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조 조빈과 원흠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무브홀에서 진행된 새 싱글 ‘샤워(SHOWER)’ 발매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가수 노라조(조빈, 원흠)의 디지털 싱글 ‘샤워(SHOWER)’의 미디어 쇼케이스가 17일 오후 홍대 무브홀에서 열렸다. 노래와 완벽히 일치하는 코스튬을 착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노라조인만큼, 이날도 완벽하게 ‘목욕의 신’ 코스튬을 뽐냈다. 비누방울을 형상화한 ‘뽁뽁이’ 상의와 이태리 타올로 만든 스커트를 걸친 조빈은 “원래 뽁뽁이가 단열재로 많이 쓰이는 거라 여름에 입기는 좀 덥다”며 “무대 의상으로는 소매를 좀 잘라낸다든지 해서 입어야 할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샤워’는 지난해 8월 새 멤버인 원흠을 영입하고 발매했던 ‘사이다’ 이후 1년 만의 컴백이다. 조빈은 “작년에 ‘사이다’로 찾아뵐 때 ‘시원한 음악을 들려드릴게요’ 라고 말했는데 사실 노래가 8월 말쯤에 나온 거라 타이밍이 좀 안 맞는 느낌이었다. 시원하게 가야 하는 노랜데 이미 가을이 와 있고…그래서 이번엔 ‘사이다’ 보다 좀 더 시원한 느낌으로, 전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다 보니 여름에 친숙한 ‘샤워’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노라조로서 활동하는 것이 두 번째다 보니 새 멤버인 원흠에게 여전히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원흠은 “지난해에는 한국에 와서 첫 활동이나 보니까 긴장도 됐고 부담감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옆에서 조빈 형이 용기를 북돋아주고 ‘열심히 하루하루 버텨나가자’ 라고 응원해줘서 지금까지 달려왔던 것 같다”고 조빈에게 공을 돌렸다. 조빈 역시 “다들 원흠 씨가 점잖은 콘셉트라고 생각하신 것 같은데 곧 조빈을 넘어서는 진정한 돌아이라고 생각하게 되실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라조 조빈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무브홀에서 진행된 새 싱글 ‘샤워(SHOWER)’ 발매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노라조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전 멤버 이혁의 빈 자리를 채운다는 것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흠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는 “처음에 대중들이 저와 이혁 형이 많이 닮았다고 말씀해주셔서 ‘삼혁’이라는 별명도 붙여 주셨다. 그렇게 많이 불리다 보니 제 친구들이 ‘원흠아, 네 이름보다 삼혁이 더 많이 불린다’며 속상해 하긴 하는데 저는 이 별명이 너무 좋았다”라며 “노라조는 이혁과 조빈인데 삼혁이 또 들어가게 됐구나 라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삼혁에 어울리는 무게를 짊어질 수 있는 가수가 돼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빈도 “예전의 노라조는 과묵하면서도 엽기적인 느낌을 강조했다면 원흠 씨를 만나면서는 조금 더 대중적이고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노라조가 된 것 같다”며 “이혁의 경우는 늘 오른쪽에 서 있고 저는 항상 왼쪽에 서서 무대 활동을 했다면 지금은 제가 무대 위를 다 돌아다녀도 원흠이가 자연스럽게 앵글 안으로 들어와 커버를 해준다. 그만큼 다이나믹한 퍼포먼스가 구현되기 때문에 무대가 풍성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조빈의 말대로 이전의 노라조가 좌 조빈 우 이혁의 ‘과묵’하고 엽기적인 느낌을 보여준 데 반면, 지금의 노라조는 ‘시끄럽고’ 엽기적인 모습이다. 이날 쇼케이스에서도 단 한 번도 ‘마가 뜨는 일(대화가 잠시 끊기는 것)’ 없이 풍성한 오디오를 보여주며 두 멤버의 주거니받거니가 이어졌다.
