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KXO 리그 3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울건설&쿠앤훕스 김상훈과 방성윤. 사진=이종현 기자
[일요신문] 지난 6월의 마지막 날, ‘잊혀진 농구천재’ 방성윤의 3X3 농구대회 우승 소식이 이목을 끌었다. 그가 소속된 한울건설&쿠앤훕스가 국내 최강으로 평가받는 하늘내린인제를 꺾고 ‘2019 KXO 리그 3라운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후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방성윤은 “경기 외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경기 내적으로도 큰 역할을 해서 우승할 수 있었다”며 동료 김상훈을 치켜세웠다. 이날 인터뷰에는 김상훈도 함께 자리했다.
방성윤은 팀 스폰서인 주식회사 쿠앤훕스의 이사이자 선수로도 활약중인 김상훈을 “국내 3X3 농구 1세대”라고 소개했다. “3X3을 시작하면서 이 친구한테 룰이나 팁 등을 다 배웠다”고도 말했다.
김상훈은 “3년 전 쯤, 지금보다 3X3 농구가 자리잡기 전에(웃음) 대표 선발전 우승해서 중국에서 하는 국제대회 나가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땐 선수 출신이 없었고 정말 동호인 위주로 3X3 대회가 꾸려졌다. 지금 선발전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스스로 말한대로 그는 선수 출신이 아닌 순수 동호인으로 농구를 시작했다. 과거 복싱 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어릴적부터 복싱 선수로 성장했고 20대 중반에서야 본격적으로 농구공을 잡았다. 그는 “복싱 은퇴하고 동호회 형들 따라다니면서 24세 쯤 농구를 시작했다”면서 “이전에도 운동을 했어서 그런지 농구를 하면서도 승부욕이 돋아났다. 연습을 반복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됐다”고 말했다.
어느덧 엘리트 출신 선수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한 3X3 리그에서 김상훈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놓고 있다. 그 이면에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철저한 노력이 있었다. 방성윤은 “비선수 출신으로 출발해서 여기까지 온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라면서 “몸 관리 한다고 닭 가슴살만 먹고 밥을 안먹는다”라고 전했다.
이에 김상훈은 “그게 내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같은 사람이 엘리트 농구인들과 대등하게 싸우려면 답은 ‘피지컬’ 밖에 없다. 슈팅은 이제와서 연습한다고 해서 따라가기 정말 어렵다. 그런 차이를 커버하려면 더 강한 피지컬로 상대가 슛을 못던지게 하고 우리팀을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방성윤은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NBA 골든스테이트의 드레이드먼드 그린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고 거들었다.
복싱 글러브를 끼던 그가 농구공을 잡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3X3 농구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답했다. “경기 템포가 5대5 농구보다 정말 빠르다. 정통 센터가 없고 포스트업 위주의 농구가 아닌 2대2 플레이가 많다. 공격제한 시간이 짧아서 거의 모든 공격이 얼리오펜스로 진행된다. NBA 트렌드와도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방성윤이 “슛은 자신감”이라고 말하자 김상훈은 “2000개 연습 하면 난사해도 되는건가. 이 부분 기사에 꼭 실어달라”며 웃었다. 사진=이종현 기자
KBL 무대와 국가대표에서도 고감도 슈팅으로 명성을 떨친 방성윤에게 비법을 전수 받기도 했다. 그는 “내가 피지컬은 떨어지지 않는데 늦게 시작해서 슛이 별로다(웃음)”라며 “최근 성윤이형한테 슈팅을 배우는데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에 방성윤은 “슛은 폼이나 연습 등 보다 실전에서 자신감이 절반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미국에서 2000~3000개 씩 연습했는데 다른 것보다 그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이 주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듣던 김상훈은 “그럼 2000개 연습하면 난사해도 되는건가”라고 웃으며 되물었다.
오랜기간 3X3 무대에서 활약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현재 상황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전했다. 3개로 나눠진 리그에 대한 지적이었다.
“지금 프리미어 리그, KXO 리그, 코리아 리그 3개 무대로 나눠져 있는 상황이다. 선수들이야 대회 각각 뛰면서 수당을 받으니까 신경을 안 쓸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어쨋든 3X3도 보시는 팬분들이 있다. 혼란스러워 하시는 분들도 있다. 선수도 팬분들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리그 일정이 겹치기도 한다. 주최 측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느낌이다. 어떻게든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길 바란다.”
그러면서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이야기했다. 그는 “이제는 리그에서 오히려 나같은 비선출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만큼 수준이 올라갔고 경쟁이 치열해졌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승을 노리기보다는 동호인 출신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좀 건방진가?’라며 망설였다) 이 무대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꿈을 물었다. 그러자 ‘이미 일부 꿈을 이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정말 내가 좋아했던 방성윤이라는 선수와 함께 운동을 하고 있지 않나. 꿈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또다른 목표들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그는 “지금보다 한 발 나아가 3X3 프로 구단을 만들어보고 싶다. 농구가 정말 좋아서 가지고 있는 꿈이다. 또 하나는 체육관을 여는 것이다. 빠른 시간 내에 이루려 하고 있고 진행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몇년 전처럼 국가대표는 못하더라도 팀원들을 도우면서 함께 즐겁게 최대한 오래 농구를 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