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차지한 조상연은 장학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올해 제19번째 어린이국수는 조상연이다. 서준우(일요신문배 우승), 정준우(크라운해태배 우승), 김은지(문체부장관배 초등부 우승), 김민서(문경새재배 초등부 우승) 등 6학년 형과 누나까지 제치고 우승한 다크호스다. 조상연은 한화생명배 국수부 본선은 첫 출전이었다. 2학년 때 저학년부 본선에 나온 적은 있지만, 작년엔 예선조차도 탈락했었다. 초등학교 5학년(홈스쿨) 나이며 현재 한국기원 연구생은 6조에 속해있다. 양천대일바둑도장에서 프로수업 중이다. 양천대일도장은 이호범, 이동훈, 신민준, 한우진, 문민종에 이어 이번에 여섯 번째 어린이국수를 배출했다.
결승에선 슌세이(초6)를 상대로 백 2.5집승(323수)을 거뒀다. 슌세이 역시 양천대일바둑도장으로 바둑유학 중인 소년이다. 결승에서 조상연에게 패했지만, 도장 사범들은 ‘이미 초등학생 경지를 뛰어넘었다. 고수의 길에 접어든 아이다’라고 인정하는 강자다. 한국기원 연구생 5조에 올라있다. 양천대일 김희용 원장은 “1~2년만 더 한국에서 공부하면 연구생 1조를 찍고, 일본을 대표하는 기사로 클 수 있는 기재다. 이번 대회는 사실 김은지 양이 우승할 줄 알았는데 좀 안타깝다. 우리 도장 출신이 아니지만, 최초로 여자어린이 국수가 나오길 기대했다”고 말한다. 조상연은 대기사 조치훈 9단 형과 같은 이름이다. 조상연은 실제로 조치훈과 같은 항렬로 ‘남’, ‘연’으로 이어지는 돌림자까지 똑같다. 우연이지만 상연 군 삼촌도 한국바둑 개척자 ‘조남철’과 이름이 같다.
제19회 한화생명배 결승전에 맞붙은 조상연(왼쪽)과 슌세이.
김희용 원장은 “조상연과 첫 만남에서 ‘조치훈 9단 형님이 오셨네’라고 농담했었다. 바둑교실에서 배우다가 우리 도장에 왔다. 실력은 약한데 어려운 사활문제를 너무 빨리 풀어내 눈여겨봤다. 한바연에선 1년 만에 1조로 갔다. ‘이놈 물건이다’라고 생각했다. 바로 연구생으로 들어가 지금 6조다. 5학년 나이에 6조면 또래에선 최고수준이다. 6조를 유지하는 5학년생은 정준우, 조상연 둘뿐이다. 조상연은 실력은 꾸준히 늘어가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이번에 우승까지 할 줄은 몰랐다”면서 기뻐했고, 한편으론 놀라워했다.
조상연은 우승직후 인터뷰에서 “기분이 아주 좋다. 4라운드에서 김민서와 둔 대국이 가장 어려웠다. 결승에서 만난 슌세이 형은 도장에선 진 적이 더 많았던 상대다. 결승전이라 더 떨렸다. 상금은 부모님이 알아서 하실 거다. 돈이 있어도 특별히 사고 싶은 게 없다. 프로가 되는 게 꿈이다. 다가올 영재입단대회부터 도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프로기사를 묻자 머뭇거리다 조치훈 9단을 말한다. “저도 선실리 후타개를 좋아한다”면서 미소 지었다.
도장에서 조상연을 직접 지도하는 이호범 6단은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는 탄탄한 바둑이다. 특히 끝내기에서 계산이 빠르고 정확하다. 이긴 걸 확실히 아니까 마무리를 간명하게 한다. 실리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싸움을 마다하진 않는다. 전체적으로 기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부모 조남성 씨(43)와 엄이화 씨(43)는 “상연이가 승부욕이 아주 강해요. 심지어 가위바위보도 지면 못 견뎌합니다. 이길 때까지 하는 거죠. 바둑을 배운 후엔 오직 프로기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하면서 다른 곳은 쳐다보지도 않아요”라고 말했다. 바둑에 집중력이 뛰어나고 기재도 남다르다. 가장 장점은 이기려는 의지다. 자기보다 실력 센 형들을 제치고 우승한 비결이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