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FRL코리아는 배우진 대표와 와카바야시 타카히로 대표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다. 배우진 대표는 롯데쇼핑 임원을 거친 바 있고, 와카바야시 대표도 패스트리테일링 임원 출신이다. 롯데쇼핑과 패스트리테일링이 각각 한명의 대표를 선임해 공동 경영을 이끄는 셈이다.
와카바야시 대표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FRL코리아 대표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후 하타세 사토시 전 대표(2015년 10월~2017년 9월), 코사카 타케시 전 대표(2017년 9월~2019년 5월)가 FRL코리아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지난 5월 와카바야시 대표가 FRL코리아 대표로 다시 취임했다.
서울에 있는 한 유니클로 매장. 사진=고성준 기자
FRL코리아 이사의 임기는 2년이다. 과거 와카바야시 대표나 하타세 전 대표의 경우 1년 11개월 동안 대표이사를 맡고 사임해 임기를 거의 다 채운 셈이다. 그러나 코사카 전 대표는 1년 8개월 간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임기를 4개월 남기고 사임했다. 유니클로 측 관계자는 “코사카 전 대표는 지난 5월 1일 일신상의 이유로 퇴사했다”고만 밝혔다.
FRL코리아의 실적은 수년째 상승세를 거두고 있지만 와카바야시 대표 시절 가장 큰 성장을 이룬 게 사실이다. FRL코리아의 2012년 9월 1일 ~ 2013년 8월 31일 매출은 6940억 원이었지만 와카바야시 대표가 취임한 후인 2013년 9월 1일 ~ 2014년 8월 31일은 8954억 원, 2014년 9월 1일 ~ 2015년 8월 31일은 1조 1169억 원을 기록해 매년 2000억 원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이후 매출을 살펴보면 2015년 9월 1일 ~ 2016년 8월 31일 매출은 1조 1822억 원, 2016년 9월 1일 ~ 2017년 8월 31일 1조 2377억 원, 2017년 9월 1일 ~ 2018년 8월 31일 1조 3732억 원으로 매년 늘어나기는 했지만 성장폭이 예전에 비하면 크지 않다. 와카바야시 대표가 재선임된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FRL코리아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추측된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와카바야시 대표는 현재 일본에 거주 중이다. 하타세 전 대표와 코사카 전 대표는 FRL코리아 대표를 맡을 당시 한국에 거주한 것으로 나온다. 와카바야시 대표가 2013년 11월~2015년 10월 대표를 맡았을 때는 그 역시 한국에 거주했다. 유니클로 측 관계자는 “와카바야시 대표는 유니클로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겸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와카바야시 대표가 한국만 담당하는 게 아니기에 일본에 거주 중인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도 FRL코리아에 적지 않은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1인자와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FRL코리아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다는 점에서다. 유형주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도 FRL코리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은 1984년 일본 히로시마에 유니클로 매장 1호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니크 클로징 웨어하우스(Unique Clothing Warehouse)’를 열었다. 이후 인기를 얻기 시작해 1998년 일본 도쿄에 진출했으며 2002년 중국에도 진출했다. 2004년에는 롯데와의 합작법인 FRL코리아를 설립해 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19개국에서 19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국내에서도 좋은 가성비로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었다. FRL코리아에 따르면 2018년 8월 기준 국내 유니클로 매장은 186곳에 달한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9월에는 GU 매장 1호점이 오픈했다. GU는 패스트리테일링이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FRL코리아 GU사업부가 담당한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반일감정으로 인해 FRL코리아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1일, 오카자키 다케시 패스트리테일링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한국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비판이 이어지자 FRL코리아 측은 지난 17일 사과 입장을 전했고, 22일에는 공식적인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FRL코리아는 사과문에서 “전하고자 했던 바는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해주고 계신만큼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며 “‘바랍니다’라고 명확히 이야기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부족한 표현을 사용해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돼 한국의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전했다.
FRL코리아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등지에서 유니클로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은 편이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들은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보이콧 재팬’이라는 푯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FRL코리아의 최대주주가 일본 기업인만큼 유니클로가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타깃에서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