노라조 원흠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무브홀에서 진행된 새 싱글 ‘샤워(SHOWER)’ 발매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여기에 더해 앞서 ‘니 팔자야’의 초현실적인 뮤직비디오를 뛰어 넘는 엽기성을 보여준 ‘샤워’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서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됐다. “위에는 또 위가 있다”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없는 이 뮤직비디오의 감독은 ‘니 팔자야’ 때와 마찬가지로 디지페디다. 이 때문에 두 뮤직비디오는 마치 후속편처럼 이어지며, 강렬했던 일부 씬은 배우와 연출만 살짝 바꿔 그대로 ‘샤워’의 뮤직비디오에 포함됐다.
조빈은 “2015년 ‘니 팔자야’ 때 노래보다 영상에 더 관심을 가져 주신 분들이 많았다. ‘영상이 음악을 하드 캐리했다’ 는 느낌”이라며 “샤워를 표현할 때도 1차원적인 표현이 아니라 ‘저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전화를 드려서 바쁘신 걸 알지만 함께 가자고 읍소해서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원흠의 상의 탈의씬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원흠은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제 벗은 몸을 본의 아니게 (공개해서)”라며 “‘사이다’ 때는 준비 없이 찍다 보니까 정말 민짜 몸이어서 ‘이번엔 운동을 하고 찍어야지’ 했는데 감독님이 또 촬영 5일 전에 말씀을 해주신 거다. 그래서 5일 밖에 시간이 없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촬영하는 동안 한 씬을 찍고 팔굽혀 펴기를 30회 씩 하는 것을 반복해야 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이처럼 뮤직비디오를 통해 ‘샤워’와 관련한 다양한 콘셉트를 뽐낸 이들은 앞으로의 활동을 두고 야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빈은 “샴푸, 비누, 브러시, 바디로션 같은 샤워 물품이 굉장히 많지 않나. (광고업체에서) 연락만 주시면 저희가 또 시원하게…”라며 업체를 향한 PR을 잊지 않았다. 원흠 역시 “‘사이다’로 활동할 때는 사이다 하나만 목표로 했었는데 이번엔 많이 있으니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라조 조빈과 원흠. ‘샤워’의 콘셉트에 맞춘 때밀이 코스튬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다만 이번 ‘샤워’는 노라조의 고질병이었던 자기 복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에 대해 조빈은 “저희가 늘 말씀 드리는 거지만 작곡가가 한 명이어서 노래가 비슷하다”며 “다만 저희는 할 수 있는 음악과 하고 싶은 음악의 경계를 두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대중들이 우리 음악을 습득하기 위해 고생하는 것을 피하자’라는 마음에 완전히 새롭지는 않지만 변화를 주는 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샤워’도 친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아이와 부모님, 가족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새롭지만 가족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두고 후렴구에 우리나라에서 구전되는 신데렐라 노래를 넣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샤워’의 후렴구는 고무줄 놀이를 할 때 부르던 구전동요 신데렐라의 후렴구로 이뤄져 있어 30~40대들이 향수를 느끼게끔 한다.
이처럼 새로운 것과 옛 것이 자연스럽게 섞이다 보니 노라조의 음악은 시각적으로는 난해하지만 청각적으로는 편안함을 주는 모순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새 멤버였던 원흠이 완전한 노라조의 멤버로 자리 잡아 활동할 것에 대중들의 기대감도 모인다. 노라조의 완전한 ‘시즌2’인 셈이다.
조빈은 “2005년에 데뷔하면서 금방 사라질 수 있는 그룹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앨범을 5개나 내고 활동하고 있다”며 “원흠 씨가 들어오고 이번이 두 번째 싱글인데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원흠의 느낌, 목소리를 좀 더 보여드리도록, 제가 원흠 씨를 꼬실 때 ‘넌 발라드와 알앤비 이런 걸 잘하니까 하게 해줄게’라고 했던 말을 이룰 수 있도록 내년 정도에는 미니 앨범으로 곡을 늘려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