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추적 60분’ 캡쳐
12일 방송되는 KBS1 ‘추적 60분’은 2019 쪽방촌 리포트, 빈곤 비즈니스 편으로 꾸며진다.
쪽방은 흔히 ‘약 6.6제곱미터, 2평 이내의 면적에 세면실, 화장실 등이 적절하게 갖추어지지 않은 주거 공간’을 뜻한다. 서울의 경우 약 4000 개의 쪽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2018년 기준 쪽방의 평균 월세는 약 23만 원. 그런데 제작진의 취재결과 이는 놀랍게도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 월 평당 월세가 약 15만 원인 것에 비해, 무려 약 8만 원이나 더 비싼 가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실제 제작진은 일주일간 약 2.9제곱미터, 0.9평의 쪽방을 임대해 생활해봤다. 좁고 답답한 쪽방 내부는 환기조차 되지 않았고 심지어 일부 주민들의 경우 누수로 인해 이불이 젖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집주인은 월세만 받아갈 뿐 아무런 관리를 해주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달 일부 강남 건물주와 지방 부유층이 쪽방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이른바 ‘빈곤 비즈니스’ 의혹이 제기됐다.
벌써 21년째 서울의 한 쪽방촌에 살고 있다는 최진수 씨(가명)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노령연금을 포함해 정부로부터 한 달 약 75만 원의 돈을 받고 있다.
그 중 전기세를 포함한 29만 원이 월세로 빠져나가고 남은 약 46만 원이 그의 한 달 생활비이다. 하지만 그에겐 꿈이 있다.
10년 째 쪽방에 살고 있다는 박동호 씨(가명)에게도 꿈이 있다. 박 씨는 2008년 11월 경, 일용직으로 일 하다가 허리를 다친 후 생계가 막막해지자 두 평도 채 되지 않는 이 곳 쪽방에 터를 잡았다.
보증금 없이 한 달에 25만 원의 월세를 내고 쪽방에 살면서 그가 꾸는 꿈은 다름 아닌 쪽방을 탈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10년 째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진수 씨(가명)는 한 번 들어오면 이상하게 못 벗어나요. 사람들이 그냥 여기서 주는 거 먹고, 죽고 비명횡사하고“라고 말했다.
쪽방 주민들의 60퍼센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이들의 월 평균 소득은 71.5만 원. 쪽방의 월 평균 임대료는 월 약 23만 원으로 주민 평균 소득의 약 30프로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상 이 임대료는 우리나라 고급 아파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의 월 평당 임대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실제 해당 아파트 약 157제곱미터, 53평형 아파트의 임대료는 보증금 10억 원에 월 400만 원. 이를 월세로 환산하면 평당 약 15만 원으로 쪽방의 평당 월 임대료가 훨씬 비싸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에 비해 주거환경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비가 올 때마다 천장에서 빗물이 새 벽지에 곰팡이가 피어있었고 건물은 낡고 부서진 채 방치돼 있었다.
제작진은 서울에 있는 약 4000개의 쪽방 실소유주들을 찾아 이른바 ‘빈곤 비즈니스’ 실태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중 단독 명의로 쪽방 건물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주목했다.
김민수 씨의 경우 쪽방 건물을 무려 4채나 보유해 한 해 약 7000만 원 정도의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간 관리자를 두고 월세만 받아갈 뿐 대부분의 쪽방 주민들은 집주인 김 씨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다른 쪽방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집주인이 건물 관리를 하지 않고 월세만 받아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난 달 19일, 서울 시청 앞에서 쪽방 주민들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쪽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주거권을 보장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쪽방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마련되지 않아 관리 감독 규정은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2013년 서울시가 저렴 쪽방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비용을 투자해 리모델링한 건물의 일부 집주인들은 월세를 더 높여서 받아야 한다며 서울시와의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 선언하고 나섰다.
길거리로 내몰리기 전 마지막 사람들의 주거지 쪽방, 그리고 쪽방에 살 수밖에 없는 이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돈을 버는 이른바 ‘빈곤 비즈니스’ 실체를 취재하고, 2019년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들여다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