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일요신문’과 인터뷰 하는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임준선 기자
최근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대일 강경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 자문의이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윤일규 의원 일가가 모두 일본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건 논란의 소지가 다분했다. 윤 의원은 “아이들은 몰라도 나는 공직에 나오면서 모두 정리했다. 집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그의 재산은 2018년 12월 기준으로 집계됐다. 공직에 나오면서 일본차를 정리했다면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나올 수 없다. 윤 의원 해명이 사실이 아니거나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가 잘못된 상황이었다. ‘일요신문’은 8월 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그를 만나 어찌된 영문인지 들어보았다.
그는 우선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나온 그와 가족의 일본차 소유에 대해 설명했다. “내 차는 공직에 나서며 처남에게 줬다. 명의 이전이 재산 집계 직후인 올 1월에 됐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지 않지만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나오게 된 것”이라며 “아내 차는 내가 퇴직금으로 선물한 차였다. 그런데 공직에 나서며 이건 안 된다고 판단해 ‘임기 끝나고 차를 다시 사주든 어떻게든 해주겠다. 당분간 없애라’고 했었다. 아내가 차를 처분한 줄 알았는데 셋째 아이에게 줬더라. 명의 이전을 안 해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아내 차로 나왔다. 방금 알게 됐다. 내가 노발대발해 지금 집안 싸움이 벌어졌다”고 했다.
윤일규 의원은 이에 대해 “난 일본차를 가진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산차 회사가 국내와 국외에서 이중적인 행동하는 걸 보면 늘 국산차를 사주는 게 그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다. 때론 다른 소비를 해서 깨달음을 줘야 한다. 일본차가 유럽차보다 싸기 때문에 실질적인 선택일 뿐이다. 지금은 물건 가지고 애국심 논하는 시대가 아니다. 물건 못 팔던 시절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요즘 같은 시기에 아이들이 일본차를 소유한 데에 대해 내가 책임져야 한다면 책임질 것이고 언론이 문제 삼는다면 내가 안고 가겠다. 내가 일본차를 가졌던 건 아이가 유학 시절 끌던 오래된 차를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왔던 까닭이었다. 다만 정치인으로서 국민과 지역 주민에게 보이기엔 부담이 있으니까 공직에 나서며 정리했던 거였다”고 밝혔다.
일본차 소유로 시작된 대화 주제는 최근 일부 정부 인사와 더불어민주당이 보인 반일 기조로 이어졌다. 그는 최근 퍼져 있는 반일 기조에 대해 “반일 감정을 부추겨선 안 된다. 한일 다 정치적인 이슈 때문에 이런 싸움을 하는 것 아닌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냉정했으면 좋겠다. 국민을 부추기는 건 절제해야 한다. 부추겨서 일본을 이길 것 같나. 못 이긴다. 분노하는 것만으로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일본 경제가 세계 2위다. 해군력 또한 세계 2위다. 일본은 노벨상이 27개다. 과학 분야만 25개다. 우리는 하나도 없다. 우리는 사실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 일본을 뭘로 이길 건가. 지식인이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한다. 앞으로 100년을 생각해야 한다. 감정이야 표현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일본을 이길 방법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일규 의원은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걸 자주 잊는다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스스로 더 강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병자호란 때 50만~60만 명이 중국으로 끌려갔다. 당하고 돌아온 여자는 환향녀가 됐고 그 자식은 호로 자식이 됐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나. 그런데 우리는 죗값을 여자와 아이에게 뒤집어 씌웠다. 그 누구도 국가가 잘못했다고 말한 적 없는 게 우리 민족이다. 못난 나라가 그 지경으로 만든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임진왜란 때 당하고 다 잊었다. 125년 전 동학혁명은 일본군이 거의 다 진압했다. 그때 우리는 스스로를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 뒤에 우린 뭐했나. 정신대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에게 병합된 다음 정신대 문제가 발생했다. 모두가 못난 국가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일본 잘못도 있지만 사실 지켜주지 못한 국가 잘못 아닌가”라고 했다.
비판은 계속됐다. “우린 그런 반성이 없다. 물론 그때랑 달리 우리는 지금 세계적으로 군사력도 경제력도 굉장한 수준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경제력과 군사력이 일본에 어림도 없다. 우리가 일본보다 역사적으로 뛰어났던 적도 있긴 했다.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 뛰어난 적은 없었다. 일본이랑 다투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다시는 그런 비극이 없게 국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맞다. 이스라엘이 독일에 했던 것처럼 정치적으로 용서하되 절대 잊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일규 의원은 일본군 성 노예 관련 일본과의 화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번 문제는 형식상 화해가 마무리되는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했다. 위안부 할머니 대부분이 돌아가셨다. 남은 분들도 다 90세가 넘어 이제 생존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분들이 돌아가시며 일이 마무리되는 과정이었다. 한국 사람들 성향상 위안부 할머니가 거의 돌아가시면 종언된다. 나중엔 배상을 받으려고 해도 사과 받을 사람이 없다”며 최근 상황을 정리했다.
