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서 영업하는 일본계 저축은행으로는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을 비롯해 JT친애·JT저축은행, OSB저축은행 등이 있다. 이들은 2010년대 초반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한국에 진출해 현지화에 성공했지만, 한국 금융사를 사들인 뒤 고금리 대출 장사를 한다는 인식에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일본제품 불매 기업 목록 가운데 금융 부문에는 이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이름이 올라와 있다.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일본계 금융사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대표적인 일본계 저축은행으로 알려진 SBI저축은행 청담지점. 박정훈 기자
업계 1위로 잘 알려진 SBI저축은행은 일본 투자회사 SBI홀딩스가 지분 84.27%를 가진 일본계 대표 저축은행이다. SBI는 2010년대 초반에 한국의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국내로 진출했다. SBI저축은행은 2013년 일본 SBI그룹이 부실에 빠진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세웠다. 인수 당시 예금보험공사 기금 투입 없이 SBI그룹이 1조 3000억 원을 증자해 소생했다.
SBI는 과거 행적도 다시 조명되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2016년 모기업인 SBI홀딩스가 일본의 대표적 극우 사이트인 ‘서치나’를 자회사로 운영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마에 올랐던 전력이 있다. ‘서치나’에는 한국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들이 게재됐다. 이후 기타오 요시타카 회장의 극우 발언까지 더해져 논란이 거세졌다. 2016년 당시 요시타가 회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일본 교과서에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다가 뭇매를 맞고 글을 지운 게 대표적이다.
JT친애저축은행은 미래저축은행이 원래 이름이다. 2012년 일본 J트러스트그룹이 영업 정지된 미래저축은행의 채권을 인수하면서 친애저축은행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2014년에는 스탠다드차타드(SC)가 SC캐피탈과 SC저축은행을 J트러스트그룹에 매각해 각각 JT캐피탈, JT저축은행이 됐다. 친애저축은행은 2015년 JT친애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OSB저축은행은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코퍼레이션이 2010년 푸른2저축은행을 사들인 뒤 운영해왔다. 다만 오릭스코퍼레이션은 최근 9년 만에 다시 OSB저축은행을 매각하겠다고 내놓아 현재 인수 후보를 찾고 있다.
국내 대부업계 1위인 일본계 산와머니도 불매운동 목록에 포함됐다. 산와머니는 일본계 대부업체 산와대부의 브랜드다. 경쟁사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러시앤캐시가 OK저축은행 인수로 대부업 자산 감축에 들어가면서 대부업계에서 굳건한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러나 산와머니는 이미 올해 3월부터 신규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불매운동과 관계없이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와머니의 경우 ‘한국 철수설’도 나돌고 있다.
다른 일본계 금융사 관계자들도 여론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일본계 저축은행 관계자는 “국내 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일본 본사에 한 푼도 배당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최소한 당분간은 한국에서 얻은 수익이 일본으로 건너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산적 성격이 강한 금융상품 특성상 아직은 눈에 띄는 예금자 이탈이나 대출 감소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특히 약정이 돼 있는 금융상품이 많아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만기 전에 자금을 움직이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국내 금융사도 나타나고 있다. 한 국내 저축은행은 1만 명 한정으로 최고 연 6%를 주는 정기적금을 내놨다. 계좌당 매월 납입액은 최대 30만 원으로 가입기간은 12개월, 신규 고객에만 해당된다. 2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저축은행들도 입출금 통장을 개설하면 추천인과 추천받은 당사자에 모두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준비하는 등 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특히 시류에 민감한 젊은 층을 잡기 위해 온라인 뱅킹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들을 짜내기 위해 골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