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KBS편파방송, 수신료 거부를 위한 전국민서명운동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은숙 기자
반면 자유한국당은 0.3%포인트 내린 26.8%를 기록하며 2주째 약세를 보였다. 황교안 대표가 선출된 2·27 전당대회 직전인 2월 3주차(26.8%) 수준으로 하락한 결과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두고 ‘친일’ 공세를 계속하면서 거둔 효과로 보고 있다. 21일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백태클은 신 친일”이라면서 “한국당은 일본을 위한 엑스맨이자 자책골 쏘는 팀킬”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물론 한국당이 당분간은 힘들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은 당장 대외적 위기가 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아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 등 대외적 위기가 발생하자 지지율이 급반등한 바 있고 심지어 지지율이 낮았던 퇴임 전 이명박 전 대통령도 독도 방문을 하자 지지율 반등이 온 바 있다”면서 “이 같은 위기로 국민들이 마음을 실어 주는 것은 가능하다. 문제는 위기가 지속되면 피로감과 함께 신뢰가 사라지기 시작하고 지지율도 지금과 같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도 나름 ‘강공 모드’로 전환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 회의에서 “철없는 친일 프레임에 집착하는 어린애 같은 정치를 멈추고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며 친일 공세를 반박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같은 날 “정부와 여당이 우리 당에 대해 저자세니, 팀킬이니 하며 비난하고 있다”며 “저와 우리 당이 언제 일본에 굴복하자고 했냐”고 말했다.
또한 KBS가 메인뉴스 방송에서 일장기에 자유한국당 로고를 넣은 사진을 쓴 것도 강하게 반발했다. 25일 자유한국당은 ‘당협위원장 253명에 각 1000만 원씩 배상하라’며 KBS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KBS 수신료 거부 서명운동 출정식을 벌이기도 했다.
이같이 외부로 보이는 강한 반격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점점 초상집 분위기가 감돈다. 탄탄한 지지율이 강점이던 기존 한나라당, 새누리당과 달리 한국당은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깎여 나간 지지율이 상수가 됐다. 여기에 아직도 바른미래당으로 보수가 갈라져 있는 데다 친박 중심 정당인 우리공화당이 지지율을 나누고 있다. 이렇게 낮아지는 지지율에다 친일 프레임은 치명타가 됐다는 분위기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분위기가 절망적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 수도권 한국당 당협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영남은 몰라도 수도권 특히 기존 박빙 지역은 승리는커녕 승부가 가능할지부터 걱정된다. 지금 지역 분위기대로라면 박빙이 아니라 망신을 당할 것 같다”고 걱정을 드러냈다.
이 같은 절망적 분위기는 특히 서울에서 더욱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지역 한국당 한 의원도 “서울에서 한국당이 그나마 근소한 우세였던 지역은 근소한 약세로, 박빙 지역은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남 지역 한국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우리는 그나마 상황이 괜찮지만 서울은 괴멸, 수도권은 절망적이고 충청, 영동 지역도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다음 총선에서 한국당이 100석 정도면 선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아직 희망을 잃지 않은 지역도 있었다. 국내 정치에서 8개월이란 시간은 예측하기 어려운 많은 일들이 일어날 시간이라는 것이다. 비수도권 한 당협위원장은 “지역 분위기가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정치는 한 치 앞을 모른다. 열심히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신율 교수도 “8개월여 남은 총선을 벌써부터 예측하긴 어렵지만 지금의 친일 프레임을 계속 이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