명성과 공공성, 농가 이익 보장이라는 원래 취지를 이어가기보다 안정적 수익구조를 노리는 기업들의 투자·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농산물 도매업체도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사고파는 것을 제재할 수는 없지만 가락시장 등은 공영도매시장이기 때문에 공적역할도 있다“며 ”대기업과 사모펀드가 들어와 이윤을 우선으로 하고 차액을 남긴 뒤 매각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그 피해는 결국 농업인들과 국민들에게 간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산물 도매법인들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해서 우대 혹은 제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호반그룹 규모와 유동성을 보면 대아청과 인수가 무리한 일도 아니며 유동성을 이용해 안정적인 투자처를 확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호반그룹은 김상열 회장의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 중심으로 승계작업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대아청과에서 나오는 현금성 자산이 크게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호반건설 상장 전망은? 리조트·레저사업 성패에 달렸다 호반그룹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대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룹의 CI(Corporate Identity)와 BI(Brand Identity)를 전격 교체하고, 사옥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서초구 우면동으로 이전했다. 올해에는 호반건설 기업공개(IPO)까지 예고돼 있다. 호반건설은 2010년 매출 5502억 원의 중견건설사였으나 지난해 1조 1744억 원으로 8년 사이 2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같은 기간 62위에서 16위로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추진을 위해 호반건설은 호반 등 주력 계열사를 하나로 합병하고 있다. 계획대로 상장이 이뤄지면 호반은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의 연내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황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데다 호반건설은 국내 주택 비중이 매우 커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호반건설의 포트폴리오가 주택사업이 대부분일 정도로 단조로운 편인 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탓에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상당히 힘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리조트·레저사업의 성패에 따라 호반건설의 향후 성장과 기업공개 여부가 가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리조트·레저사업을 점찍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호반은 지난해 2500억 원에 리솜리조트를 인수하고 사명을 호반호텔앤리조트로 변경했다. 앞서 2017년 인수한 제주 중문의 퍼시픽랜드를 호반호텔앤리조트에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들어 호반은 경기 이천시의 덕평CC와 서서울CC까지 인수해 국내외 총 4개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호반건설이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며 호반건설 최대주주는 김상열 회장의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으로 54.7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