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TBC 드라마 ‘보좌관’ 시즌 1을 마친 배우 김동준이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메이저나인 제공
김동준은 JTBC 드라마 ‘보좌관’에서 송희섭 의원(김갑수 분) 의원실 소속 인턴 ‘한도경’ 역으로 사회 초년생들에겐 공감을, 누나와 이모 팬들에겐 넘치는 애정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13일 시즌 1 종영 후 시즌 2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그는 “축구 경기를 보면 전반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있지 않나. 후반전을 준비하는 그런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 쉰다기 보다는 재정비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보좌관’에서 그가 맡은 인턴 한도경은 이제까지 맡아 왔던 배역과는 또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했다.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주변의 많은 ‘경험자’들에게 도움을 구해야 했다는 게 그가 풀어낸 촬영 뒷이야기다. 김동준은 “사회 초년생인 친구들에게 옷 입는 스타일이나 헤어, 얼굴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장난을 치더라”라며 “그런데 제가 맡은 역할이 인턴이라 그렇다고 했더니 나중에는 매일 통화하면서 도움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친구들과의 통화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겪으면서 보충했다. 국회의사당으로 출근하는 촬영을 하기 전, 직접 러시아워에 지하철을 타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동준은 “지하철에 타고 계신 분들의 표정을 보며 정말 많은 분들이 이렇게 고생을 하고 계시구나, 나도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렇게 저를 보며 대중들이 ‘나도 인턴 때 저랬지’ 하는 생각을 갖고 공감해 주시도록 많이 노력했다. 얼마 전에 ‘나도 신입 때 저랬는데’ 라는 댓글을 봤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며 쑥스럽다는 듯이 덧붙였다.
배우 김동준. 사진=메이저나인 제공
김동준이 온전히 한도경이 되기 위해서는 ‘신입의 긴장감’을 간직한 채 연기해야 했다. 이는 곽정환 감독이 직접 그에게 내려준 미션이기도 했다. 김동준은 “감독님이 제게 ‘동준아, 너 여유로워지지마. 긴장하고 가야 돼. 넌 웃는 게 너무 여유로우니까 웃지도 마’ 라고 하셨다. 살면서 못 웃게 한 건 곽 감독님이 처음이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환하게 웃으면 신입 인턴이 아니라 연예인 같으니 절대 웃지마” 라는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면 한도경이 늘 어색하고 경직된 미소를 띄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연기 미숙이 아니라 오히려 고도로 계획된 것이었다는 이야기다.
씬 속에서도, 촬영 현장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이유는 또 있었다. 너무나도 동경하던 선배와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 게 그것이다. 장태준 역의 배우 이정재와 함께 하는 매 순간이 “그저 영광”이었다는 김동준은 “어렸을 때부터 TV로만 뵈었던 분이다. ‘와, 정말 어떤 분이실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살다가 실제로 눈앞에서 뵈니까 너무 멋있는 거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 김동준. 사진=JTBC 드라마 ‘보좌관’ 스틸컷
그러면서 “도경이도 장태준 보좌관을 바라보는 마음이 그랬을 것 같았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말을 잘 못하지 않나. 그 마음을 유지해서 촬영하려고 했는데, 사실 진짜로 선배님께 말을 잘 못 걸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연예인의 연예인’이다 보니 그저 바라만 보면서 ‘너무 영광이다’ ‘너무 멋있다’는 말만 반복하게 됐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이처럼 기라성 같은 선배와 함께 자신에게는 다소 생소한 ‘정치 드라마’를 찍는다는 게 조금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이전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동준은 조금 부끄럽다는 듯 “제가 정말 너무 모르고 살았다”고 시선을 떨구기도 했다.
그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제가 정치에 대해 많이 모르고 살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도 많이 했다”며 “감독님이 이런 법안, 이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 보시면 숙제로 레포트를 써서 제출을 하기도 했다. ‘내가 이런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너무 내가 하는 일만 생각하고 살았구나’ 싶어서 부끄럽기도 하고, 좀 더 견해를 넓히고 진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배우 김동준. 사진=JTBC드라마 ‘보좌관’ 스틸컷
연기에 앞서 장르에 대한 공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 만큼 행동에 옮긴 것도 빨랐다. 국회의원 사무실 두 곳에서 며칠 간 머물면서 직접 공부를 하고 종사자들과의 인터뷰도 진행했다.
김동준은 “연예인으로서 저는 ‘난 연습하고 힘드니까 세상일은 잘 모르겠다. 나만 열심히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다. 몸도 마음도 힘든데 뉴스까지 보면서 힘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보좌관’을 촬영 하면서 그런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좀 더 인식을 가지고 현명하게,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동준이 내놓은 롤 모델은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였다. 그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이정재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눈빛이 반짝였다. “유노윤호 형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런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윤호 형님도 하시는데, 나도 해야지. 까마득한 후배가 감히 무기력할 수 있나’ 그렇게 한 발이라도 더 움직이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게 그가 말한 앞으로의 목표다.
그 노력과 열정은 앞으로의 활동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벌써부터 또 다른 도전을 꿈꾸고 있는 김동준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귀여운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연애를 안 한 지 오래 됐다”며 쑥스러워 하던 그는 “제 안에 로맨스라는 감정이 아직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쯤은 도전해 보고 싶다. 로맨스의 강자인 서현진 배우님의 상대역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은 그는 대중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단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공감해주는 사람”이다.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전하고자 하는 느낌을 오롯이 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공감해서 심적으로 변화가 생기면 그걸 계속해서 곱씹게 되잖아요? 그런 작품 활동을 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