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가장 먼저 퇴출의 칼바람을 맞은 외국인 타자는 KIA 타이거즈 제레미 해즐베이커였다. 사진=KIA
2019시즌 가장 먼저 외국인 타자 교체 승부수를 던진 건 KIA 타이거즈였다. KIA는 5월 10일 외국인 타자 교체를 전격 선언했다. 시즌 전 영입한 제레미 해즐베이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해즐베이커는 KBO 리그에서 단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타율 0.146/ OPS(출루율+장타율) 0.581/ 2홈런/ 5타점 성적을 남겼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0.09였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보다 못한 활약을 펼친 셈이었다. KIA는 해즐베이커의 빈자리를 메이저리거 출신 프레스턴 터커로 채웠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던 외국인 타자 카를로스 아수아헤. 사진=연합뉴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6월. 또 다른 구단이 외국인 타자 교체의 칼을 뽑아 들었다. 리그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롯데 자이언츠였다. 6월 11일 롯데는 카를로스 아수아헤의 방출 소식을 발표했다. 롯데는 아수아헤에 주전 2루수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아수아헤의 활약은 시원치 못했다.
아수아헤는 2019시즌 개막 이후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2/ OPS 0.724/ 2홈런/ 3도루/ 21타점을 기록했다. WAR은 0.87이었다. 아주 엉망인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5월 9일 이후 팀 성적이 리그 최하위로 곤두박질친 롯데는 반등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결국 아수아헤는 부산에서 짐을 싸야 했다. 롯데는 아수아헤의 대체선수로 ‘마이너리그 통산 100홈런’ 기록을 보유한 제이콥 윌슨을 낙점했다.
7월이 돼선 두 팀이 외국인 타자 교체를 단행했다. KBO 리그 규정상 외국인 선수 교체 타이밍의 현실적 마지노선은 7월이다. 7월이 지나면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더라도, 해당 선수의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가한 까닭이다.
‘외국인 포수’로 관심을 모았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 베탄코트는 기대와 달리 부진했고, 방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사진=NC
7월 들어 먼저 승부수를 던진 구단은 NC 다이노스다. NC는 7월 3일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와 작별했다. 베탄코트는 ‘외국인 포수’로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활약이 미미했다. 베탄코트는 타격 부진과 더불어 1루-외야 수비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올 시즌 베탄코트는 53경기에 나서 타율 0.246/ OPS 0.712/ 8홈런/ 29타점을 기록했다. 베탄코트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길 바랐던 NC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여기에 베탄코트는 수비 포지션이 애매한 야수였다. 베탄코트는 53경기 가운데 18차례 우익수로 출전했다. 1루수 선발 출전은 17차례, 포수 선발 출전은 11차례였다.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NC는 외국인 타자 교체 결단을 내렸다. 7월 4일 NC는 새 외국인 타자로 제이크 스몰린스키를 영입했다. 올 시즌 미국 트리플A 무대에서 힘 있는 타격을 자랑한 타자였다.
시즌 전 LG 트윈스가 야심차게 영입했던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리며, 제 몫을 하지 못한 조셉은 결국 짐을 싸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며칠 뒤인 7월 10일엔 LG 트윈스가 ‘외국인 타자 교체’ 사실을 깜짝 발표했다. LG는 시즌 내내 부상으로 신음하던 토미 조셉을 과감하게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올 시즌 조셉은 5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4/ OPS 0.758/ 9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14볼넷을 얻는 동안 삼진으로 타석에서 물러난 건 무려 46차례나 됐다. LG에서 조셉이 처했던 상황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몸 상태는 불안정했고,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조셉 교체설이 현실이 된 이유다. 결국 6월 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조셉은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
LG는 조셉의 대체자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카를로스 페게로를 선택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거친 파워히터’란 평가를 듣는 타자다.
LG의 페게로 영입을 끝으로, KBO 리그 ‘외국인 타자 교체 시장’은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타자 교체 시장’의 흐름은 흥미롭다. 지난해 준수한 활약으로 재계약에 골인한 ‘구관’들이 모두 생존한 가운데, ‘새 얼굴’ 5명 중 생존한 타자는 단 한명에 불과하다.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 키움 히어로즈 에릭 샌즈,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 삼성 라이온즈 다린 러프, 한화 이글스 제러드 호잉 등 ‘경력직 외국인 타자’들은 2019시즌에도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2019시즌 KBO리그에 ‘새 얼굴’로 등장했던 외국인 타자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한 주인공. 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타자의 KBO 리그 진입 장벽이 높아진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가 눈에 띈다. 주인공은 바로 두산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다.
7월 12일 기준 91경기에 출전한 페르난데스는 타율 0.342/ OPS 0.916/ 12홈런/ 59타점 맹활약 중이다. 페르난데스의 활약은 지난 몇 년간 ‘외국인 타자 잔혹사’에 신음하던 두산을 활짝 웃게 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 들어 외국인 타자들의 KBO 리그 연착륙 빈도가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야구계 복수 관계자는 “공인구의 변화가 리그 판도를 바꿨다. 공인구가 바뀌면서, 외국인 타자 연착륙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생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인구 변화에 따른 피드백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시즌 개막 이후다. 외국인 타자 스카우트는 시즌 전에 모두 이뤄졌다. 구단 입장에선 ‘이전 공인구’를 사용하던 데이터를 외국인 타자 영입의 잣대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거기서 변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야구인들의 말이다.
한편, KBO가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 제도’를 도입하면서, KBO 리그 10개 구단은 대체 외국인 타자를 찾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이 지날수록 선수 영입에 쓸 수 있는 금액 규모가 줄어든 까닭이다.
외국인 타자를 교체한 구단들은 지금까지보다 저렴한 비용을 들여 대체 선수를 영입해야 했다. 결국 KBO 리그 구단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이제 시선은 외국인 타자 교체 이후로 쏠린다. ‘저비용 고효율’이란 슬로건 아래 영입한 네 명의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KIA, 롯데, NC, LG의 순위 싸움 결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KIA 터커, 롯데 윌슨, NC 스몰린스키, LG 페게로는 각 구단이 던진 ‘승부수’의 값어치를 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