이어 “이 분들이 살아 있을 때 어떤 형태든 국민이 용서의 길을 마련할 거라고 봤다. 우리가 ‘일본도 이만큼 했으면 할만큼 했다’고 인정하고 보이지 않게 서로 동의해 가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국민 대부분은 피해 당사자 아니다. 피해 세대와 거리가 먼 세대라 구경꾼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모두를 구경꾼에서 피해 당사자가 되도록 불을 붙였다. 70년 갈등의 역사가 이제 마무리 돼 갔는데 정치인이 하루 아침에 다 뒤집어 엎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계속될지 걱정이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윤일규 의원은 조국 전 민정수석의 최근 반일 발언에 대해 “조국 전 민정수석이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가라면 좋은 표현이든 아니든 그런 표현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정치인은 그럴 수 있다. 정부를 대표하는 의견으로 오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행정가가 그러는 건 온당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윤일규 의원은 한일 간 화해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국가간의 배상은 끝났다. 국제 형식상 일본 주장이 맞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형식적 논리로 할 게 아니다. 피해자에겐 감정적 논리가 있다. 배상에 있어선 일본 주장이 옳을지 몰라도 감정의 문제가 남았다. 피해자가 ‘이 정도면 너무한 것 아닌가’란 말이 나올 정도가 돼야 화해가 된다. ‘우리가 생각해도 과했다’ 싶어야 끝난다”며 “다만 국가는 인격체가 아니다. 국가 간엔 사과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속에 존재하는 사람이 이해관계에 따라서 사과라는 인간적 표현을 할 뿐이다. 사과는 국가가 하는 게 아니다. 국가는 힘과 힘의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것만 있다. 지나간 100년을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세계 12번째 강국이 된 것도 대단하지만 일본을 향한 분노를 스스로 해결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화합을 강조했다. “모야모야라는 병이 있다. 가장 많이 생기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다. 우리와 일본은 혈통도 닮았다. 유전적으로 보면 거의 형제다. 음식이고 언어고 어순도 다 비슷하다. 가장 가까이 있는 형제랑 가장 많이 싸운다. 먼 친척이 되레 사이가 좋다. 옆에 있다 보니까 침략도 하고 상처도 준 건 맞다. 둘 사이에 응어리가 본질적으로 배어있지만 계속 그런 대립 상태로 갈 순 없다. 과거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하루 아침에 그런 게 없어지진 않는다.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냉철하게 조절해가며 조화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생각은 정부 주요인사와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기조와 사뭇 달랐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국회에서 일개미처럼 일하는 정치랑 베짱이처럼 언론 중심으로 바깥 표현만 하는 정치는 다르다. 난 일개미다. 정치인은 자기 편의에 따라서 국민 의사에 반해서 한다. 민주당이랑 내 의견은 다를 수 있다. 나는 원칙적이다. 그분들은 정치적 수사를 쓰는 경향이 있다. 나는 다르다. 난 정치적 수사를 안 쓴다. 일본하고 서로 말싸움하는 건 좋은데 너무 부추긴다든지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 “정치인끼리 말하는 건 일시적인 말싸움이다. 중요한 게 아니다. 정치권이 감정적인 반응을 보여도 정부는 굉장히 차가운 이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반드시 외교적이든 어떤 방법이든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 문제를 극복하고 긴 미래를 보고 준비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역할을 말하던 그는 정부 최고위직 행정가였지만 반일 선동을 수없이 쏟아낸 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조 전 민정수석이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가라면 좋은 표현이든 아니든 그런 표현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정치인은 그럴 수 있다. 정부를 대표하는 의견으로 오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행정가가 그러는 건 온당치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모두가 나설 때 나서는 건 용기가 아니다. 모두가 입을 닫았을 때 말하는 게 용기다. 윤일규 의원은 “난 일반 정치인과 다르다. 나이가 많은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으로서 나이가 많은 게 아니라 사회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정치가로 성장해 온 사람과 견해가 많이 다르다”라며 “난 내가 살아온 경험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기존 정치가 가져온 파고에 휩쓸리지 않는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은 건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려고 세상이 날 부른 거다. 내가 너무 앞서 갈 지도 모른다. 난 그저 보통의 지식인으로서 상식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윤일규 의원 누구? 1950년 경남 거제시에서 태어난 윤일규 의원은 부산 동아고와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2년부터 2015년까지 순천향대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교수로 활동한 20대 국회의원이다. 천안아산 경실련 상임대표와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이었으며 문재인 충남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자 문재인 대통령 자문의였다. 양승조 의원이 지난해 충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며 공석이 된 천안병에서 펼쳐진 보궐선거 때 국회의원이 됐다. 의사 조직 문화에선 내부 총질이 거의 없다. 폭로도 찾아 보기 힘들다. 윤일규 의원은 암묵적인 업계의 룰을 깼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그는 전국 수련병원 중 3분의 1이 관련 법에 따른 수련규칙을 지키지 않아 왔다고 지적했다. 모범이 돼야 할 대형 병원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수련환경평가결과는 전공의법이 시행됐지만 전공의는 여전히 과도한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전공의의 과로는 의료사고와 높은 연관성이 있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법 수련규칙을 미준수한 병원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명령에 따라 시정하지 않는 병원의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업계를 비판했다. 의료업계 갈등 조정에도 적극 팔을 걷어붙인다. 7월 9일 그는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을 찾아갔다. 최 회장은 문재인 케어 전면 정책 변경, 수가 정상화, 한의사의 의과영역 침탈행위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미지급된 건강보험 국가보조금 투입 등을 6개 선결과제로 제시하며 의협회관 근처에서 7월 2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윤일규 의원은 직접 최대집 회장을 찾아 정부와의 다툼에서 문재인 케어를 빼라고 조언했다. “의사들은 보장성 강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의료를 위해 의사도 합리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거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문재인 케어 자체를 의사들이 싫어하는 것으로 비친다. 의료보험 전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오해만 사고 있다“며 ”더 나은 의료환경을 만들고자 의사들이 노력하는 행동이라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상당 부분을 국민이 부담하고 개인부담은 줄여나가는 선진국형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라”고 조언했다. 최대집 회장은 자유한국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7월 12일 최 회장을 찾아 “힘내서 같이 싸우자”고 했다. 윤일규 의원이 다녀간 지 2일 지난 뒤의 일이었다. 최훈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