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추적 60분’ 캡쳐
19일 방송되는 KBS1 ‘추적 60분’은 ‘실태점검 심리상담소가 위험하다’ 편으로 꾸며진다.
최근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심리치료를 받는 이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심리치료’는 심리적 고통 등을 호소하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삶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돕는 전문적 활동으로, 내담자들은 한 시간 당 수십만 원에 달하는 상담료를 내고 심리상담을 받는다.
그런데 다수의 방송에 출연한 유명 심리상담사들 중 일부가 내담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신체접촉을 하는 등 부적절한 상담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심리상담을 받으러 온 미성년자 2명을 포함해 총 12명의 여성을 강제 성추행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던 한 심리상담사는 출소 후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버젓이 심리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2017년 1월, 심리상담사 A 씨는 12명의 아동, 청소년 및 성인 여성 내담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알고 보니 A 씨는 미성년자 강간미수죄로 2년 간 복역 후 출소해 당시 무려 3곳의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며 여성 내담자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을 취재하던 도중, A 씨가 구속되기 전 운영했던 한 심리상담소에서 여전히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취재진의 눈앞에 나타나 자신을 심리상담사라고 소개한 A 씨. 알고 보니 A 씨는 약 한 달 전 출소 후 발목에 전자발찌를 찬 채 또 다시 심리상담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성범죄 전과 2범 심리상담사 A 씨는 “항상 100% 예약제거든요. 시간 약속하고 만나고 은밀하게 가고 연예인들도 많이 오세요. 오셔서 편안하게 나 요즘 스트레스 받는데 이 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합니까. 멘탈 조정해주고 컨트롤 해주고”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지희 씨(가명)는 우울증 치료를 위해 방송출연으로 유명해진 심리상담사 B 씨를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치심부터 극복해야 한다며 B 씨가 제안한 심리치료 기법은 공공장소에서 노상 방뇨를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자신이 보는 앞에서 이 씨에게 속옷을 벗고 성기를 그리라고 지시했다고. 이 씨는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한다.
3년 전,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게 되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박민지 씨(가명) 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취재진에게 고백했다.
그녀는 친구의 추천으로 유명 심리상담사 C 씨가 진행하는 드라마 심리캠프에 참가했다.
캠프가 끝나고도 개별적으로 상담을 해주겠다는 C 씨의 말에 고마움을 느낀 박 씨는 매일 SNS로 일과를 보고하며 마음을 터놓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박 씨에게 수위 높은 성적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심리상담사 C 씨. 심지어 그는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 공공장소에서 자위를 해야 한다는 등 박 씨에게 심리치료를 빙자한 황당한 요구를 했다고 한다.
2019년 7월 기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등록되어있는 ‘상담’ 관련 자격증은 무려 4767개에 달한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을 위해 직접 제작진이 한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 접속해 심리상담 자격증에 대해 문의하자 해당 사이트에서는 강의를 듣지 않아도 단시간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각종 편법을 알려줬다.
실제 제작진이 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9분 52초였다. 이 같은 편법은 오프라인 상에서도 성행했다.
한 심리상담 교육기관에서는 7시간 강의만 들으면 현장에서 바로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출력해줬다. 이처럼 각종 심리상담 자격증이 남발되면서 철학관, 타로, 점집까지 심리상담소 간판을 내걸고 무분별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전국 심리상담소의 실태를 점검해본 결과, 비전문적인 심리상담으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었다. 하지만 심리상담소 개설 자격 기준과 심리상담사 범죄행위 처벌에 대한 규제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