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하나원큐 팀 K리그’와 경기를 치를 예정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유벤투스 FC.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일요신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지안루이지 부폰, 마리오 만주키치, 마티아스 데 리흐트. 이름만 들어도 축구 팬들의 가슴을 뛰게하는 세계적 축구 스타들이다. 이들이 소속된 이탈리아 명문 구단 유벤투스 FC가 대한민국을 찾는다. 방한을 앞둔 유벤투스는 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경기를 치른다. 이들의 상대는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모인 ‘팀 K리그’다.
#올스타를 올스타라 부르지 못하고…
팀 K리그는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팬 투표로 결정됐다. K리그1 12개 구단에 제출한 선수 명단 중 팬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11명에게 표를 던졌다. ‘올스타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지 않았지만 사실상 올스타전 격으로 치러지는 경기였다. 팬들 또한 이번 경기를 올스타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도 ‘K리그 올스타전’을 검색하면 유벤투스 초청경기 정보가 나온다.
하지만 유벤투스를 상대할 팀의 공식 명칭은 ‘올스타’가 아닌 ‘하나원큐 팀 K리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연맹이 아닌 스포츠 마케팅 업체가 유벤투스를 초청해 경기를 성사시켰기에 올스타라는 명칭을 함부로 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해외 명문 구단의 초청경기가 결국은 세간의 손가락질로 마무리된 결과를 경계하는 듯 했다.
#‘메시 출전 논란’의 추억
지난 2010년 K리그는 올스타전과 관련해 ‘아픈’ 추억이 있다. 상대는 당시 세계 최고로 군림하던 FC 바르셀로나(스페인)였다. 리오넬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등 세계적 스타들이 즐비한 팀이었다.
하지만 준비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리그 경기를 미뤄가며 올스타와 바르셀로나의 경기 일정이 잡혔다. 바르셀로나 측의 일방적 통보에 K리그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국내 팬들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경기 전날 기자회견은 술렁이던 여론을 폭발하게 만들었다. 바르셀로나 감독 펩 과르디올라가 팀의 얼굴 메시를 경기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결국 메시는 ‘억지춘향’ 같은 모습으로 15분간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이 경기는 바르셀로나라는 ‘슈퍼팀’이 왔음에도 3만 명 남짓의 관중만이 경기장을 찾으며 씁쓸한 추억으로 남게 됐다.
1998년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 슈팅을 시도하는 안정환이 눈에 띈다. 연합뉴스
K리그 올스타전에 이 같은 ‘씁쓸함’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1년 처음 시작된 올스타전은 해를 거듭하며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엔 1990년대 후반 ‘K리그 르네상스’라 불리며 흥행 시대를 주도했던 고종수, 안정환, 이동국 등이 있었다.
이 트로이카 3인방은 1998년부터 경기장마다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며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그 해 열린 올스타전에서 이동국과 안정환은 남부팀에서 투톱을 이뤘고 고종수는 중부팀에서 이들을 상대했다.
고종수가 ‘꽁지머리’ 김병지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고 공중제비를 돌며 세레머니를 펼쳤다. 이내 안정환이 응수하며 그대로 경기장에 엎드려 미소를 지었다. 경기장은 소녀팬들의 함성이 쉬지 않았다. 신인 이동국은 2골을 몰아넣으며 올스타 MVP에 등극했다. 이듬해 올스타전에선 하프타임에 고종수가 운동장에서 ‘노래자랑’을 펼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흥미로운 번외 이벤트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선수들의 슈팅 스피드를 측정하는 ‘캐넌 슈터 선발대회’, 각 구단 선수들이 나서는 이어달리기 등이 팬들을 더욱 즐겁게 했다. 특히 김병지는 골키퍼임에도 2000년 캐넌 슈터 1위에 선발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당시 올스타전에 참가했던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당시 잠실에 있는 올림픽주경기장이 꽉 찰 정도로 많은 팬들이 오셨던 기억이 난다”며 “올스타는 것은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라는 의미 아닌가.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올스타전 MVP 한 번 받아보고 싶었는데 그러진 못했다. 골은 넣었지만”이라며 웃었다.
#‘변주’ 시작된 K리그 올스타전
‘K리그 안의 잔치’로 진행되던 올스타전은 2000년대 후반에 들어 ‘변주’가 시작됐다. 2008년, K리그와 J리그의 올스타가 맞대결을 펼치는 ‘한일전’이 성사된 것이다. 1년의 간격을 두고 치러진 홈 앤 어웨이 경기에서 양 리그는 1승 1패 씩 나눠 가졌다.
2012년에는 2002 한일 월드컵 10주년을 기념하는 올스타전이 열렸다. 2002 월드컵 멤버들과 2012 K리그 올스타 간의 맞대결이었다. 2002년 당시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도 벤치에 앉으며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박지성이 골을 넣고 히딩크에게 달려가 안기며 10년 전 포르투갈전을 재현한 장면은 폭우 속에서도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1년 뒤인 2013년은 국내에 승강제가 도입된 기념비적인 해였다. 이에 연맹은 1부리그(K리그 클래식)와 2부리그(K리그 챌린지) 올스타가 맞붙는 기획을 내놨다. 2부리그의 창설을 다시 한 번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실제 철저한 무명 선수였던 김덕수(당시 부천 FC 1995)가 2부리그 올스타 소속으로 맹활약하며 주목을 받았다. 다만 K리그 올스타전에 기성용, 구자철 등 유럽파 선수들이 참가해 경기까지 소화해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이날 MVP 수상자 또한 구자철이었다.
이후로도 큰 굴곡 없이 올스타전이 이어졌지만 지난 2017년 다시 한 번 엇박자가 났다.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이라는 명목으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올스타전이 개최됐다. 상대는 베트남 22세 이하 대표팀이었다.
곧장 ‘국내 팬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베트남 현지 시간에 맞춰야 했기에 국내 팬들은 밤 10시에 TV로 K리그 올스타전을 지켜봐야 했다. 질타 속에 진행된 경기에서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베트남을 상대로 K리그 올스타가 패배했다. 미래 시장을 내다본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했기에 입장료, 중계권 등 수익은 베트남이 챙겼다. ‘명분도 실리도 다 놓친 경기’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지난 2018년 월드컵의 여파로 올스타전을 건너 뛴 K리그는 2년 만에 다시 한 번 축제를 맞게 됐다. 2년 전과 달리 큰 잡음 없이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인기 스타 호날두의 방문 소식에 입장 티켓은 2시간 만에 매진됐다. 이례적으로 기자에게도 ‘표를 구할 수 없냐’는 지인들의 청탁이 쇄도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오랜만에 불을 지핀 올스타전 열기가 현장에서 어떻게 타오를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