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직파 간첩 1호로 검거된 A 씨를 두고 공안당국이 쉬쉬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정원 홈페이지 캡처.
공안당국에 따르면 40대 간첩 용의자 A 씨가 지난 6월 붙잡혔다. A 씨는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전에도 A 씨는 한국에 침투했다가 나갔고, 지난해에는 서아시아 한 국가에서 국적을 세탁해 제주도를 거쳐 재침투했다. 국정원은 A 씨의 입국 경로를 수상하게 여기고 추가 감청 등을 통해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A 씨는 북한의 정찰총국 지시를 받아 국내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찰총국은 인민무력성 산하 기구로 대남 및 해외 공작업무를 담당한다. ‘JTBC’에 따르면 A 씨는 40대 초반의 건장한 체격으로 경기도 일대에서 승려 행세를 하며 국내에 내연녀도 두고 있었다. 다만 A 씨가 어떤 지령을 받고 무슨 업무를 수행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국정원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실이라 지금으로선 어떤 사실도 확인해주거나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안당국은 간첩 수사에 대해 피의사실 유포 문제를 들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간첩 검거 한 달이 지났는데도 위중한 공안사건에 대해 정보기관이 정보를 틀어쥐고 정부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정부 시절 1호 간첩으로 잡힌 정경학 씨 때와 비슷하다는 평도 있다. 정 씨를 수사하던 당시 공안당국은 피의사실 유포 문제를 들어 자세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정경학 씨는 참여정부 1호 직파 간첩으로 붙잡혔다. 정 씨 역시 정찰총국의 전신인 ‘35호실’에서 대남 및 해외관련 정보수집 지령을 받아 간첩활동을 해왔다. 정 씨는 10년 넘게 북한에서 특별 훈련을 받은 뒤 방글라데시, 태국 등으로 출국해 정보활동 및 탈북자 북송을 맡았다. 그 역시 국내에 신분이 노출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짧은 기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나가는 시험을 했다. 위장여권을 활용해 국내에 들어와 신분이 노출되지 않음을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간첩활동을 하기 위해 국내에 침투했다. 정 씨는 청와대, 원자력발전소, 미군기지 등의 사진을 찍으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국정원은 정보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국내정보담당부서와 국내정보담당관의 활동을 폐지했다. 국정원이 정치개입에서 벗어나 본연의 업무인 해외정보와 대북정보수집활동에 몰입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간첩 검거 건수는 도리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