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이 25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를 내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은 구주 매입과 신주 발행(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새 주인이 아시아나의 최대주주 금호산업이 가진 구주(31.00%)를 사들이는 동시에 새로 발행된 신주를 함께 인수하는 식이다. 구주를 팔아 나온 대금은 금호산업으로 들어가고, 신주 자금은 3조 6000억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쓰이게 된다.
인수 후보자는 오는 9월초까지로 예정된 예비입찰에서 인수 희망 가격을 써서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 구주를 얼마에 사들일지, 신주발행에 얼마를 써야할지를 이 과정에서 결정해야 한다. 구주와 신주에 어떤 비율로 가격을 써야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없다. 결국 인수 후보자와 금호산업의 협상과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의 입장 등에 따라 인수전의 향방이 크게 달라지게 되는 셈이다.
구주를 가진 금호산업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은 구주 가치를 높게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회사의 채무도 갚을 수 있고 박 전 회장 측이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서다. 금호산업이 매물로 내놓은 구주 지분을 단순 계산하면 약 4000억 원 수준이다. 구주에는 보통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도 붙는다. 이를 더하면 구주 매각 대금만 약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인수 후보자들은 구주 매입 대금을 최대한 낮추기를 원할 수밖에 없다. 새로 발행된 신주 인수 대금(유상증자 대금)은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는 데 쓰이는 만큼 아까운 돈이 아니지만 구주 매입 금액은 사실상 경영실패 책임이 있는 금호산업과 박 전 회장 측으로 유입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통매각’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후보자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 결국 인수 후보자들 입장에선 신주 인수 대금 비율을 높이고 구주 인수 대금을 낮추는 게 가장 유리한 선택지다.
시장에선 이 때문에 한동안 인수 후보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인수전이 일찍부터 과열되면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오르고, 그만큼 구주 가격이 현재 추정치보다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지난 3월 감사보고서 한정의견을 받고 3월 27일 3420원까지 떨어졌다가 매각 발표 이튿날인 4월 16일 8450원으로 147%나 급등했다. 주춤했던 주가는 매각 공고가 나온 25일 주당 634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아시아나 매각 방침 발표 직후부터 최근까지 인수 후보로 거론된 기업들이 ‘관심없다’며 손사래를 친 이유는 구주 가치 변동 때문”이라며 “매각 작업이 본격화 돼 주가가 움직이는 건 피할 수 없는 만큼, 아시아나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인수 후보자군이 확정될 오는 9월 초까지는 물밑에서 눈치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향후 확정된 인수 후보자들이 경쟁적으로 구주 가치를 올릴 수도 있지만 그건 나중 얘기다. 후보자들 입장에선 일단 구주 가치가 최대한 낮은 상황에서 시작하는 게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융감독 당국 등도 구주 보다는 신주 인수에 더 많은 금액이 투입되는 쪽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매각의 원인과 목적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이 핵심이다. 새 주인은 인수 이후에도 투자를 지속하면서 회사 체질을 바꿔야한다. 구주 매입에 돈을 많이 들이면 그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개선에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구주와 신주 비율을 놓고 견해차를 보여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등은 적어도 1차 입찰에선 구주와 신주의 비율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내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희망자들이 제출한 가격을 토대로 새 주인들의 의사와 거래 흐름을 파악한 뒤 본입찰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앞서 금호산업은 25일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 8063주(31.0%)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그동안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실사를 벌여왔고, 매각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만 한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9월 인수 후보자들을 추리고, 후보자들의 실사를 거쳐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11월까지 마치는 등 연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넘길 계획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강남 아파트는 (매물이 나가면) 좋은 물건이 또 나올 수 있지만 아시아나와 같은 매물은 다르다. 두 번 다시 아시아나 같은 매물은 안 나올 것”이라며 “능력과 의지를 갖춘 기업이 나타나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이뤄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