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토 아즈미
무토 아즈미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다. 1950년대 할아버지가 시부야 지역에 치과 병원을 개원했고, 아버지와 어머니도 치과의사였다. 그들 부부는 아들인 유우키와 딸 아즈미도 가업을 이어가길 바랐다. 이에 유우키는 계속 치대에 지망했지만 3수생이 되었다. 반면 반항적인 성격이었던 아즈미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지만, 파트타임으로 핀업 모델로 일하면서 점점 연예계 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가출을 감행한 그는 소속사에 들어가 훈련을 받으며 수많은 오디션에 응모했다. 2006년에 연극 무대에 데뷔했고, 그라비아 모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다.
영화에도 출연했다. 당대 일본에서 오타쿠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던 만화 ‘크림 레몬’이 영화화되었는데 그 시리즈 중 한 편이었다. ‘크림 레몬’은 의붓 남매 사이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 무토 아즈미는 ‘타카미네 카케루’라는 예명으로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배우로 경력을 쌓는 건 쉽지 않았다. 당시 그녀는 배우와 컴퓨터 프로그래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2006년 12월 10일에 조연으로 간호사 역을 맡아 연극 무대에 선 이후 아즈미에게 배우 일은 없었다.
2006년 12월 30일, 집엔 유우키와 아즈미 남매만 있었다. 당시 유우키는 3수 끝에 대학에 합격한 상태. 다음 날 집을 떠나 1월 12일까지 예비학교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때 아즈미는 오빠를 비난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연예인의 꿈도 열심히 키워나가는 자신에 비해, 몇 년째 수험생으로만 지냈던 오빠가 조금은 한심했던 모양이었다. “오빠에겐 꿈과 야망이 없어.” “제대로 노력하지 않으니까 꿈이 이뤄지지 않는 거야.”
당시 뉴스 화면
동생의 이러한 말에 화가 난 유우키는 우발적으로 동생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나무로 된 칼로 아즈미를 내려친 유우키는 목을 졸랐다. 기절했던 아즈미가 정신을 차리자 욕실로 끌고 가 욕조에서 익사시켰다. 이후 유우키는 동생의 시체를 잔인하게 훼손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사체의 성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한 행동이라고 밝혔지만, 사람들은 유우키가 근친적 성욕을 지녔다고 짐작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예비학교에 갈 때 아즈미의 속옷을 챙겨 갔기 때문이었다.
다음날인 12월 31일, 여행을 떠났던 부모가 돌아오고 유우키는 예비학교를 가야 했다. 유우키는 친구가 준 관상용 물고기가 죽었다며 “방에서 냄새가 나도 문을 열지 말라”고 당부하고 집을 떠났다. 하지만 3일 뒤, 아들의 방에서 나는 냄새에 도저히 못 견뎠던 부부는 결국 3층에 있는 방의 문을 열었고, 그 안에서 토막 난 사체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2007년 1월 4일에 유우키는 붙잡혔다.
경찰의 조사와 언론의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사건들은 자못 심각했다. 죽은 무토 아즈미의 친구들에 의하면 아즈미는 예전부터 오빠인 유우키에 대해 경계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엄청 호색한이어서 동생인 자신마저 음흉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아즈미의 이야기. 한편 유우키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여동생에 대해 역시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가출을 할 정도 비뚤어졌으며, 가족에게 도움이 안 되는 존재라는 게 아즈미에 대한 유우키의 평가.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해서도 수험생 생활이 힘들어서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무토 유우키. 당시 뉴스 화면
심리학자들의 의견도 잇따랐다. 어릴 적부터 오로지 부모의 뒤를 이어 치과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살아온 나머지 세상에 대한 시야가 좁아지면서 정신 질환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선천적으로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고, 그 결과 대인 관계에 장애가 생겼다는 의견도 있었다. 끔찍한 행동을 저지를 당시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자아가 돌출되었다는 소견을 낸 의사도 있었다. 한편 근친적 욕망이 그릇된 방식으로 표출되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었다.
2008년 5월 도쿄 지방법원에서 검사는 징역 17년을 구형했지만, 변호사는 그가 다중인격 상태였다는 점을 강조했고 판사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사체 훼손 부분은 무죄로 본 것이다. 하지만 1년 뒤에 열린 2심에서 고등법원은 사체 훼손도 유죄로 보아 징역 12년 형을 구형했다. 한편 한때 그가 네크로필리아(시체애호증)이거나 인육을 먹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도쿄 검찰청은 이 모든 얘기는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