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잡음을 내며 결국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앙투안 그리즈만. 연합뉴스
[일요신문] 현대 프로 스포츠에서 ‘돈’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됐다. 특히 유럽 축구 시장에서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이적 시장에서는 매번 치열한 ‘쩐의 전쟁’이 전개된다. 2019-2020 시즌을 앞두고 열린 여름 이적 시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새 판 짜는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등 ‘빅 3’가 리그를 주도하고 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새로운 판을 짜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바르셀로나부터 철저한 실패를 경험한 레알까지 적극적으로 이적 시장에 나섰다.
리그 2연패를 달성한 바르셀로나였지만 이 같은 결과물에 마냥 만족할 수는 없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2년 연속 탈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8강과 4강에 각각 올라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토너먼트 1차전에서 대승을 거두고도 2차전 기적적인 역전패를 당했기에 충격이 더했다.
이들은 챔피언스리그 부진의 원인을 리오넬 메시와 호흡을 맞출 공격진에서 찾았다. 루이스 수아레즈는 여전히 적지 않은 골을 넣고 있지만 챔스에서는 부진하다. 수아레즈, 필리페 쿠티뉴, 우스망 뎀벨레 등 공격진 3인방은 지난 2년간 챔스에서 도합 9골만을 넣었다. 이 기간 메시는 혼자서 18골을 기록했다.
바르셀로나는 공격 활로를 뚫어줄 해결사로 ‘이슈 메이커’ 앙투안 그리즈만을 선택했다. 2년간의 지지부진한 이적 과정으로 그리즈만은 원 소속팀 아틀레티코와 새 팀 바르셀로나 양쪽 팬들 모두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15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이 투자된 만큼 공격 보강 효과는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아틀레티코는 올 시즌 대대적 개편을 맞게 됐다. 수년간 성공을 이어온 주역들이 대거 팀을 이탈했다. 디에고 고딘, 후안 프란, 필리페 루이스, 그리즈만 등과 작별했다. 모두 팀을 상징하는 핵심 선수들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빠져나간 아틀레티코는 공격적인 투자로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뉴 호날두’로 불리는 포르투갈 신성 주앙 펠릭스의 영입 경쟁에서 승리했다. 만 19세 어린 공격수에 투자된 이적료만 1650억 원이 넘는다. 이외에도 공백을 차근차근 메우고 있다.
챔스 3연패로 유럽 최강으로 군림했던 레알은 지난 시즌 철저한 실패를 경험했다. FIFA 클럽 월드컵 외에 단 하나의 트로피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1년간 두 명의 감독이 짐을 쌌고 결국 지네딘 지단이 돌아왔다.
남부러울 것 없는 재정을 자랑하는 레알이기에 ‘분노의 영입’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세계 최고 윙어 중 하나인 에당 아자르와 독일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공격수 루카 요비치를 데려왔다. 20세 전후의 브라질산 유망주를 영입하며 미래도 대비했다.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슈퍼스타 폴 포그바를 비롯해 크리스티안 에릭센, 도니 반더베이크 등 미드필더 보강을 원한다는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미드필더 탕귀 은돔벨레(왼쪽)는 이번 여름 구단 최고 이적료 기록을 갈아 치우며 손흥민(가운데)과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연합뉴스
매년 천문학적 이적료를 쏟아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비교적 잠잠한 가운데 토트넘 핫스퍼의 분주함이 돋보이고 있다. 손흥민의 소속팀으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토트넘은 지난 1년간 영입이 전무했던 모습과 대조되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해 여름 이적 시장에서 ‘영입 제로(0)’로 시즌을 시작하며 구두쇠로 악명을 떨쳤다. 팀 보강을 원하는 감독으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는 중하위권에서도 큰 금액을 투자하는 잉글랜드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토트넘은 이어진 겨울에도 보강에 나서지 않았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야했던 신 구장 건설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여름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토트넘이다. 거액이 드는 이적에도 거리낌 없이 나서고 있다. 그 신호탄을 올린 사례는 미드필더 탕귀 은돔벨레의 영입이었다. 850억 원에 가까운 거액이 투입됐다. 토트넘 역사상 최대 이적료였다. 또한 이들은 지오바니 로셀소, 라이언 세세뇽 등의 영입에 1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쓸 예정이다. 더 이상 리그 4위권 안착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잉글랜드 내에서 가장 많은 뉴스가 나오는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이들은 지난해 무기력한 모습으로 6위에 올랐다. 명예회복을 노리는 이들은 대대적 보강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다니엘 제임스, 아론 완비사카의 입단을 확정지은 가운데 꾸준히 추가 영입을 노리는 중이다.
#공세 펼치는 세리에A
이탈리아 세리에A 일부 구단들은 예년보다 더욱 공격적인 자세로 이적 시장에 임하고 있다. 그 선두에는 유벤투스와 인터밀란이 서 있는 모양새다.
지난 시즌 세리에A 7연패를 달성한 유벤투스의 목표는 더욱 뚜렷해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1년을 보낸 가운데 이들의 목표는 챔피언스리그에 맞춰졌다. 33세가 넘은 공격수(호날두) 영입에 1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이들은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거둬야 하는 입장이다.
미드필더 아론 램지, 아드리앙 라비오 등을 자유 계약(FA)로 팀에 데려왔다. 지난 시즌 아약스 돌풍을 이끈 마타이스 데리흐트에게 160억 원에 가까운 고액 연봉을 베팅해 영입을 성사시켰다. 베테랑 잔루이지 부폰을 1년 만에 복귀 시키며 골키퍼 선수층까지 두텁게 만들었다.
또 다른 이탈리아 명문 인터밀란은 오랜만에 이적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수년간 그들을 괴롭혀온 재정적 문제에서 일부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인터밀란은 UEFA가 재정적 페어플레이 룰(FFP)를 도입하며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SA(settlement agreement)로 불리는 일종의 법정 관리를 받아왔는데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관리 기간을 마무리하게 됐다. 일정 부분의 적자가 허용되기에 공격적으로 선수영입에 자금을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정 이상의 성적을 보장하는 감독 안토니오 콘테를 불러들였고 고딘, 마테오 폴리타노, 니콜로 바렐라 등 알짜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맨유 소속 대형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유럽 주요 리그는 개막까지 약 3주를 앞두고 있다. 리그 개막 이전 시장 문을 닫는 잉글랜드를 제외하면 이적은 9월 2일까지 지속된다. 남은 기간 또 어떤 스타의 이동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