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임준선 기자
최근 신흥국 대비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 상승 기울기가 더 가팔라지는 현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중국은 최근 경제성장률이 6.2%까지 하락,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7% 성장률이 무너졌다. 선진국 경제가 기술혁명과 통화팽창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의 수혜를 받으면서 신흥국으로 향하던 글로벌 자금이 ‘U턴’하는 현상이다. 신흥국 경제성장의 수혜를 많이 받았던 우리 경제에는 새로운 도전이다. 종합하면 선진국 중심의 해외투자가 상당 기간 유망할 전망이다.
올 들어 지난 16일(현지시간)까지 나스닥은 23.9% 상승했다. 2008년 1577.03으로 장을 마친 이후 2018년까지 10년간 2011년(-1.8%)과 2018년(-3.88%) 조정 수준의 낙폭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현 지수는 8264.78로 2008년 말 대비 무려 5.24배 상승했다. 미국 증시 대표지수인 S&P500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올 들어 2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며 2008년 말(903.25) 대비 3.34배나 불어났다.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기술주가 원동력이다. 2013년 23.92달러로 시장에 데뷔한 페이스북의 현 주가는 203.84달러다. 2008년 말 51달러에 턱걸이했던 아마존 주가는 올 들어 2000달러를 넘어섰다. 2011년 91달러로 데뷔한 넷플릭스는 현재 366달러고, 2016년 725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알파벳(구 구글)은 1300달러가 눈앞이다. 2008년 100달러 아래까지 추락했던 애플 주가는 올 들어 30% 가까이 급등하며 200달러를 회복했다. 2014년 7 대 1의 액면분할을 감안하면 1400달러가 넘는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궁지에 몰렸던 미국 경제지만, 이후 양적완화와 애플의 스마트폰 혁명, 뒤이은 모바일 혁명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만들어진 덕분이다.
반면 우리 증시의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금융위기가 정점이던 2008년 말 1124.47로 장을 마쳤던 코스피는 2010년 2000선을 회복하고 지난해 2600선을 ‘터치’했지만, 그게 끝이다. S&P500이 3.34배 불어날 때 채 그 절반도 오르지 못한 셈이다. 이제는 2000선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08년 말 332이던 코스닥도 지난해 한때 932선까지 상승했지만, 현재는 겨우 666선이다.
그나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술주 덕분에 이만한 상승률도 가능했다. 2008년 말 대비 현재 주가는 삼성전자가 5.1배, SK하이닉스가 11.1배 수준이다. 하지만 올 상승률은 각각 19%, 23%로 미국의 주요 기술주에 못 미친다. 현대차도 2008년 말 3만 9500원에서 현재 13만 3500원으로 3.4배 상승했지만, 2012년 27만 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화학과 금융대장주인 LG화학과 신한지주는 현 주가가 2010년만도 못하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1.6%, 코스닥은 -1.4%로 주요국 증시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무역분쟁과 정치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홍콩도 2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우리보다 성장률이 낮은 일본과 유로존도 7%대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해외주식투자는 주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하다 최근에는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종목서비스가 추가되면서 직접투자 형태로 바뀌고 있다. 예탁결제원이 집계한 올 1분기 외화주식 결제상위 종목을 보면 아마존이 5억 5200만 달러로 압도적 1위다. IT업체인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도 인기다.
최근에는 ‘불패’ 신화를 자랑하는 국내 부동산마저 해외 열풍에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주택시장이 급랭하고, 오피스 빌딩마저 높아지는 공실에 투자매력이 떨어지면서다. 증권사들이 최근 내놓는 해외부동산 투자상품은 연기대수익률이 최소 5%, 많게는 7%에 달한다. 주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팔던 상품들인데 최근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도 몰리고 있다.
한편 최근 러시아와 브라질 등 일부 신흥 증시가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환위험을 감안할 때는 선진국 대비 여전히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 투자자가 이들 신흥국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바꾼 후 다시 현지 화폐로 교환해야 해 환율변동에 대한 노출 위험이 더 크다. 해외투자에서는 향후 상대적으로 강세가 예상되는 통화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