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슈퍼호황’이 끝나면서 올해 상반기 실적 악화가 예견됐지만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당분간 2017년과 지난해의 실적 신기록은 다시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등의 악재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올 하반기 ‘바닥’ 탈출도 불투명한 상황이 되면서 생산과 설비투자 조정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3년 만에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써냈다. 사진=고성준 기자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4∼6월)에 매출 6조 4522억 원, 영업이익 6376억 원을 각각 올렸다고 25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분기(6조 7727억원)보다 5%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0조 3705억 원)에 비해서는 38% 급감했다.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6조 4724억 원)보다도 적은 수치다.
영업이익은 1분기(1조 3665억 원)보다 53%, 1년 전(5조 5739억 원)보다는 무려 89% 줄어들었다. 지난 2016년 2분기(4529억 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적은 흑자를 기록했다. 분기 흑자가 1조 원을 밑돈 것은 2016년 3분기(7260억 원) 이후 11분기 만에 처음이다.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 평균(6조 4300억 원·7400억 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비슷했으나 영업이익은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9.9%를 기록하며 전분기(20.2%)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3분기(56.7%)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치다. 수익성이 그만큼 급격히 악화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13조 2249억 원의 매출과 2조 4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31%와 80% 줄어들었다.
상반기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메모리 제품의 수요 둔화로 인한 출하량 감소와 가격 급락 때문이다. 또 환율 요인과 재고 평가 손실 등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회사 측은 2분기 실적에 대해 “D램의 경우 수요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큰 모바일과 PC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데 힘입어 출하량이 전분기보다 13% 늘었으나 평균판매단가(ASP)가 24%나 떨어졌다”면서 “낸드플래시도 출하량은 40% 증가했지만 가격은 25%나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수요 부진, 미중 무역분쟁 등의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과 투자를 모두 조정하기로 했다.
우선 D램 사업의 생산능력을 오는 4분기부터 줄이기로 했다. 최근 성장세에 있는 CIS(CMOS 이미지 센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하반기부터 이천 M10 공장의 D램 설비를 CIS 양산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낸드플래시 사업도 당초 올해 웨이퍼 투입량을 작년보다 10% 줄인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를 15%로 더 낮춰잡으면서 감산 폭을 확대했다.
특히 청주 M15 공장의 추가 클린룸 확보와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의 장비 반입 시기도 수요 상황을 고려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개발과 고용량·부가가치 중심의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다운턴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D램은 10나노급 1세대(1X) 및 2세대(1Y) 생산 비중을 올 연말 80%까지 높이고, 낸드플래시는 하반기부터 최첨단인 96단 4D 낸드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128단 1Tb(테라비트) TCL(트리플 레벨 셀) 4D 낸드의 양산을 서두르기로 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