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혐한류는 없다?
현재 일본 내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한류스타는 단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이다. 이들은 최근 일본 스타디움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7월 13, 14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LOVE YOURSELF: SPEAK YOURSELF’-JAPAN EDITION‘를 개최했고, 이에 앞서 오사카 등 2개 도시에서 4회 공연을 열고 21만 현지 관객을 모았다. 게다가 시즈오카 공연은 일본 내 277개 영화관에서 생중계되기도 했다.
일본 가요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오리콘 차트에서도 방탄소년단의 활약은 돋보인다. 그들의 새 싱글 ‘라이츠/보이 위드 러브’는 7월 첫째 주 누적 점수 63만 7000점으로 올해 일본에서 앨범을 낸 남성 가수는 물론 역대 해외 가수 중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 사진=BTS 인스타그램
Mnet ‘프로듀스 4’을 통해 데뷔한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 역시 일본 내 활동이 활발하다. 지난 16일에는 일본 지상파 NHK 음악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물론 일본 멤버들이 포함됐지만 한국 멤버들이 보다 중추적인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걸그룹이라 최근 한일 관계를 고려한다면 그들의 출연은 꽤 상징적인 모습으로 비춰졌다.
이외에도 일본 TV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 전파를 타고 있다. 일본 니혼TV 드라마 ‘보이스 110긴급지령실’은 국내 드라마 OCN 인기 시리즈 ‘보이스’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외에도 TV아사히는 배우 박신양 등이 출연했던 드라마 ‘싸인’을 다시 만든 ‘싸인-법의학자 유즈키 다카시의 사건’을 방송 중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연예계 관계자들은 “자유시장경제인 일본은 근본적으로 중국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경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를 두고 양국 관계가 악화되자 한한령(限韓令)을 통해 한류 콘텐츠 수입을 전면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고, 이로 인해 중국어권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한류스타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일본은 비교적 정치적 사안과 민간의 경제 활동을 구분 짓는 경향이 강하다. 아베 정권 아래 혐한류가 극대화되던 2012년 전후에도 한류 소비가 주춤했을 뿐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다.
한 일본 전문 에이전시 대표는 “일본 내에서도 특히 한류 관련 상점이 많은 도쿄의 신오쿠보를 가면 한류 수입과 소비를 반대하는 혐한류 운동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또 다른 일본인들이 있다. 이게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일본의 모습”이라며 “물론 양국 관계가 좋을 때보다 한류 수출입이 활발할 수는 없지만 문화 영역의 교류가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혐한류, 이제 시작이다(?)
반면 한일 무역 분쟁이 결국 문화 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하나의 빌미가 생기면 언제든 일본이 이를 문제 삼아 강하게 빗장을 걸어 잠글 수도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국내 연예기획사들은 지난 2012년 이를 경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에 대한 반기로 한류 시장에 냉기가 돌았다. 독도에서 공연을 연 가수 이승철의 경우 일본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민간 차원에서는 한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지만, 정치 및 외교 차원에서 한류 확산을 억제할 수는 있다는 의미다.
국내 드라마 OCN 인기 시리즈 ‘보이스’를 리메이크한 일본 드라마 ‘보이스 110긴급지령실’. 사진 출처 = 일본 니혼TV 홈페이지
게다가 비자 발급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관광 등을 이유로 일본을 방문할 때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공연이나 팬미팅 등 일본에서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비자를 발급받아 일본에 입국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측이 무역 분쟁을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한류스타들의 일본 내 활동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가수들이 일본 내에서 여러 활동을 한 것은 이미 비자 발급 등 허락을 받은 사안이기 때문”이라며 “향후 일본 활동을 구상 중인 한류스타의 경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내 여론의 눈치도 봐야 한다. 최근 배우 겸 방송인 이시언은 일본에 사는 지인의 집에 방문한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별다른 의도 없이 여행을 다녀왔을 뿐인데, ‘이런 시국에 일본 여행은 부적절하다’는 일부 네티즌의 지적이 이어지자 결국 이 사진을 삭제했다. 이 외에도 유명 연예인들은 일본 제품을 사용하거나 일본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구설에 오르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눈치뿐 아니라 국내 여론까지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중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들이 행동 하나하나를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정치적으로 일본을 옹호하는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무작정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