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LA 다저스 류현진의 어깨 수술을 집도한 닐 엘라트라체 박사. 사진=이영미 기자
[일요신문] 코비 브라이언트(NBA), 잭 그레인키, 클레이튼 커쇼, 오타니 쇼헤이(MLB),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와제네거, 톰 브레이디(NFL), 그리고 류현진.
위에 열거된 이름들은 닐 엘라트라체 박사의 환자 리스트들이다. 미국 프로 스포츠 유명 선수들 외에도 유명 연예인들 다수가 엘라트라체 박사와 수술로 인연을 맺고 있다. 한 번은 코비 브라이언트, 잭 그레인키, 아놀드 슈와제네거, 실베스터 스탤론이 일주일 사이에 차례대로 그의 수술대에 올랐다는 일화도 있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토미존 수술의 창시자 고 프랭크 조브 박사의 수제자였다. 2014년 90세가 된 프랭크 조브 박사는 그의 자리를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물려주고 후진으로 물러났고, 엘라트라체 박사는 정형외과 어깨와 무릎 부위 수술 권위자로 이름을 날렸다.
류현진이 엘라트라체 박사와 인연을 맺은 건 단순하다. 어깨 통증이 극심해지면서 2015년 5월, 다저스 팀 주치의인 엘라트라체 박사한테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기자는 LA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한 곳은 그의 병원. 수술복 차림을 하고 약속한 시간에 나타난 그는 올 시즌 성공적으로 재기한 류현진의 활약에 큰 기쁨을 나타냈다.
그는 류현진을 수술한 다음 선수에게 “반드시 이전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에 찬 메시지를 들려줬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수술 후 상태가 좋아 보였다. 류현진도 걱정이 많았지만 내가 분명 이전 모습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하자 그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더라. 나는 당연히 괜찮아질 것이고, 그 전보다 더 좋아질 수도 있다고 말해줬다. 그 후로 류현진은 내 말을 믿고 따랐다. 어느 누가 부정적인 소리를 해도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고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더라.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어깨 수술을 받은 뒤의 류현진. 사진=연합뉴스
류현진과 엘라트라체 박사는 어깨 수술을 받았던 2015년이 아닌 2014년에도 한 차례 수술 관련해서 상담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나 그때는 선수가 수술 자체를 감당하기 어려워해 수술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관절와순의 경우 선수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류현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2014년에는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했던 것이다. 관절와순 수술도 선수마다 부상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모두 같은 부위가 찢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선수는 수술 후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어떤 선수는 회복 정도가 더디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류현진의 부상 정도는 충분히 회복이 가능한 상태였고, 수술 후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이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올 시즌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고,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재능이 뛰어난 선수다. 나는 류현진과 같은 유형의 투수를 보지 못했다. 그는 좋은 투수였기 때문에 분명 잘 해낼 것이라고 믿었다. 수술 후 그에게 여러 가지를 주문했다. 어떻게 어깨를 재활해야 하는지, 어떻게 다이어트를 해서 몸 관리를 해야 하는지 등을 트레이너들에게 전했고, 그는 이 부분을 아주 충실히 따랐다. 구단 보고에 의하면 그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내용이 있다. 그는 원래 좋은 선수였다. 그래서 지금의 성적이 놀랍지 않을 수 있지만 사람들의 부정적인 편견을 딛고 만들어낸 결과라 무척 기쁘다. 나는 그가 통증 없이 공을 던지고 있는 부분에 감사하다. 그의 노력에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저스의 많은 선수가 엘라트라체 박사한테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류현진처럼 수술 이후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정상에 오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그 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았다. 시간 날 때마다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해 경기를 관전하는 그에게 류현진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반색하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2018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 경기를 현장에서 볼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그가 올스타전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것도 TV를 통해 지켜봤다.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류현진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