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하는 이창호(왼쪽)과 서봉수.
[일요신문] 7월 23일 오전, 63빌딩 60층에 마련한 특별 대국실. 올해 열리는 제19회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을 기념하기 위해 프로기사 여덟 명이 모였다. 이들은 아마추어와 짝을 이뤄 2 대 2 페어대국을 벌였다. 페어상대는 현장추첨으로 정했다. 인기 좋은 이창호 9단 옆자리는 10대 소녀가 차지했다. 그 맞은편엔 서봉수 9단이 인터넷 4단 기력 20대 청년과 나란히 앉았다. 서봉수팀 아마추어의 실수로 대마가 잡혀 바둑은 일찍 끝났다.
복기가 오래 이어졌다. 오랜만에 이창호와 만난 서봉수가 주로 질문을 쏟아냈다. AI수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은 말이야, 여기저기 걸쳐두고 미생인 채로 손을 빼. 허허, 우리 바둑하곤 너무 달라.”
장면도
장면도, 흑 한 칸 뜀에 바로 A로 들여다보는 AI수법도 말했다. 서봉수가 이후 변화도 몇 가지를 주르륵 놓아본다. “원래 접바둑에선 B가 있을 때 뒀잖아. 프로와 두면 흑 두 점(세모표시)은 죽은 돌이라고 봐야지. 그래서 내가 책 쓸 때 ‘한 칸 두지 말고 날일자(C자리)로 굳혀라’고 강조했어”라면서 웃었다. 그러다 백1을 두며 “요즘엔 AI가 이렇게도 두더라고”라면서 어이없다는 듯 껄껄 웃었다. 한참 듣고만 있던 이창호가 조용히 손을 움직여 백1을 만지며 서봉수를 쳐다본다. “사범님. 이거 제가 넉 점 접바둑 두면 자주 쓰던 수법인데요?”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