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3기)을 ‘우리 윤 총장’이라고 치켜세우며 권력형 비리에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내가 그 점을 강조하는 것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총장도 화답했다. 윤 총장은 “늘 어떤 원칙에 입각해서 마음을 비우고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검찰 윤석열호의 ‘허니문’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그리고 검찰총장 취임과 함께, 시작된 고검장, 검사장급 인사 뒷얘기들은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 화기애애했던 윤석열 신임총장 임명장 수여식
정권 3년 차, 그리고 앞으로 2년 동안 검찰을 이끌게 된 윤석열 총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 집권 세력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해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검찰 제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 여러 정치적 환경이나 사회적 요구에 의해 검찰에 맡겨진 일들이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저희는 본질에 더 충실할 것”이라고 화답했고, 자리를 옮겨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윤 총장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는데, 윤 총장을 잘 아는 법조인들은 “사람이 아니라, 검찰 조직에 대한 애정이 큰 게 윤 총장”이라며 “정치적인 고려를 능숙하게 하겠지만 여당이라고 하더라도 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강도 높게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윤 총장, 빠른 검찰 장악? 이미 인사는 났다
총장 후보로 지명된 후, 윤 총장은 일사천리로 인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취임 다음 날인 26일 오후, 고검장·검사장급 인사를 곧바로 내놓으며 빠르게 ‘윤석열호’로 검찰에 변화를 줬다.
취임 바로 다음 날 인사를 단행했는데, 차기 금융감독원장으로 거론되던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유임됐고, 박균택 광주고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철규 부산고검장은 국제검사협회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옷을 벗지 않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직을 이동했고, 김영대 서울북부지검장(서울고검장)과 양부남 의정부지검장(부산고검장), 김우현 인천지검장(수원고검장)이 새롭게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7월 25일 오후 서울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이종현 기자
검찰내 주요 보직 ‘빅3’라고 불리는 대검 차장검사·서울중앙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윤 총장 동기들이 포진해 ‘연수원 23기 집단지도 체제’가 꾸려졌다. 대검 차장에는 강남일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배성범 광주지검장이 임명됐고, 검찰의 예산과 인사실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청와대의 신뢰를 받는다는 이성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이름을 올렸다.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됐던 소윤(小尹) 윤대진 검찰국장은 친형과 관련된 비위 의혹이 거론되며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덜한 수원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카더라’처럼 돌던 전망이 대부분 맞아떨어진 ‘예측 가능한’ 인사였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그럼에도 인사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일부 검사장급 인사에서는 윤석열 총장보다 청와대의 의중이 더 강하게 반영됐다는 게 검찰 내에서 제기되는 작은 불만이다.
그 대표적인 게 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송인배·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했던 한찬식 동부지검장(사법연수원 21기)과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차경환 수원지검장(사법연수원 22기)의 사의다.
당초 고검장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분류됐던 한찬식 지검장과 차경환 지검장, 이 중에서도 윤석열 신임 총장보다 2년 선배인 한찬식 지검장은 ‘선임 고검장’으로 검찰에 남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한 검찰 간부는 “워낙 내부 신망이 두터운 사람들이지 않냐”며 “특히 한 지검장님은 고검장에 당연히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해서 당신도 인사를 기다렸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실제 검찰은 이번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24기부터 27기까지, 모두 14명을 새롭게 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도 대전과 대구, 광주 고등검사장 자리는 공석으로 비워놓는 ‘변화’를 선택했다.
이는 한찬식 등 일부 고검장 후보들을 청와대가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한찬식 검사장은 동부지검장으로 재직하며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민간인 사찰 의혹 사건, 송인배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등을 지휘했는데 지난해 12월에는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도했다.
한찬식 지검장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기 하루 전날 밤, 누군가에게 연락을 받았는지 갑자기 ‘사의를 표명해야겠다’고 하시더라”며 “이미 어느 정도 고검장 언질도 받았던 것으로 아는데 왜 갑자기 밀렸겠냐. 청와대가 불쾌해 한 게 결국 인사에 반영된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함께 사의를 표명한 차경환 지검장은 2013년 수원지검 2차장 시절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혐의 수사를 담당, 이 전 의원을 내란 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근혜 정권 시절 사법연수원 22기 가운데 가장 먼저, 박근혜 정부 최연소 검사장으로 승승장구했는데 그런 점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결국 말로는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하지만, 인사로는 엄정하게 수사하려 한 사람을 내치면서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준 셈”이라며 “인사가 전부인 검찰에서 한찬식 지검장의 사의는 단순한 사의가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조국과 윤석열이 만나면 ‘강 대 강’ 충돌? 역대 장관 가운데 가장 존재감이 없다는 평이 나오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그 후임으로는 조국 청와대 ‘전’ 민정 수석이 가장 유력하다. 민정수석이 스스로 적격성을 따진다는 ‘셀프 검증’ 논란을 피하기 위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7월 26일 자로 청와대를 떠났다. 후임 민정수석에는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임명됐는데, 김 사장은 감사원에서 근무했고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대표로 지냈을 때 당무감사원 원장을 역임하며, 신뢰를 받았다는 평이다. 조국 수석은 “민정수석으로서 ‘촛불명예혁명’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하여 법과 원칙을 따라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하였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면서도 “업무수행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부분이 있었다. 오롯이 저의 비재와 불민함 탓”이라는 소회를 남겼는데 조만간 윤석열 총장과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으로 다시 만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박상기 장관-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달리, 강 대 강으로 부딪힐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문무일 전 총장은 언론에 드러내고 얘기하기보다는 사석에서 조용하게 의사를 전달했다면, 윤 신임 총장은 ‘아니다’ 싶으면 언론에도 분명히 메시지를 공개하는 스타일”이라며 “조국 수석도 SNS로 의사를 분명히 개진하지 않냐. 법무부 장관으로 조국 수석이 오면 서로 다른 의견들이 공개적으로 오가다가 충돌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