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사의를 표명한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박은숙 기자
금융권에서는 최 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인물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행시 27회)을 비롯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행시 27회) 등이 거론된다. 행시 출신이 아닌 이동걸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행시 33회)보다 선배다. 특히 기획재정부 출신인 최 위원장(행시 25회)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수출입은행장 등을 거쳤던 만큼 직속 후배와 동기 등이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로 오르내린다. 이 가운데 은성수 행장 유력설이 나오고 있으며, 윤종원 전 수석, 김용범 전 부위원장 등도 만만찮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은성수 행장은 행시 27회로 기재부와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거쳐 최 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수출입은행장이 됐다. 최 위원장과 은 행장은 기재부 출신 중 손에 꼽히는 국제금융전문가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력한 후임 금융위원장으로 꼽히고 있다.
행시 27회 동기인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물망에 오른다. 문재인 정부 인사 특징이 한번 기용한 사람을 계속 기용하는 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수석은 기재부 시절부터 은 행장보다 한 발 앞서 승진하면서 라이벌로 여겨지고 있다. 은 행장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로 가길 원했지만 2012년 윤 전 수석으로 확정되자 2014년 세계은행(WB) 상임이사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회장은 참여정부 정부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금호타이어 등 대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최근엔 KDB생명 매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일부에서는 이 회장이 임기 내 성과 내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금융위원장 후보군으로 분류돼왔다.
다만 굵직한 기업 매각 작업이 남아 있고 건강상 이유 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 이동걸 회장은 특히 최근 금융위원장 자리를 고사하고 대신 조성욱 서울대 교수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의 눈길을 틀었다.
차기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조성욱 서울대 교수,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왼쪽부터). 박은숙 기자·연합뉴스
하마평에 새롭게 등장한 조성욱 교수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1년 후배로 현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그가 금융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에 동시에 거론되는 이유는 현재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문재인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규제 개혁에 성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조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7~2003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법경제팀에서 재벌에 대한 정부 정책 등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한 학자다. 금융위와 인연은 2013년 4월부터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역임하며 시작했다.
금융권은 조 교수의 갑작스런 등장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가 재벌정책, 기업지배구조 전문가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재벌의 기업지배구조가 낙후돼 기업 수익성이 낮았고, 연쇄적 도산이 발생해 1997년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논문으로 세계 3대 재무전문 학술지인 금융경제학 저널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력이 있을 정도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만큼 개별 금융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일 은성수 행장이 입각한다면 수출입은행장을 비롯해 금융기관에 연쇄적인 자리이동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가 금융위로 옮길 경우를 가정하면 후임 수은 행장에는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행시 29회),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행시 29회),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행시 30회)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수은 행장으로 갈 경우 당분간 추가 이동은 없을 수 있다. 지난 5월 물러난 김 전 부위원장은 금융위원장 하마평에도 올라 있다. 그는 IBK기업은행장, 수출입은행장을 비롯해 2020년 임기가 만료되는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후임으로도 거론되는 등 차기행보와 관련해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반면 유 수석부원장이 수은 행장으로 갈 경우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행시 32회)이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옮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역대 금융위 몫으로 인식되는 금감원 수석부원장에 당장 금융위에서 내려올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신임 금융위 김태현 사무처장이 이달 발령이 난데다 연초부터 금융위 승진 등 인사로 이동이 많았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