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반일 불매운동으로 호텔롯데 기업공개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준필 기자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연결고리다.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의 대주주 또는 주요주주인데, 지분의 99%를 일본 롯데와 그 관계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 지분율을 낮춰야 할 필요성이 크다.
2016년 첫 상장 추진 당시 호텔롯데 영업가치는 12조 9231억 원, 비영업가치는 5조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여기서 순차입금(7549억 원)을 제한 평가총액은 17조 5683억 원 규모였다. 여기서 할인율(14.5%~33.93%)을 적용한 시가총액은 15조~12조 원으로 예상됐다. 일본 롯데가 보유지분의 30%만 구주매출로 매각할 경우 최대 4조 5000억 원의 매각대금을 챙길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른바 ‘사드’ 사태 이후 실적이 부진해져 현재 경영성과는 당시의 4분의 3 수준이다.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하면서 호텔롯데의 핵심인 면세점 사업 실적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한일간 관광객 수가 줄어들면 롯데면세점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업가치가 더 낮아질 수 있는 셈이다. 그만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몫도 줄어든다.
무인양품, 유니클로와 아사히주류 등 일본 기업과 롯데그룹의 합작사들이 불매운동의 주된 표적이 되면서 11개 롯데 계열 상장사 주가는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지난 1일 이후 급락세다. 불매운동이 장기화돼 핵심 계열사 실적이 본격적으로 감소할 경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로 흘러들어가는 배당 수익도 줄어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아주 가까운 사이다. 2016년 일본 도쿄에서 치러진 신 회장 장남 신유열 씨의 결혼 피로연에 아베 총리가 참석했을 정도다. 신 회장과 아베 총리는 나이가 1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친구 사이로, 신 회장이 일본에 들를 때면 가끔 면담할 정도로 교류가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의 아들은 일본 국적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과 아베 총리 집안의 교류로 일찍부터 그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아베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과 친했으며, 아베 총리의 외조부로 일본의 56·57대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와도 오랜 인연이 있었다. 1985년 신 회장의 결혼 때는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주례를 맡았으며, 결혼식에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총리도 참석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